저렴한 그린수소 생산 위해선 정책 지원 및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그린수소 정책 점검과 제도 개선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토론들은 한목소리로 이같이 말했습니다.
패널 토론에는 안지영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안윤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 오승환 SK에코플랜트 수소사업담당 부사장, 이만형 한국중부발전 수소사업실장, 심과학 한국수자원공사 탄소중립기획처장, 조원철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김상경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단장이 참여해 국내외 그린수소 정책 상황에 관한 견해를 발표했는데요.
패널 토론에서 나온 국내외 그린수소 정책에 대한 견해 및 조언을 핵심만 정리했습니다.
탈탄소 시동 중인 철강산업…수소 안정적 확보 없으면 생존 자체 어려워 🏭
안윤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수소가 기업의 미래경쟁력을 위한 에너지임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안 상무는 철강산업 입장에서는 수소의 안정적 확보가 어려우면 생존 자체가 어렵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안 상무는 철강산업이 “저탄소 생산체제로 바뀌며 고로(용광로)에서 수소환원제철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수소환원제철은 수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CO2) 배출 없이 쇳물을 생성하는 공법인데요. 철강업계에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기술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안 상무는 그러면서 “(현재 포스코는) 고로에서 나온 부생가스 등을 사용해 자가발전을 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로 전환되면 전기와 수소를 100% 외부에 의존해야 한다”며 “수소 가격도 중요한데 안정적 확보가 안 되면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생산이 붕괴하는 상황이 전개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안 상무는 이어 “(수소) 제도의 시급함 보다는 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갖춰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던 철강·시멘트·모빌리티 산업 내 탄소중립이 한순간에 달성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안 상무는 “돈을 벌면서 (탄소중립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지원만 가지고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안 상무는 세계 지속가능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탄소중립을 논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유럽연합(EU)은 신산업 경쟁 동력 강화 차원에서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를 이야기한다”며 “(우리나라는) 그런 이야기가 싹 빠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한계…해외 그린수소 도입 위한 정부 지원 절실 ☀️
오승환 SK에코플랜트 부사장은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수소가 경제성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화두를 열었습니다. 오 부사장은 “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아시아 내 그레이암모니아가 톤당 1,200달러(약 160만원)였다”며 “그린암모니아*의 경우 톤당 800~900달러가 될 수 있단 계산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오 부사장은 암모니아, 메탄올, 정유 생산 과정 등에 수소가 활용돼 “안정적인 재생에너지만 있다면 가격변동이 없어 아웃풋(결과물)이 고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이 갖춘 수소 및 화학 역량 개발을 수전해와 생산사업에 연결하면 경쟁력 있는 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다만,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의 규모 및 경제성의 한계로 그린수소 국내 생산에 제한이 있다고 오 부사장은 꼬집었는데요. 그는 이에 해외 그린수소 생산 및 수소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 글로벌 수소경제에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고민 필요해! 🇯🇵
오 부사장은 한국의 경쟁자가 일본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일본도 수소와 수소화합물을 수입한다”며 “이에 땅을 먼저 선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가 풍부하고, 물을 전기분해할 수 있어야 할뿐더러 생산된 수소를 단번에 운송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요. 오 부사장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땅이 많지 않다”며 “(수소를) 단순히 한국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글로벌 사업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린암모니아(Green Ammonia): 암모니아는 공기 중 질소와 별도 추출한 수소를 결합해 생산하는데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블루, 그린암모니아를 청정암모니아로 지칭합니다.
“그린수소 생산단가 점진적으로 낮춰야 해”…수소 전문인력 양성기관 필요 📚
그렇다면 현재 국내 그린수소는 얼마일까요? 이에 이만형 한국중부발전 수소사업실장은 5년간(2017~2021년) 제주도에서 진행된 그린수소 실증 사업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제주도 풍력발전의 잉여전력을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으로 86억 5,000만 원의 비용이 들었는데요.
이 실장은 “수소 생산량이 하루 36kg 정도로 굉장히 적었다”며 “10MW(메가와트) 설비를 만들 경우 계산하니 (kg당) 1만 5,000원으로 생산단가가 올라간다”고 말했습니다. 수소 1kg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인 넥쏘(NEXO)가 약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양입니다.
그는 이어 SK그룹과 충남 보령에서 블루수소 생산을 위한 청정수소 생산기지 건설에 나섰다고 밝혔는데요.
이 실장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된 블루수소의 가격이 톤당 4,000원대 초반인 점을 언급하며 그린수소 도입을 위해선 경제성 측면에서 생산단가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실장은 “향후 그린수소 대규모 생산 기술이 개발되면 생산단가는 분명 낮아질 것이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현재 국내 그린수소는 8,000원대에서 충전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와닿지 않을 가격”임을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기업별로 수소산업을 이끌다보니 핵심역량 차원에서 분산되는 측면이 있다. 수소산업 및 활용을 위해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기관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역설했습니다.
+ 기술적으로 그린수소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3가지! 🧪
조원철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그린수소 가격을 낮출 방법을 크게 3가지로 소개했습니다. ▲저렴한 가격의 소재 및 전기 생산, ▲수전해** 면적단위당 수소생산량 증가, ▲대량생산을 위한 플랜트화 등인데요. 조 교수는 수전해 기술은 다양하나 “모두가 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2030~2050년 즈음에는 이 중 하나가 시장을 선도할 기술력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수전해기술: 물을 전기분해하여 분리막으로 이온을 이동시킴으로써 수소와 산소를 생성하는 기술.
그린수소 생산단가 낮추기 위해선 수전해 장치값·전기값 낮춰야 해 ⚡
김상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소연구단장은 “그린수소 가격은 수전해 장치가격과 전기분해에 필요한 전기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단장은 “1달러 수소를 만들기 위해선 (수전해 장치가격을) 5분의 1정도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치가격을 줄이기 위해선 연구개발(R&D)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언급했는데요. 이에 대해 김 단장은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에서 주로 개발을 하다보니 자본력과 인력 모두 딸린다”며 “역량과 자본을 모두 갖춘 대기업이 더 들어와야 한다”고 주문했는데요.
그는 구체적으로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시나리오를 보면 수소 1달러를 위해선 전기값이 kW(킬로와트)당 20센트가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중부발전이 설정한 계통한계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고려한 그린수소 생산 전력단가 kW당 170원은 “굉장히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단장은 또 “수소를 어디에 쓸까 고민이 많았으나, 이제는 철강업계에서 수소 수요가 높다”며 “(탄소배출이 높은) 철강, 시멘트, 화학 등의 산업에서 탄소중립을 위하여 대량의 수소가 필요하며 청정수소 생산 기술 핵심인 수전해 기술 확보가 수소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한편, 안지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소정책연구원은 국내 수소 기술 개발 및 정책에 따라 지원제도 연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안 연구원은 “보조금만으로 산업 전체를 지원하기에는 정부 부담이 크다.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나, 일정 부분에서는 민간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안 연구원은 “해외수소사업의 경우 생산 불확실성이 아닌 소비 불확실성이 크다. 민간 기업들이 어디에 얼마만큼 팔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 상황이 쉽지 않다”며 “수요처에서 충분한 (수소) 수요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개발 및 시장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