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위해, 버티컬 팜 주도할 “90년대생이 온다”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소비, 즉 미닝아웃(Meaning out)이 MZ세대*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입니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면서 식품 시스템을 향한 MZ세대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세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GHG)의 27%가 식품 및 농업 부문에서 발생한단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인데요. 여기에 극한 가뭄과 폭염, 폭우 등 빈번해진 이상기후에 따른 공급 불안 및 인플레이션이 기존 농업의 지속불가능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Z세대가 나섰단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는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을 위해 Z세대 및 대학들의 여러 노력을 소개했는데요.

특히, Z세대는 ‘친환경 소비’를 넘어 직접 식품·농업 업계를 바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미래 식량안보를 책임질 차세대 농업으로 주목받는 버티컬 팜(Vertical farming)인데요. 오늘은 Z세대가 주목한 버티컬 팜의 장점과 현황을 소개합니다.

*MZ세대: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

 

© 평택에 위치한 팜에이트(Farm 8)의 버티컬 팜. 위아래 총 12층에 달하는 시설에서는 매일 1.2톤의 채소가 재배된다_Farm8

지속가능한 먹거리 찾는 Z세대가 ‘버티컬 팜’에 주목한 이유는? 🌱

Z세대가 버티컬 팜에 관심을 두는 이유를 알기 위해선, 먼저 버티컬 팜이 왜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불리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수직농업으로 불리는 버티컬 팜. 층층이 쌓아 올린 계단 구조의 실내 농업으로 도시농업(Urban farming), 식물공장(Plant factory)으로도 불리는데요.

버티컬 팜의 장점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 실내에서 재배해 기후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이는 기후변화로 빈번해진 이상기후의 영향을 덜 받는단 뜻인데요. 덕분에 안정적인 식량 공급이 가능합니다.

둘째, 버티컬 팜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맞춤형 재배가 가능합니다. 기계가 온도와 습도, 환풍기 등을 자동 관리해 기존 농사보다 노동력과 에너지가 절감됩니다.

마지막으로는 식량 재배 기간이 줄어든 동시에 생산성이 최대 10배까지 높은데요. 실제로 일본의 한 버티컬 팜은 노지재배 대비 폐기물은 80%, 물소비량은 99% 줄이면서도 100배 더 많은 식량을 생산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버티컬 팜의 환경적, 경제적 장점이 알려지면서 많은 대학에서 버티컬 팜에 관심 있는 Z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 버지니아커먼월스대학에 설치된 버티컬 팜에서 상추를 수확하는 모습_Babylon Micro-Farms

우리 대학 교내식당에 버티컬 팜이 생겼다고? 🍽️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버지니아커먼웰스대학. 이곳 교내식당에는 버티컬 팜이 설치돼 있습니다. 미 식품서비스 기업 아라마크(Aramark)와 버티컬 팜 스타트업 바빌론마이크로팜(Babylon Micro-Farms)이 파트너십을 맺어 교내식당에 설치한 것인데요.

바빌론마이크로팜은 버지니아커먼웰스대를 비롯해 총 4개 대학 구내식당에 버티컬 팜을 설치했습니다. 덕분에 9만여명의 학생이 교내식당에서 지속가능한 농업 현장을 관찰하게 됐는데요.

버티컬 팜의 모든 재배 과정은 ‘가이드그로잉(Guided Growing)’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원격으로 관리됩니다. 앱에서는 실시간으로 성장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데요. 뿐만 아니라, 파종·수확·청소 등 모든 과정을 제어할 수 있고, 매 과정을 앱으로 알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미 웨스턴캐롤라이나대 구내식당에 설치된 바빌론의 마이크로팜(왼)은 구내식당 및 학생들(중간, 오)에 의해 재배된다. 수확된 채소는 모두 식당에서 사용된다_Babylon Micro-Farms

바빌론마이크로팜의 버티컬 팜은 6개 층으로 구분돼 있는데요. 한 대에서는 일주일에 8파운드(약 3.6kg) 가량의 채소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약 40여가지의 채소를 기를 수 있는데요. 바질, 시금치, 상추 등 대부분의 품종이 30일 만에 수확할 수 있습니다.

채소가 다 자라면 구내식당 직원이 바로 수확해 샐러드 바에 보내는데요. 때로는 학생들이 주문하는 즉시 수확이 이뤄집니다.

버지니아커먼웰스대 교내식당의 지속가능성 이사인 사만다 제임슨은 “**학생들이 점차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자신의 식재료를 재배하거나 (식재료의) 원산지를 알기를 원한다”**며 해당 프로그램이 대학 캠퍼스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미 애리조나대 환경제어농업센터의 버티컬 팜. 이곳에서 학생들은 연구, 교육,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다_Austin Smith

버티컬 팜 창업을 원하는 Z세대 위해, 대학이 나섰다 🎓

버티컬 팜에 관심 있는 Z세대는 직접 현장으로 뛰어들기도 합니다.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시대에 앞서 신기술을 지원하는 대학들을 소개하며 이미 “일부 Z세대 학생들은 농업 스타트업의 성장하는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수경농업, 환경제어농업 등의 프로그램을 전공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맥킨지는 구체적으로 두 개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미 오하이오주립대학은 수경재배 사업을 위해 1999년부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요. 비슷한 시기 코넬대학 또한 미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우주비행 시 상추 생산 프로토타입(시제품) 장비를 개발해 환경제어농업 분야 선구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최근에는 Z세대 도전을 지원하기 위해 대학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단 목소리도 나옵니다.

버지니아 공대 식물환경과학부의 마이클 에반스 이사는 버티컬 팜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합니다. 에반스 이사는 많은 학생들이 “완전히 새로운 농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들을 위해 대학이 기존의 커리큘럼을 빠르게 변경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버지니아주립대 지속가능한도시농업을 교육하는 레너드 기틴지 교수 또한 “많은 학생들이 식량사막**을 해소하고 지역 식품 시스템에 지역노동자를 참여시키는 버티컬 팜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일단 사람들이 버티컬 팜의 효과를 알게 되면, 우리 모두가 버티컬 팜이 전국으로 퍼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환경제어농업(Controlled Environment Agriculture): 버티컬팜, 실내농장 등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

**식량사막(Food desert): 걸어서 400m 이내에 신선한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없어 저렴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

 

© 연암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실습을 위해 스마트팜 시설 중 하나로 버티컬 팜(수직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Z세대가 차세대 농업에 주목하는 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밀레니엄세대까지 포함하면 이미 많은 청년들이 농업에 뛰어들었는데요.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가 발행한 2022 농촌가구 자산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30대 이하 귀농 인구는 1,522명입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11.1% 증가한 것인데요. 농업 플랫폼 앱인 ‘팜모닝’은 청년농업인 가입자 수가 증가하면서 덩달아 회원 수가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버티컬 팜의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채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대학도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6년 영농창업특성화사업을 운영할 대학으로 선정한 5곳 중 하나인 연암대학교입니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연암대는 미래 농축산업의 핵심인 ‘스마트팜’에 주력하며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스마트팜 전공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스마트팜이란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첨단 ICT 기술을 융합한 농업으로, 연암대는 실내 스마트팜으로써 버티컬팜 시설을 세워 실습시설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연암대를 포함해 매년 5개 대학의 성과를 평가하고, 평가를 바탕으로 5년 단위의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데요. 농정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선정 대학은 2곳이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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