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SK에코플랜트 등 국내 기업이 폐기물 산업에 뛰어든 이유는?

폐기물 관리 시장의 성장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전문기관 마켓츠앤마켓츠(Markets and Markets)는 오는 2026년 세계 폐기물 관리 시장이 5,427억 달러(한화 약 70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또한 같은기간 폐기물 관리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5.1%로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폐기물 관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기업들도 앞다퉈 폐기물·재활용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 중 폐기물·재활용 기업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곳은 고려아연입니다. 국내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은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홀딩스(Igneo Holdings)를 인수한다고 지난 7월 11일 밝혔는데요.

당시 고려아연은 4,324억 원을 미국 내 자회사 페달포인트홀딩스(LLC)에 출자했고, LLC는 이 돈으로 이그니오홀딩스 지분 73.21%를 인수했습니다.

이그니오홀딩스는 전자폐기물에서 동, 금, 은, 팔라듐 등 유가금속으로 제련 가능한 중간재 추출 기술을 보유한 곳인데요. 지난달 25일 경제전문지 더벨 보도에 의하면, 고려아연은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이후 또다른 해외 재활용 기업 인수를 위한 협상에 나선 상황입니다. 회사 측은 비밀 유지 조항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기업명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거래는 이르면 8월에 종결될 예정입니다.

 

© 폐기물 에너지화 인포그래픽화_EcoMENA

국내 기업들이 폐기물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선 이유는? 🗒️

그간 폐기물 산업은 악취와 소음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관심밖에 놓여 있었습니다. 허나, 고려아연을 비롯해 SK와 LG그룹 등 기업들이 잇따라 국내외 폐기물 기업 M&A에 서두르는 상황인데요.

국내 빅4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정KPMG는 그 이유를 크게 5가지로 분석했습니다. 삼정KPMG는 올해 3월 발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 폐기물 처리업의 주인은?’이란 보고서에서 그 이유를 면밀히 소개했는데요.

  • 폐기물 처리 산업 성장성 📈: 국내 일일 폐기물 발생량은 2009년 35만 7,000톤에서 2020년 53만 4,000톤으로 증가했습니다. 삼정KPMG는 여기에 의료서비스 수요 확대 및 주택 개발 활성화까지 더해져 폐기물 산업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 폐기물 처리 기업 희소성 ♻️: 각 지방자치단체 또한 신규 폐기물 처리시설 건립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요. 애초에 폐기물 산업은 각종 규제로 인해 신규 기업의 진입장벽이 매우높습니다. 삼정KPMG는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 주요 폐기물 처리 기업의 평균 기업가치가 2017년 대비 2020년 280% 상승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 기업 수익성 개선 수단 💰: 폐기물 처리 단가는 꾸준히 상승 중인데요. 폐기물 처리업의 경우 재고관리가 필요 없고 현금 흐름 또한 견고해 매수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 ESG 경영 개선 요소 💼: 폐기물 처리업은 ESG 핵심 요소 중 하나인 E(환경·Environmental)와 직접 연관돼 있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K-ESG 가이드라인’에는 환경경영 추친체계 항목이 포함된 상황. 이에 따라 기업이 ESG 평가 개선을 위한 전담조직 운영 및 환경투자 예산 등을 검토하며 폐기물 산업 M&A에 주목하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 폐기물 에너지화 목표로 한 투자 ⚡: 삼정KPMG는 국내 기업들이 폐기물 에너지화, 즉 자원화에 대한 수요 확대에 주목해 선제적으로 기반 마련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과거 기업들이 폐기물 소각 등 단순 처리에만 머물렀다면, 이제는 재활용·재사용·자원화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단 뜻인데요.
    삼정KPMG는 “폐기물 에너지화는 순환경제를 달성하고 친환경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는 가치를 지녔다”며 “(기업들이 선제적 투자를 통해) 미래 에너지원 창출 역량을 확보하고 성장 동력을 마련하려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 SK에코플랜트는 말레이시아 최대 종합환경기업인 센바이로의 지분 30%를 인수하고 전략적 협력을 맺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말레이시아 센바이로 통합 폐기물관리센터의 전경_SK에코플랜트

SK계열사, 순환경제 시스템 완성 위해 폐기물 산업 뛰어들어 💸

폐기물·재활용 기업 M&A에 가장 적극적인 국내 기업으로는 SK그룹이 꼽힙니다.

환경·재생에너지 전문 기업인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가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폐기물·재활용 기업 인수 혹은 지분 확보에 투자한 금액은 약 3조 1,000억 원.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국내 폐기물 처리 플랫폼 기업 환경시설관리(구 EMC홀딩스)를 약 1조원에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업체 인수 및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는데요.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월 전자폐기물 처리 전문 싱가포르 기업 테스(TES) 지분 100%를 인수했습니다. 인수 계약액은 우리돈으로 1조 2,429억 원에 달했습니다.

SK에코플랜트는 이어 지난 3월과 5월에 각각 폐기물 처리 기업인 제이에이그린센바이로(Cenviro) 등의 지분을 일부 인수했습니다. 센바이로는 폐기물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말레이시아 최대 종합환경기업으로 알려졌는데요. SK에코플랜트는 센바이로 지분 30%를 인수하며 말레이시아를 동남아시아 환경시장 거점으로 삼아 사업을 확대할 전략임을 강조했습니다.

 

© SK그룹은 지난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순환경제 모델이 적용된 넷제로 시티를 전시했더_SK그룹 제공

김병권 SK에코플랜트 에코랩센터 대표는 “환경사업을 단순한 폐기물 처리사업이 아닌 순환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시켜 나가고 있다”면서 “그 토대가 되는 환경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SK에코플랜트는 대량생산·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에서 벗어나, 생산·유통·소비·재활용 등 전과정에서 폐기물과 탄소배출량 모두 제로(0)를 현실화한 순환경제 도시 ‘제로시티(The Zero City)’를 구현한단 방침입니다.

가령 소각장은 폐기물 발전소로 활용하고, 음식물 폐기물과 매립장에서 나온 메탄가스를 새로운 수소 생산 시설에서 활용하는 등 환경과 에너지 사업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순환경제 시스템을 완성한단 전략인데요. 이를 위해 SK에코플랜트는 폐기물의 에너지화 실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 에너지 전문 기업 SK이노베이션은 폐기물 가스화 기술 개발 확보를 위해 미국 펄크럼바이오에너지에 약 260억원을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_Fulcrum BioEnergy, Facebook

SK이노베이션 또한 폐기물 에너지화 기술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생활폐기물을 가스화해 합성원유를 생산하는 미국 펄크럼바이오에너지(Fulcrum BioEnergy)에 2,000만 달러(한화 약 260억원)를 투자한다고 지난달 13일(현지시각) 밝혔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해당 투자를 통해 폐기물 가스화 기술 개발 확보에 주력한단 방침인데요. 폐기물 가스화는 산소를 주입해 고온·고압에서 폐기물을 분해 후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합성가스를 생산하는 기술입니다. 합성가스는 합성원유와 메탄올, 수소 생산 등에 쓰이는데요. SK이노베이션은 폐자원을 재활용함으로써 순환경제 영역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대할 계획임을 강조했습니다.

한편,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강조되는 가운데 폐기물·재활용 기업 M&A는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SK에코플랜트를 비롯해 태영그룹, GS건설 등 국내 기업 상당수가 폐기물 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한국기업평가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폐기물 처리업체 다수가 매물로 나오면서 폐기물 처리시장 구도에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점차 과점화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

관련 기사

그린비즈, 산업

인권·환경 실사 등 EU 공급망실사법 대응은? 대한상의 “CSDDD 가이드북 발간”

그린비즈, 정책

“청정기술 육성 필수” EU, 경쟁력 강화 위해선 연간 8000억 유로 투자 필요

그린비즈, 정책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 추진 위한 글로벌 작업반 공식 출범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