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나라 콜롬비아. 안데스 산맥의 비옥한 토양과 온화한 기후 등으로 세계 주요 커피 수출국인데요. 이달 초부터 콜롬비아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스타벅스에서 독특한 라떼를 만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 콜롬비아는 이달 초, 자사 음료에 사용하는 비건 우유 선택지에 새로운 선택지를 추가한단 소식을 발표했는데요. 일명 ‘낫밀크(NotMilk)’를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낫밀크는 두유, 아몬드, 코코넛, 귀리를 활용한 대체 우유에 이은 5번째 선택지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미 4가지 선택지가 있는데도 스타벅스 콜롬비아가 낫밀크를 추가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스타벅스가 선택한 대체 우유, 그런데 파인애플과 양배추를 곁들인 🍍
한국에서도 아몬드, 귀리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 우유를 접하기 쉬워졌습니다. 축산업과 낙농업의 탄소발자국 및 환경 영향이 크단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인데요.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WID)에 따르면, 유제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식물성 우유에 비해 3~4배 가량 많습니다. 토지사용량, 물 소비량, 생태계 오염 등 환경 영향도 비할 수 없는데요.
이러한 사실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식물성 우유 선택을 꺼립니다. 왜일까요? 식물성 우유를 먹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식물성 우유 특유의 밍밍함과 곡물 냄새는 호불호의 원인이 됩니다.
견과류나 곡물이 기존 우유의 부드러움과 고소한 풍미를 완벽히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죠.
낫밀크를 개발한 칠레 푸드 테크 스타트업 낫코(NotCo)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에 주목했습니다. 이 스타트업에는 생명공학자와 생화학자, 컴퓨터 과학자가 모여 ‘진짜 우유’스러운 맛과 질감을 재현했는데요.
이를 위해 낫코는 1년 반이란 시간을 들여 AI 주세페를 개발했죠. 인공지능 주세페의 이름은 식물을 조합해 사람 얼굴을 그린 그림으로 유명한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에서 따왔습니다.
AI 주세페의 목표는 그 이름처럼 식물 성분을 조합해 우유 및 유제품의 맛과 식감을 만들어내는 것인데요. AI가 어떻게 우유의 맛과 질감을 모방할 수 있을까요? 낫코가 개발한 알고리즘과 머신러닝 덕분인데요.
먼저 낫코는 AI 주세페를 활용해 우유와 유제품 성분을 분자 수준에서 분석했습니다. 이후 30만여 개 이상의 식물 특성을 분석해 데이터베이스(DB)로 저장했죠.
이후 AI 주세페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우유 및 유제품 성분을 모방할 수 있는 조합을 찾았습니다. 유명 셰프로 구성된 팀이 AI 주세페가 내놓은 조합을 직접 요리해 맛보고 평가했는데요.
평가 결과는 생성적 신경망(Generative Neural Network)에 기입됩니다. 신경망에 연결된 AI 주세페는 평가를 학습해 머신러닝으로 더 최적화된 조합을 내놓는데요.
이 과정을 반복해 주세페가 찾은 결과는 독특했습니다. 우유의 맛을 내기 위해 파인애플과 양배추를 소량 사용하고, 치커리 뿌리와 코코넛으로 질감을 만들었죠.
위 재료들은 견과류나 곡물을 사용하던 대체 우유에는 전혀 사용된 적 없는 원료였는데요. 이외에도 완두콩, 해바라기유 등 복합적인 원료가 사용됐습니다.
덕분에 우유와 맛도 흡사하면서 거품도 나면서 홀짝이고 후루룩 마실 때의 질감까지 따라 한 우유를 만들 수 있었단 사실!
스타벅스 전체 탄소배출량 중 21%, 낫밀크가 줄일 수 있어! 💭
스타벅스가 우유를 대체할 식물성 우유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 유제품이 스타벅스 탄소발자국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가 내놓은 2020년 환경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유제품이 스타벅스 전체 탄소발자국의 21%를 차지했는데요.
같은해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인 케빈 존슨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식물성 우유 같은) 대체 우유는 (배출량에 대한) 해결책에서 큰 부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죠.
그렇다면 낫밀크는 기존 우유에 비해 얼마나 지속가능할까요?
낫코는 기존 우유에 비해 낫밀크가 생산 시 에너지 사용과 이산화탄소 배출은 74%, 물 소비량은 92%나 줄어든다고 밝혔는데요. 하루 한 번 우유를 낫밀크로 대체하면 물 275갤런(약 1,000리터)과 16kWh(키로와트시)의 전력, 13파운드(약 6kg)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바꾸면 각각 52시간의 샤워 시간만큼의 물과 12시간의 램프를 켤 전력, 일반 승용차 1대가 1.6km 주행하는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2)에 해당한단 것!
아메리카의 대체 우유는 낫밀크가 맡을게, 한국은 누가 맡을래? 🌎
대체 우유에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낫코와 낫밀크는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7월에는 2억 3,500만 달러(한화 약 3,000억 원)의 시리즈 D 투자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미국 대형 유통기업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이조스 또한 일찍이 낫코의 가능성을 알아봤다는데요. 베이조스의 투자재단인 베이조스 엑스피디션스는 무려 2019년부터 낫코의 투자자였다고.
마티아스 머치닉 낫코 CEO는 올해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22년 계획으로 남미를 시작으로 세계로 뻗어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스타벅스 콜롬비아의 낫밀크 도입은 지난해 스타벅스 칠레 매장에 진출한 데 이은 두 번째인데요. 콜롬비아에 이어 멕시코도 직접 운영할 계획이라 말했죠.
뿐만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홍콩, 중국 진출까지 확정된 상황인데요. 한국 진출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죠.
한국에서도 두유에 이어 아몬드, 귀리 등 다양한 식물성 대체 우유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2015년 매일유업이 블루다이아몬드사와 합작해 아몬드 우유를 출시한 이후로 서울우유, 풀무원 등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데요. 지난해 나스닥에도 상장된 스웨덴 기업 오틀리의 귀리 우유는 동서식품에서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국내 대체 우유 시장. 앞으로는 또 어떤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까요? 그리니엄에서도 계속 주목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