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석유, 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이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또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영향을 직격으로 맞고 있는데요.
에너지 가격이 고공 행진하는 동안 한국전력공사에 쌓인 적자만 지난 한해 5조 9,000억 원. 심지어 올해 1분기 적자는 7조 8,000억 원을 기록한 상황입니다.
이에 지난 6월 2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외교부·환경부 등과 함께 새정부 첫 에너지위원회(25차)를 열었는데요. 이날 위원회는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논의와 함께 ‘시장원리 기반 에너지 수요효율화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국가 에너지 효율을 25% 개선한단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서울시의 6년 치 전력 사용량에 맞먹는 에너지를 아낀단 계획입니다. 특히, 산업과 가정 등 주요 부문에서 에너지 수요효율화 혁신을 강도 높게 추진하기로 했는데요.
이번에 발표된 새정부의 에너지 수요효율화 중심으로의 전환이 어떤 의미인지 정리했습니다.
새정부 ‘경제성장↑·에너지소비↓’ 위해 에너지수요관리 정책 발표해 💡
그간 새정부는 에너지정책으로 원자력발전을 강조했는데요. 이날 발표에서는 수요 측면에 해당하는 ‘수요효율화’가 주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새정부의 에너지정책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에 대응하여 공급 측면에서는 원전 활용도를 제고하는 정책 전환”임을 밝혔는데요. 이어 이 장관은 “수요 측면에서는 공급 위주에서 에너지 수요효율화 중심으로의 전환이 양대 축”이라며 수요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수요효율화는 효율 향상을 통해 에너지 수요(소비)를 감소시켜 에너지 비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모두 줄이는 방법을 뜻합니다.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전원 믹스(석탄·원전·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의 구성) 중심의 에너지 전환정책이 화두가 되면서 수요효율화 정책에 대한 관심과 성과는 저조했다고 평가했는데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공급 증대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상황을 타파할 해결책으로 정부는 에너지 수요효율화를 강조한 것인데요.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7배 이상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 중입니다. *에너지원단위(효율)는 OECD 36개국 중 33위로 최하위 수준입니다.
또한, 경제성장에도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하는 **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한 독일과 일본과 달리, 한국은 경제성장과 에너지 소비량이 함께 증가하는 모습인데요.
한편, 거꾸로 보면 그만큼 수요관리의 효율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수요관리의 효과로 크게 4가지를 꼽았는데요. 먼저 ▲에너지 수입을 절감해 에너지 안보를 높이고, ▲***균등화 발전비용이 가장 낮고,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도 가장 높으며,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수요효율화 시장 등 신성장 동력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에너지 수요관리를 통한 수요효율화는 에너지 소비는 줄이면서 경제는 성장하는 탈동조화로 나아가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단 것!
*에너지원단위: 에너지사용량을 부가가치로 나눈 값으로, 경제활동에 투입된 에너지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지표.
**탈동조화: 경제가 성장함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하는 것처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고 간주되는 변수나 현상이 독자적 흐름을 보이는 현상. 영어로는 ‘디커플링·decoupling’이라 불린다.
***균등화 발전비용: 원료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 환경비용 등 발전하기 위해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수치화해 나타낸 가격.
‘산업, 가정·건물, 수송’에서 5년간 에너지 27% 줄일 계획 발표해 📜
정부는 2027년까지 서울시의 6년 치 전력사용량에 해당하는 2,200만 TOE(석유환산톤·1TOE는 원유 1톤이 갖는 열량으로 월 310kWh를 쓰는 가구가 1년 2개월간 쓸 수 있는 전력량과 같음)의 에너지 소비량을 감축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성 평가 지표인 에너지원단위를 2027년에 2019년 대비 25% 낮춘단 목표인데요. 이 경우 주요 7개국(G7) 평균 수준이 됩니다.
정부는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을 통해 ▲5,9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하고, ▲송배전 설비 비용 1조 3,000억 원 절감, ▲에너지 수입액 14조 6,000억 원 또한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는데요.
정부는 신규 일자리만 5만 2,000개를 창출할뿐더러, 가상발전소(VPP)와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등 유망 신산업 육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종합대책에 크게 산업, 가정·건물, 수송 등 3개 부문의 수요효율화 혁신 추진 계획을 담았는데요. 이 3가지 부문의 혁신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1️⃣ 산업
- 에너지 효율 혁신 파트너십 구축 🏭: 산업부는 우선 에너지 다소비 기업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 혁신을 위한 파트너십 KEEP(Korea Energy Efficiency Partnership) 30을 지원합니다. KEEP 30에는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 연간 20만 TOE 이상 다소비 기업이 우선 해당되는데요. 해당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경우 정부는 포상, 보증, ESG 인증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 에너지 공기업 대상 EERS 도입 ⚡: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에는 에너지효율향상 의무화제도(EERS)가 도입됩니다. 에너지 공급자는 에너지 판매량에 비례해 에너지 절감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요.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목표를 달성해야 하며, 미이행 시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미국의 경우 2019년 기준, EERS를 시행하는 주(州)는 미시행 주와 비교해 에너지 절감량이 약 4배 이상 높다고.
2️⃣ 가정·건물
- 에너지캐쉬백 전국 확대 💸 : 가정 부문에서는 3개 시군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된 에너지캐쉬백 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됩니다. 이 사업은 에너지 절감률이 평균보다 높은 세대·단지에게 캐쉬백을 제공해 전기절감률을 유도하는 것인데요. 시범 사업에서만 전기차 ‘니로 EV’ 기준, 약 1만 2,200대를 완충 가능한 정도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었다고.
- 에너지 소비 관리 강화 및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확대 🏢 : 건물 부문에서는 대형 기축 건물(연면적 3천m2 이상 상업·공공건물)의 경우 에너지 소비 관리가 본격화됩니다. 목표 달성 시 지방세 감면, 미달성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개선 이행 수단도 마련될 예정인데요. 신축 건물의 경우에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대상이 대형 공공건물에서 민간 건물 등으로 지속 확대될 예정이라고.
3️⃣ 수송
- 자동차 연비 제도 개편 🚘: 수송 부문에서는 친환경 미래차 추세에 맞춰 전기차 등급제를 도입합니다. 전비(전력당 주행거리) 개선을 위해 kWh(킬로와트시) 당 주행거리만 나타내는 단순 표시제에서 에너지 효율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개편한단 것. 또한, 차량 수는 3.6%에 불과하지만 수송 에너지의 21%를 사용하는 중대형 승합·화물차(3.5톤 이상)에도 연비 제도가 도입됩니다.
- 친환경차 보급 지원 🔋: 전기·수소차 적극 보급을 위해 보조금 지급 대상을 지속 확대하고, 지난 1월 시행된 ‘친환경차 구매목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운영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친환경 구매목표제는 렌터카업체, 대기업, 버스·택시·화물업체 등이 신차를 구입하거나 임대할 때 일정비율 이상을 친환경차로 의무 구매해야 하는 제도입니다. 더불어 충전 편의를 높이기 위해 전기·수소 충전기 설치·지원 보조금도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죠.
- 첨단 교통·항만 인프라 구축 🚢: 운송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기반시설(인프라)도 구축됩니다. 육상에는 주행 정보 공유가 가능한 차세대 지능형 교통망(C-ITS)을 구축하고, 해운·항만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에 기반한 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스마트항만이 구축될 예정입니다.
+ 디지털 기반의 수요관리도 본격화할 것! 🌐
정부는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수요관리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데이터 기반의 효율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실시하고, 디지털 트윈 수요관리 등 신산업 기반을 조성하며,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플랫폼인 한국형 *그린버튼(Green Button)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그린버튼: 에너지 소비자 또는 제3자가 에너지 소비 데이터에 쉽게 접근·활용할 수 있게 한 통합 데이터 플랫폼. 미국에서는 2012년 그린버튼 이니셔티브가 시작돼 현재 6,000만 가구가 사용 중이다.
에너지 효율화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 “전기요금부터 현실화해야” 📈
에너지 효율화 정책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으로 제안한 것은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도 2019년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을 통해 에너지 수요를 관리하고 효율을 강화하는 정책을 꺼낸 바 있는데요.
고유가, 공급망이 불안해질 때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가도 에너지 위기가 수그러들면 흐지부지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에너지 효율화가 탄소중립을 위해선 바람직한 방향이나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선 전기요금 현실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특히, 에너지 수요 절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모두 인지할 수 있도록 현실적 여건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저렴한 축에 든단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2020년 가정용 전기요금은 OECD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저렴했는데요. 반면, 같은기간 산업용 전기사용량을 포함한 한국의 1인당 전기사용량은 세계 3위 수준으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한편, 한전은 7월 1일부터 전기요금을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한전은 지난달보다 kWh당 5원 인상한 3분기 전기요금 조정단가를 6월 27일 발표했는데요. 이번 인상분은 연간 최대 조정폭에 해당합니다. 이에 따라 4인 가구(월 평균사용량 307kWh)의 월 전기요금 부담이 약 1,535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번 요금 인상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다음편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안의 영향과 전기요금 산정 방식 등 전기요금에 대한 궁금증을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