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가 기후변화와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제모델로 떠오른 지 오래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네덜란드 비영리연구기관 서클 이코노미는 지구촌이 순환경제로 전환하면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39%나 줄일 수 있단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ACN)와 맥킨지 또한 순환경제가 2030년까지 4조 5,000억 달러(당시 한화 약 5,296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순환경제 전환을 위한 투자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Chatham House)와 환경경제 연구단체 저스트 이코노믹스(Just Economics)가 공개한 보고서에 의하면, 기업은 순환경제에 연간 약 8,000억 달러(약 940조원)를 투자하는데요. 이는 제품과 자원이 재활용되지 않는 선형경제에 투자되는 35조 달러(한화 약 40경원)의 2%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순환경제 분야 투자가 점진적으로 늘고 있단 사실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순환경제 촉진 및 전문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여러 펀드가 출시됐는데요. 하반기에는 어떤 순환경제 펀드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지 그리니엄이 정리했습니다.
👉 2022년 상반기에 출시된 순환경제 펀드를 먼저 알고 싶다면?
순환 공급망 확장 위한 2억 달러 추가 모금 성공 💰
미국 뉴욕에 소재한 순환경제 투자기업 클로즈드 루프 파트너스(CLP·Closed Loop Partners). 지난달 6일(현지시각) CLP는 2억 달러(한화 약 2,600억원) 규모의 클로즈드 루프 리더십 펀드(Closed Loop Leadership Fund)의 펀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발표했습니다.
클로즈드 루프 리더십 펀드는 CLP가 운용하는 사모펀드입니다. 2019년부터 시작된 클로즈드 루프 리더십 펀드는 이번 펀딩 덕에 총 자산이 4억 7,500만 달러(한화 약 6,203억원)에 달하게 됐는데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유니레버, SK지오센트릭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펀드는 순환경제 사업 모델 확장에 중점을 두는데요. 이미 60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가 진행된 상황입니다.
CLP 측은 그동안 투자를 통해 680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줄이고, 92만 톤 이상의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는데요.
CLP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론 고넨은 “주요 투자자들을 포함하는 이번 펀드 마감은 순환경제 발전을 위한 이정표”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번에 모인 2억 달러의 펀드는 세계 순환 공급망 확장에 쓰인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난 7일(현지시각) 스페인 에너지 기업 렙솔(Repsol)은 순환경제 기술 개발 촉진을 위해 1억 5,000만 유로(한화 약 1,963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SC 넷제로 테크 벤처스(SC Net Zero Tech Ventures)라 불리는 이 펀드는 현지 벤처캐피탈사 수마 캐피탈(Suma Capital)과 협력해 관리할 예정인데요.
렙솔은 이 펀드에 5,000만 유로(한화 약 654억원)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 펀드는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순환경제 및 탄소중립 기술을 보유한 신생 스타트업의 성장 자금으로 사용됩니다.
렙솔 측은 녹색수소 생산 전문 스타트업인 선르기즈(Sunrgyze)와 도시 고체폐기물을 바이오에탄올로 전환하는 페르세오 바이오테크놀로지(Perseo Biotechnology)를 초기 투자 기업으로 선정했습니다.
유럽 및 북미 지역 정부, 순환경제 전환 위한 기금 조성 속도 붙어 🌍
아일랜드는 정부 차원에서 순환경제 혁신 기금을 조성했습니다. 지난 6월 아일랜드 환경보호국(EPA)은 자국 내 순환경제 기술 육성을 위해 65만 유로(한화 8억원) 규모의 기금 조성 계획을 밝혔습니다.
EPA의 순환경제 혁신 기금, 그린 엔터프라이즈(Green Enterprise)는 앞서 업사이클링 맥주와 풍력터빈 블레이드(날개) 재활용 등 24개 순환경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는데요.
올해 EPA는 기금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업 유형을 크게 5개로 세분화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제품 개발을 위한 순환디자인 사용, ▲제조산업 내 원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혁신 기술, ▲재사용 및 수리, ▲순환생산공정 개발 및 구현, ▲공유경제 등 순환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에 해당하는 아일랜드 기업은 최대 10만 유로(한화 1억원)까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 영국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ZWS(Zero Waste Scotland)란 순환경제 기금을 발표했습니다. ZWS는 2백만 파운드(한화 약 31억원) 규모의 기금인데요. 앞서 살펴본 곳들과 달리 섬유 및 의류 브랜드 등 순환패션 분야 기업들만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섬유는 중량 기준으로 폐기물의 4%에 불과하나, 스코틀랜드 가정폐기물에서 배출된 탄소배출량의 32%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이에 대해 로나 슬레이터 스코틀랜드 순환경제부 장관은 ZWS가 스코틀랜드 섬유 기업들의 “제안을 현실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이어 추후 다른 분야들도 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할 예정임을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등에서도 순환경제 산업 및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문 펀드이나 기금이 조성 중이거나 이미 집행 중인 상황입니다.
+ 스코틀랜드 순환 섬유 기금? 호주에서는 이미 시행 중! 🇦🇺
호주 빅토리아주는 2021년부터 재활용 빅토리아 혁신 기금(Recycling Victoria Innovation Fund)을 운영 중인데요. 빅토리아주 내 섬유 및 패션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아프리카도 순환경제 펀드 조성 시작돼 💵
오늘날 순환경제 펀드 조성에 가장 적극적인 지역은 북미와 유럽입니다. 그렇다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은 어떨까요?
올해 4월 말 유럽투자은행(EIB)은 순환경제 촉진을 위해 서큘레이트 캐피탈 오션 펀드(CCOF IB·Circulate Capital Ocean Fund IB)에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EIB는 최대 2,000만 달러(한화 261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CCOF IB는 싱가포르 투자 기업 서큘레이트 캐피탈(Circulate Capital)이 운영하는 투자 펀드입니다. 플라스틱과 기후 문제에 대처하고 순환경제를 촉진하는 펀드인데요.
회사 측은, EIB의 지원을 받아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내 신생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한단 계획입니다. 해당 펀드는 총 8,000만 달러, 우리돈으로 1,045억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인데요. 아직 추가 투자자를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아프리카 지역은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의 주도 아래 순환경제 펀드가 출시됐습니다. AfDB는 올해 초 핀란드 정부와 북유럽개발기금(NDF)로부터 400만 유로(한화 약 53억원)의 기금을 지원받았는데요. 향후 5년간 아프리카 내 ▲재생에너지, ▲기후스마트농업, ▲녹색제조업 등 순환경제에 부합하는 프로젝트에 투자될 계획입니다.
AfDB 측은 순환경제 펀드가 아프리카 내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감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우리나라에도 순환경제 펀드가 있을까? 🤔
아쉽게도 순환경제를 내세운 펀드는 없는데요. 다만, 임팩트 투자 기업 소풍벤처스가 기후테크 스타트업 및 창업가 육성을 위한 ‘임팩트 클라이밋’ 펀드에 포함돼 있는 상황입니다. SK 그룹 등 주요 대기업 상당수는 해외 벤처캐피탈사를 통해 순환경제 펀드에 투자자로 참여 중이란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