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한 곳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예상외의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S&P는 미국 상장사의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경영을 평가한 주가 지수인 S&P 500 ESG 지수에서 테슬라를 퇴출했다고 밝혔는데요.
그간 테슬라는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기업일뿐더러,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선두주자로 평가받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S&P ESG 지수에서 테슬라가 퇴출당했단 소식이 더 놀랍게 들리는데요.
오늘 그리니엄은 S&P 500 ESG 지수는 무엇인지, 이번 테슬라의 퇴출 소식이 어떤 의미인지 그 이유에 대해서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S&P 500 ESG 지수, 너의 정체는? 🤔
ESG는 환경보호(Environment)·사회공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입니다. ESG 경영은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고려하면서 법과 윤리를 적극적으로 지키는 경영을 말하는데요. 지난 몇 년간 기업의 ESG 경영이 장기적 수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단 의식의 확산과 함께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지표로 자리매김했죠.
그러나 기업들의 ESG 경영 정보를 투자자들이 파악하기란 어려운데요. 이에 국내외 주요 신용평가사와 금융기업이 환경보호·사회공헌·윤리경영과 관련된 여러 데이터를 종합 및 평가해 수치로 산출한 ESG 지수를 제공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0년 기준 ESG 지수에 연결된 자산 규모는 117억 달러(한화 약 14조 8,000억 원)에 달하는데요.
그중에서도 S&P 500 ESG 지수는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제공하는 주가 지수 중 하나입니다. 애플, 구글, 월마트 등 미국 증시 내 우량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S&P 500 ESG 지수. S&P는 각 기업의 공개 데이터와 자체 설문조사를 토대로 데이터를 수집해, 이틀 토대로 점수를 산출하는데요. 이후 점수를 비교해 S&P 500 ESG 편입 및 퇴출 종목을 발표하죠.
S&P 500 ESG 지수는 매년 4월과 9월에 정기적으로 재조정되는데요. 현재 S&P 500 ESG 지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ESG 지수와 함께 가장 범용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투자자 상당수가 S&P ESG 지수를 투자 판단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이번 퇴출은 테슬라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테슬라가 퇴출당한 이유, E·S·G로 나누어 살펴본다면! 📝
테슬라가 S&P 500 ESG 지수에 편입된 건 작년 5월이었습니다. 불과 1년만에 퇴출된 상황인데요. S&P ESG 지수 북미 책임자인 마가렛 돈은 자신의 블로그에 “테슬라는 내연기관차의 비중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으나, ESG와 관련해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동종업계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설명합니다.
구체적으로 미흡한 탈탄소 전략, 테슬라 공장에서 보고된 인종차별과 열악한 근무조건 등이 테슬라의 ESG 지수 탈락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이를 E, S, G 각각의 분야로 나누어 살펴보자면.
1️⃣ Environment: 탈탄소 전략 미흡해! ☁️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기업인 테슬라는 사명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 가속화’를 내걸고 있습니다. 허나, 기업 목표와 다르게 테슬라는 환경 영향 부문에서 소홀하단 지적을 받아왔는데요. 마가렛 돈 S&P ESG 지수 북미 책임자도 테슬라의 ESG 지수 탈락 원인으로 가장 먼저 미흡한 탈탄소 전략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테슬라는 지난 2월 미국 환경보호청(EPA)로부터 27만 5,000달러(한화 약 3억 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습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테슬라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유해 대기물질 배출과 관련해 청정공기법(Clean Air Act)을 위반했는데요. 이와 함께 수년간 차량의 탄소배출량 추적을 소홀히한 문제도 지적됐죠.
이밖에도 테슬라가 올해 1분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의하면, 현재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폐기물을 처리한 것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는데요. 독일에서도 사용 후 배터리 반환 규정을 어긴 이유로 벌금을 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 Social: 테슬라 공장 내 인종차별 문제 📢
또한,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있는 테슬라 공장에서 보고된 인종차별 논란도 ESG 지수 퇴출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지난해 10월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에서 엘리베이터 운영자로 일했던 직원이 인종차별 및 근무 중 괴롭힘으로 회사를 고소했는데요. 캘리포니아 연방 법원 배심원단은 해당 직원의 모든 주장을 인정하여 테슬라 측에 보상금 690억 달러(한화 약 82억원)과 징벌적 손해배상금 1억 3,000만 달러(한화 약 1,545억원) 지급을 명령했죠.
올해 2월에는 같은 이유로 캘리포니아 공정고용주택부(DEFH)가 직접 테슬라를 고소했는데요. DEFH는 테슬라가 흑인 근로자에게 육체적으로 더 힘들고 위험한 임무를 부여했을뿐더러, 이에 불평하면 보복했단 근거를 확보했다고 밝혔죠.
이와 별개로 테슬라는 인종차별과 성희롱 등과 관련해 수많은 소송을 당한 바 있는데요. 지난해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는 테슬라의 노동 정책이 불공정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3️⃣ Governance: 비즈니스 행동 강령 부재 🏛️
마가렛 돈 S&P ESG 지수 북미 책임자는 테슬라의 ‘비즈니스 행동 강령’이 부재한 점을 지적했는데요. 여기에는 부패와 뇌물 사건 및 반경쟁 관행 발생 등에 대한 투명한 보고가 포함됩니다.
한편,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각) 테슬라 자동차 운행 중 3명이 사망한 사고의 원인이 자동 조종 장치 결함일 수 있단 보도를 내놓았는데요. WSJ는 “현재 미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RSA)이 조사를 진행 중이며, 테슬라의 자동 조종 장치 기능과 관련된 30건 이상의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S&P는 해당 사건의 안전성 조사 등이 점수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습니다.
테슬라의 퇴출, 기업의 윤리 강화와 ESG 훼손 사이에서
S&P의 발표에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즉각 반발했습니다. 그는 트윗으로 “(대표적 화석에너지 기업인)엑손은 S&P 500 ESG 지수에서 세계 10위에 올랐지만 테슬라는 목록에 오르지 못했다”고 비판했는데요. 이어 “ESG는 사기”라며 “ESG가 가짜 사회 정의를 외치는 전사들에 의해 무기화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테슬라의 S&P 500 ESG 지수 퇴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테슬라를 포함해 블리자드, 뉴스 코퍼레이션 등 총 35개 기업이 S&P 500 ESG 지수에서 퇴출됐는데요.
이번 사건이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및 지배구조에서의 기업 책임을 강화하게 될지, 아니면 오히려 ESG의 개념이 훼손되는 시작이 될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