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핵심 ‘수소’…수소 개발·투자 이끄는 기업들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2°C 이하로 유지하고 1.5°C를 넘지 않도록 유지하는 목표를 세운 파리협정. 이 목표를 위해 협정 당사국들이 앞다퉈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요. 특히, 탄소배출량이 많은 운송 및 산업 공정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수단으로 수소(H2)가 떠올랐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수소 수요량은 9,000만 톤(MtH2). 이중 7,000만 톤이 메탄올‧암모니아‧정유‧철강제품 생산 등에 사용됩니다.

오늘날 수소의 95%는 천연가스,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에서 생산됩니다. 특히, 메탄(CH4)이 주성분인 천연가스 등에서 개질을 통해 생산된 수소가 가장 경제적인 방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허나,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합니다. 2018년 세계 수소 생산에 따른 CO2 배출 규모는 8억 3,000만 톤(tCO2)에 달했는데요. 향후 수소 수요량을 맞추기 위해선 저비용·저탄소 수소 생산 신기술 개발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 수소는 생산방식과 원료에 따라 크게 4개로 구분된다_iStock

화석연료 기반 수소 생산, CO2 배출해…그린수소 생산 확대 시급 ☀️

수소는 생산방식과 원료에 따라 크게 ▲브라운수소,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각의 수소 종류를 설명한다면.

  • 브라운수소(Brown Hydrogen) 🟤: 석탄, 갈탄을 고온·고압에서 가스화해 추출한 수소.
  • 그레이수소(Gray Hydrogen) ⚪: 현재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소 생산 방식인 ‘증기메탄개질방식(SMR, Steam Methane Reforming)’에 의해 생산. → 천연가스 개질 중 수증기 생산 방법: CH4+ H2O = CO or CO2 + 3H2
  • 블루수소(Blue Hydrogen) 🔵: 그레이수소와 생산 방식은 동일하나, 생산 과정 중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방출하지 않고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이용해 포집합니다.
  • 그린수소(Green Hydrogen) 🟢: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얻은 수소인데요.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를 물(H2O)에 가해 수소(H2)와 산소(O2)를 생산합니다. 덕분에 생산 과정에서 CO2 배출이 전혀 없습니다.

 

문제는 그린수소의 생산비용이 높단 점입니다. 2018년 기준 전체 수소 생산에서 그린수소와 블루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0.8%에 불과합니다. 그린수소만 따로 분류하면 비중은 0.1% 미만인데요.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CCS 시설을 기반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해 생산되는 블루수소보다 그린수소가 2~3배 더 비용이 든다고 분석했습니다. IRENA는 이어 파리협정 1.5°C 목표 달성을 위해선 그린수소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생산비용 절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의하면, 지난해 세계 수소 프로젝트 수는 359건이다_Hydrogen Insights 2021, 보고서 캡처

대형 수소 프로젝트 수 359건으로 늘어…주목해야 할 수소 스타트업은? 💼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최근 수소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졌단 점입니다.

세계 수소기업 협의체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가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와 함께 지난해 7월 발간한 ‘수소 인사이트(Hydrogen Insights) 2021’ 보고서에 의하면, 대형 수소 프로젝트가 35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해 2월 집계된 프로젝트 수가 131건이었는데요. 이를 감안하면 5개월여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입니다.

보고서는 이 프로젝트들을 바탕으로 오는 2030년 세계 수소 사업 투자 규모가 5,000억 달러(약 67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2050년 수소가 세계 에너지 시장의 18%를 차지하고, 수소경제 시장규모도 연 2조 5,000억 달러(약 3,35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그렇다면 최근 청정수소 개발 및 투자를 이끌고 있는 기업들은 어디일까요?

 

© 캐나다 수소 스타트업 오로라하이드로젠은 8월 초 1,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펀딩에 성공했다_Aurora Hydrogen

1️⃣ 오로라하이드로젠(Aurora Hydrogen) 🇨🇦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에 본사를 둔 오로라하이드로젠. 지난 8월 2일(현지시각) 에너지이노베이션캐피탈(Energy Innovation Capital)이 주도한 시리즈A펀딩에서 1,000만 달러(약 134억원)를 모으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로라하이드로젠은 고효율 마이크로파 열분해 기술을 활용한 수소 생산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무산소 상태에서 마이크로파 에너지를 활용해 천연가스를 분해하는 것인데요.

회사 측은 해당 기술이 기존 전기분해방식보다 80% 더 적은 전력을 사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물도 필요하지 않아 자원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회사 측은 해당 기술이 모듈화가 가능하단 점을 강조했는데요. 이는 천연가스와 전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장치를 설치할 수 있단 뜻으로, 회사 측은 “기존 파이프라인과 시스템을 사용하는 만큼 값비싼 수소 운송시설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고 역설했습니다.

오로라하이드로젠은 자사 기술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할 경우 세계 CO2 배출량이 연간 5억 톤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본사가 소재한 에드먼턴에 실증 플랜트 건설 및 운영에 쓰인다고 덧붙였습니다.

 

© 미국 수소 스타트업 일렉트릭하이드로젠은 1억 9,8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B펀딩에 성공했다_Electric Hydrogen 제공

2️⃣ 일렉트릭하이드로젠(Electric Hydrogen) 🇺🇸

미국 보스턴에 소재한 수소 스타트업 일렉트릭하이드로젠. 올해 1억 9,800만 달러(약 2,664억원) 규모의 시리즈B펀딩을 완료했는데요.

벤처 대출 전문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아마존 기후서약펀드(Climate Pledge Fund)가 참여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회사 임원진들의 경력 또한 화제입니다. 미국 태양광 패널 제조기업 퍼스트솔라(FSLR)의 임원이었던 래피 가라비디안,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의 공동설립자인 데릭 워닉, 테슬라(Tesla) 엔지니어링 책임자였던 도리언 웨스트 등 제조·금융·엔지니어링 분야 베테랑 임원들이 일렉트릭하이드로젠에 합류한 상황입니다.

일렉트릭하이드로젠은 화석연료보다 경제적인 비용으로 친환경 수소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즉, 경쟁력 있는 수전해기술*을 통해 저렴한 그린수소를 대량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특히, 전기화가 어려운 철강·운송 등 산업 부문을 주고객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전해기술: 물을 전기분해하여 분리막으로 이온을 이동시킴으로써 수소와 산소를 생성하는 기술.

 

© 선파이어의 수소 생성 시스템의 모습_Sunfire

3️⃣ 선파이어(Sunfire) 🇩🇪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선 전기분해 효율성을 높인 전해조가 필요한데요. 전해조는 기본적으로 분리막, 전극 등으로 구성되고, 수요처에 따라 여러 기술의 결합과 설계가 필요합니다.

독일 수소 스타트업 선파이어는 산업용 전해조를 개발 및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선파이어는 MW(메가와트)를 넘어 GW(기가와트) 생산단계에 접어든 곳인데요. 알카리와 고체산화물전해전지(SOEC·Solid Oxide Electrolysis Cell) 기술을 주력으로 재생가능한 수소와 합성가스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선파이어는 올해 3월 시리즈D펀딩에서 1억 9,500만 유로(약 2,597억)를 모으는 데 성공했는데요. 아마존 기후서약펀드 또한 선파이어에 투자 소식을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 호주 수소 스타트업 히사타의 수전해기술 소개도. 게리 스윙어가 이끄는 연구원들은 모세관 공급 전기 분해를 사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효율적일 뿐더러, 비용효과적이란 사실을 발견한 바 있다_Hysata

4️⃣ 히사타(Hysata) 🇦🇺

호주 시드니에 소재한 수소 스타트업 히사타(Hysata). 지난 8월 2일(현지시각) 시리즈A펀딩에서 2,940만 달러(약 395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습니다.

히사타는 모세관 공급 전기분해를 사용해 수소를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단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히사타의 수전해기술은 먼저 물이 담긴 전해조 속 다극성 전극 분리막에 전기를 보냅니다. 이 분리막을 따라 물이 모세관처럼 양극에 이동해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는 원리인데요.

히사타 전기분해기의 시스템 효율성은 95%(41.5kWh/kg). 75% 이하인 기존 전해조기술에 비해 성능은 높이고 비용은 크게 낮췄습니다. 덕분에 회사 측은 고효율성 및 대량생산 덕에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그린수소 공급이 가능하단 점을 내세웁니다.

폴 배렛 히사타 최고경영자(CEO)는 2020년대 중반까지 1kg당 1.5달러를 밑도는 그린수소를 생산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는데요. 금번 시리즈A펀딩을 통해 조달된 자금은 시범 라인 증설 개발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한편, 호주 연방청정금융공사(CEFC)의 이안 리어몬트 CEO는 호주 청정기술 생태계 성장을 위해 히사타의 최첨단 기술을 지원하는 일은 필수적이었다며 펀딩에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 캘리포니아주 랭커스터에 위치한 헬리오겐 파일럿 프로젝트의 모습. 이 프로젝트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1,000°C 이상의 온도를 생성하는 새로운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개발했다_Heliogen

5️⃣ 헬리오겐(Heliogen) 🇺🇸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인 헬리오겐은 몇 년전 캘리포니아주에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만든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선보인 바 있는데요. 컴퓨터 시각 소프트웨어 등 여러 기술을 활용해 수많은 거울이 한 지점으로 태양광선을 집중하도록 했습니다.

헬리오겐은 거울 1,000개를 한 점에 정확히 맞추면 극도의 고온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회사 측은 자사 태양열 집열기술 덕에 수전해에 필요한 1450°C까지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데요. 이를 그린수소 생산에 활용하려 연구 중입니다.

한편, 헬리오겐은 빌 게이츠가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기업가치가 전성기때 20억 달러(약 2조 3,000억원)로 평가받았습니다.

 

© E-TAC의 원리를 소개한 모식도. E-TAC은 기존 수전해방식과 달리 수소와 산소를 두 단계에서 생산한다_Nature Energy

6️⃣ H2Pro 🇮🇱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H2Pro는 지난해 7,500만 달러(약 1,000억원)를 투자받았습니다. 이 기업은 E-TAC(Electrochemical-Thermally Activated Chemical)이란 수전해기술을 통해 그린수소를 생산합니다.

기존 수전해기술은 동시에 수소와 산소가 발생되는데요. E-TAC은 기존 수전해기술과 달리 ‘전기화학적(Electrochemical)’ 그리고 ‘열적 활성화 화학(Thermally Activated Chemical)’이란 서로 다른 두 단계에서 개별 수소와 산소가 생성됩니다. 우선 25°C 정도 온도에서 수전해방식으로 수소(음극)를 생산하는데요. 남은 수산화(OH)가 95°C 물에서 수산화산화니켈(NiOOH)과 반응해 산소를 생산합니다.

단계별 생산을 통해 수소와 산소의 혼합을 막는 것인데요. 별도의 분리가 필요하지 않은 덕에 수소를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뿐더러, 수소와 산소 연소 방지를 통해 폭발을 막는 등 보다 안전한 수소 생산이 가능합니다.

H2Pro는 고가의 분리막을 사용하는 기존 수전해기술과 달리 촉매를 활용한 덕에 경제적이며, 약 25% 적은 에너지를 사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린수소 개발 앞장서고 있는 한전 ⚡

한편, 국내 최대 에너지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KEPCO) 전력연구원에서는 수소생산-저장-활용 전과정에서 MW급단위 수전해시스템 설계능력과 블루수소 생산을 위한 촉매기술,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EC·Solid Oxide Electrolysis Cell) 설계 및 운영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전의 전력연구원은 현재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대용량 수전해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재생에너지와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연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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