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디자인 박물관, ‘쓰레기의 섬’ 발리를 신들의 섬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사용가능한 공간의 박물관' 개관

순환디자인을 주제로 한 ‘사용가능한 공간의 박물관(MoSA·Museum of Space Available)’이 인도네시아 발리에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6월 30일(현지시각) MoSA박물관을 기획한 인도네시아 디자인 스튜디오 스페이스어베일러블(SA·Space Available)이 개관 소식을 알렸는데요.

스튜디오 측은 MoSA박물관이 과거를 보존하는 전통적인 박물관 역할을 넘어 ‘순환적인 삶(Circular Living)’의 가능성을 기록하는 플랫폼임을 강조했습니다.

MoSA 박물관은 플라스틱의 위험성과 소비자 문화를 탐구하는 전시뿐만 아니라, 업사이클링 바(Upcycling Bar)와 재활용 스테이션 그리고 재료 도서관 등 순환경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들로 구성됐는데요.

그런데 스튜디오가 순환디자인 박물관의 장소로 왜 ‘발리’를 선택했을까요?

 

▲ 발리 캉구 해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Made Nagi, Greenpeace

‘신들의 섬’ 발리, 알고 보면 쓰레기 섬이라고? 🏝️

‘신들의 섬’이란 별명이 붙은 발리. 사실 발리는 별명과 다르게 해변으로 밀려드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은지 오래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 다음으로 해양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이 많은 국가인데요. 전 세계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10%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열대몬순기후란 특성이 더해지면서 인도네시아 근처의 해양쓰레기가 발리 해변으로 떠밀려 오는 상황.

디자이너인 다니엘 미첼이 SA스튜디오를 설립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영국 출신인 그는 2014년 발리로 넘어와 지속가능한 프로젝트에 집중해왔습니다. 미첼은 2020년 자연의 재생원리를 기반으로 순환적인 미래를 만들겠단 사명 아래 SA스튜디오를 설립했는데요. 그는 이후 인도네시아 거리와 수로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하는 작업에 몰두해 왔습니다.

이번에 문을 연 MoSA박물관은 업사이클링 작품 전시를 넘어, 지역사회에 체험의 장과 학습시설을 제공하는 것까지 역할이 확장된 것인데요.

 

▲ 박물관 전면의 푸른 외부장식은 20만 개 이상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Space Available

폐플라스틱 병 20만여개로 만든 ‘순환 박물관’ 🥤

스튜디오 측은 MoSA 박물관 설계에서부터 공을 들였습니다. 이들은 현지 건설기업 싯다르타와 산자자(Sidarta and Sandjaja)와 협력해 버려진 건물을 개조했는데요. 실내 장식은 어느 프로젝트에나 어울릴 수 있도록 중립적인 분위기로 꾸며졌습니다. 건물 외부 장식은 인도네시아 순환기업인 로브리스(Robries)와 협력했는데요. 20만여개 폐플라스틱병이 건물 외관 장식에 재활용됐습니다.

스튜디오 측은 관람객이 ‘문을 열기 전에’ 순환디자인 박물관으로써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는데요.

이번에 개관한 MoSA 박물관은 크게 두 층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1층은 전시회가 열리는 갤러리와 순환디자인 작품 및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습니다. 갤러리에는 바이오 소재, 재활용, 공예를 전문으로 하는 예술가·디자이너·과학자들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2층에는 업사이클링 바와 함께 재활용 스테이션, 재료 도서관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Creative Studio)가 자리합니다. 재활용 스테이션에서는 발리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수리 서비스가 제공될뿐더러, 순환경제 교육도 진행됩니다. 다만, 스튜디오는 2층이 8월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플라스틱 피플 전시회에는 의자, 선반, 상징물 등 업사이클링 제품과 다양한 시청각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Space Available, Instagram

이번 개관에 맞춰 현재 1층 갤러리에는 ‘플라스틱 피플(Plastic People)’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SA스튜디오는 디자인 및 예술 산업이 ‘파괴적인 선형 사고에 도전하는’ 순환 시스템 구축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탐구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는데요.

해당 전시는 합성 플라스틱, 소비자 문화, 플라스틱이 지구 및 인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 폐플라스틱 노끈을 등나무 틀 위에 손으로 엮어 짠 의자. ©Space Available, Instagram

구체적으로는 플라스틱을 녹여 틀에 붓거나 노끈 형태를 직조해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들과 ‘플라스틱 피플’ 사례 연구, 영상 작품, NFT 등을 만날 수 있는데요.

병뚜껑을 녹여 만든 재활용 의자의 경우 하나를 제작하는 데 약 20kg 가량의 폐플라스틱 병뚜껑 6,320개가 사용됐습니다. 플라스틱 노끈으로 짜서 만든 의자는 발리 현지 설치미술가인 나노 우헤로와의 협업 작품인데요.

스튜디오 측은 일부 작품은 구매 가능하며, 수익의 20%는 멸종위기에 처한 오랑우탄을 돕는 수마트라오랑우탄협회(SOS)에 기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판매 품목마다 나무 2그루를 심는다고 전했는데요.

‘플라스틱 피플’ 전시는 오는 8월 26일까지인데요. 스튜디오 측은 박물관 관람 및 제품 구매에 따른 수익금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플라스틱 오염이 심한 인도네시아 자바 일대 새로운 재활용 시설 구축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의 박물관이 과거를 전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탐구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Museum of Space Available

스튜디오는 MoSA 박물관이 단순한 박물관을 넘어 ‘미래의 가능성을 기록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물리적으로는 인도네시아 발리에 위치해있지만 웹 3.0(Web 3.0)을 통해 전 세계로 연결할 계획도 발표했는데요.

스튜디오는 NFT를 발행하고 메타버스 세계로 박물관을 확장하겠단 로드맵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7일(현지시각) 스튜디오는 트위터를 통해 예술 NFT 거래소인 익스체인지아트(exchange.art)에 발행을 목표로 ‘플라스틱 피플’ 캐릭터의 NFT를 제작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 SA스튜디오는 향후 계획으로 웹 3.0의 메타버스 박물관을 제시하며 8단계에 걸친 로드맵을 공개했다. ©Space Available, Twitter

8단계로 이뤄진 로드맵에 따르면 스튜디오는 우선 ‘플라스틱 피플’ NFT 캐릭터를 제작해 판매할 계획입니다. NFT 소유자는 MoSA 박물관 창립 멤버로 등록될뿐더러, 메타버스에서 한정판 제품 및 특별 행사 등에 접근할 권리를 부여받는데요.

그 다음 차례대로 메타버스 박물관과 (현실 세계의) 새로운 재활용 시설을 만들고, 메타버스 재활용 센터를 건설합니다. 이와 함께 스튜디오는 NFT 소유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세계에서 플라스틱을 수거하면 현실에서도 폐플라스틱이 수집되는 임팩트 게임인 ‘플라스틱 피플 게임’도 조만간 출시될 예정임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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