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대체불가능토큰), 암호화폐, 메타버스(Metaverse) 등 가상 기술이 떠오르는 기술을 넘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술들이 공통적으로 데이터와 에너지를 다량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야외활동을 대신해 여가를 즐기기 위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업무 또한 재택근무가 증대되며 줌(ZOOM), 구글 미트 등 화상회의 서비스가 일상화됐는데요.
물론 ‘겨우 데이터 조각이 얼마나 탄소를 배출한다고?’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트 코인 1개와 이더리움을 1개 거래하는 데 배출되는 탄소는 각각 350kg과 39kg으로 추정되는데요.
지금은 자유롭게 펑펑 쓰고 있지만, 만약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서 한 달에 단 30분만 인터넷을 쓸 수 있다면 어떨까요? 보이지 않아 체감도 잘 되지 않는 온라인 활동의 탄소배출. 오늘 그리니엄에서는 온라인의 숨겨진 영향을 예술로 시각화해 드러낸 전시 ‘MB>CO2’를 소개합니다.
보이지 않는 온라인 탄소발자국, 예술로 드러내다 🌬️
네덜란드의 생태예술가 티스 비어스테커는 온라인 활동으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기계를 개발했습니다. 이 기계는 3대의 모니터와 미니 컴퓨터, 모니터마다 2개씩 달린 다이얼 패널, 구형 테라리움*인 ‘비오톱(biotope)’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우선 미니 컴퓨터가 알고리즘을 통해 3개의 모니터에 나타나는 각각의 온라인 활동을 추적합니다. 온라인 줌(Zoom) 화상회의, 스포티파이(음악재생 앱) 등 다양한 활동이 모니터에 표시되는데요.
첫 번째 패널에는 데이터 사용량, 두 번째 패널에는 사용량에 따른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추정치가 표시됩니다. 관객은 추정치만큼의 CO2 가스가 비오톱에 분사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관객들은 모니터 창 중 하나에 직접 화상통화를 걸 수 있는데요. 이때도 컴퓨터 알고리즘은 호출에 의해 생성되는 분당 배출량을 추정해 해당 수치만큼 CO2 배출을 지시합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알고리즘이 추정해 호출자(관객)의 컴퓨터 위치뿐만 아니라 IP주소를 기반으로 서버 위치도 고려한다는 것인데요.
비어스테커는 알고리즘이 서버가 위치한 국가의 ‘지역별 전력원(에너지 믹스)’를 기반으로 배출량을 계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예컨대 독일은 네덜란드보다 석탄에 의존하는 에너지믹스가 더 많아, 화상통화시 더 많은 CO2가 배출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테라리움(Terrarium): 토양 및 식물을 포함하는 밀봉 가능한 유리 용기
넷플릭스, 줌 회의가 얼마나 탄소를 배출하겠어? 👣
비어스테커는 전기 사용과 데이터센터의 열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보여주기 위해 해당 전시를 고안했다는데요.
미국 컨설팅 기업 가트너(Gartner)의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는 이미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전체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및 탄소 배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합니다.
특히, 비어스테커는 코로나19 대유행 직후 인류의 데이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사실을 강조합니다. 2021년 미국 예일대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재택 명령이 내려진 첫 달 동안 인터넷 사용은 40% 증가했습니다.
대유행 중 회의는 온라인 화상회의로 대체됐고, 많은 이가 집안에 틀어박혀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를 빈지뷰잉(몰아보기)했습니다. 더불어 의료·쇼핑·교육 등 많은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전환돼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가 폭증했죠.
실제로 영국 일간지 더가디언에 의하면, 넷플릭스 인기 순위 상위 10개 프로그램에서 배출된 CO2는 자동차가 약 11억 3,000만 마일(18억 km)을 이동할 때 내뿜은 것과 맞먹었습니다. 이는 지구와 토성 사이의 현재 거리와 비슷한데요.
이에 비어스테커는 “코로나19 대유행 중 우리는 오염된 교통체증에서 오염된 데이터의 온라인 고속도로로 전환했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는 이어 지속가능한 데이터 사용으로 전환하기 위해 지구촌 전체가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설치물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했습니다. 95%의 재활용 철을 이용했고 스크린과 컴퓨터도 에너지 저소비 제품을 사용했는데요. 다만, 비오탑을 채우는 데는 산업용 CO2가 사용됐습니다.
식물과 공존 가능한 시간은 한 달에 30분…우리 지구는? 🌏
이 설치물은 현재 네덜란드에 있는 스튜디오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비어스테커는 설치물을 세계 각지로 보내 전시하는 대신,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청중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설치물이 가동되는 시간은 매달 약 30분가량인데요.
1,100ppm 이상의 CO2를 맞으면 식물의 잎이 모두 쪼그라들고, 더 과한 CO2가 들어오면 비오탑 속 식물이 죽기 때문입니다.
CO2가 과도하지만 않다면 비오톱 속 식물은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때로는 복잡한 문제를 더 작고 관련성 있게 만들면 더 큰 그림을 다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티스 비어스테커
이 설치물은 인터넷 사용의 실제적 영향을 직관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CO2에 흐려지는 비오탑은 지구입니다. 시들어가는 식물은 우리의 자연이자 우리 자신이죠. 관객들은 설치물을 통해 인터넷 사용이 가져오는 실제적 영향을 시각으로 인지하고 의식함으로써 자신의 인터넷 사용을 재고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데요.
당장에 모든 인터넷, 데이터 사용을 끊을 수는 없는 상황. 비어스테커는 “휴일에 10MB의 첨부사진을 보내지 않고, 화상회의를 건너뛰는” 등 사람들에게 지속가능한 데이터 사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비오탑에 허용된 30분처럼, 지구에게 허용된 ‘30분’ 내에서 어떻게 인터넷 사용을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