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릴 가림막 재활용한 캐릭터 상품, ‘예쁜 쓰레기’될까 걱정된다면?

지난달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 해제됐습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던 투명 가림막 등 방역 물품이 폐기물로 물밀듯 쏟아지고 있는데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마스크와 함께 처리해야 할 폐기물이 계속 추가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 투명 가림막은 재활용이 쉽지 않단 점입니다. 투명하고 하얀 플라스틱 가림막은 PC(폴리카보네이트), PET(페트) 등 여러 소재가 사용되기 때문인데요. 더욱이 대부분의 투명 가림막에는 재활용 분류 표시가 없습니다.

이에 곳곳에서 마스크, 투명 가림막 등 코로나19 방역 폐기물의 ‘업사이클링(새활용)’에 주목하는 기업·단체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19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모형 태양광 자동차(왼)와 그립톡(오)_인그래픽스, 마스크두잇 제공

환경 위한 업사이클링, 자칫 잘못하면 ‘예쁜 쓰레기’ 양산될 수도! 🗑️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과 시도가 늘면서, 일각에선 우려할만한 점들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볼까요?

최근 한 사회적 기업은 버려진 투명 가림막을 활용해 장애인 미술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교구를 만들었습니다. 이 기업은 가림막으로 캐릭터 모양의 무드등모형 태양광 자동차를 만들었죠.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후 폐기된 가림막으로 독서대를 만든 지역센터도 있습니다.

폐마스크에 주목한 모 대학의 동아리는 그립톡, 돋보기 안경을 만들었는데요. 엘리베이터의 손을 대지 않고 버튼과 스위치를 누르는 터치프리키도 제작했죠. 폐마스크까진 아니더라도 공장에서 폐기된 마스크 원단을 업사이클링해 반려동물용 배변패드를 개발한 창업 동아리도 있습니다.

굵은 글씨체로 표시한 업사이클링 제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유용성이 떨어지거나 너무 빠르게 쓸모를 다하는 소모품이란 것입니다.

물론 매립지나 소각장으로 직행할 뻔한 폐기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단 의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업사이클링 제품은 짧게는 수일 안에 다시 폐기물에 처하게 될 수 있는데요. 뿐만 아니라, 업사이클링 과정에서 여러 재료가 복합적으로 사용됐기에 2·3차 재활용이나 새활용이 어렵단 한계도 있단 것!

즉, 무작정 업사이클링 하다간 쓸모보다 예뻐서 소비하는 물건인 ‘예쁜 쓰레기’마냥, 또다른 쓰레기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단 것!

 

© Johannplasto

독일 플라스틱 공방이 폐마스크로 ‘공구함’을 만든 이유는? 🛠️

독일 드레스덴에 위치한 플라스틱 공방 ‘요한플라스토(Johannplasto)’에서 그 힌트를 엿볼 수 있습니다. 요한플라스토는 2021년 독일 동부 작센주의 드레스덴이란 도시에 설립됐습니다. 설립자인 토마스 피터번즈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생성된 엄청난 양의 의료폐기물 중 폐마스크에 주목했는데요.

기계 엔지니어인 그는 폐마스크를 비롯해 플라스틱 뚜껑, 포장재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기로 마음먹었죠.

피터번즈의 재활용 방법은 단순합니다. 그는 먼저 드레스덴 주민들로부터 폐플라스틱을 수거했는데요. 폐마스크의 경우 세척 후 폴리프로필렌(PP)이 아닌 소재, 즉 마스크의 끈과 철심을 분리하죠. 이후 플라스틱을 녹이고 틀에 부어 굳히면 끝!

여기까지만 보면 앞서 살펴본 사례들과 뭐가 다를까 싶은데요. 피터번즈가 녹은 플라스틱으로 무엇을 만드느냐에 있습니다.

피터번즈는 폐마스크를 스크루드라이버 등이 담긴 공구 세트로 업사이클링했습니다. 공구 세트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약 14일. 이 중 10일 정도는 수집 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없는지 확인하는 기간인데요.

공구 세트의 가격은 46유로(한화 약 6만 원), 한 세트당 약 100개의 마스크가 사용됩니다. 피터번즈는 공구 세트에는 금속 부품과 PP만을 사용했고, 몸체와 상자는 100% PP 단일 소재를 사용한 덕에 계속해서 재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플라스틱으로 무언가를 생산할 때 유용하고 수명이 긴 제품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죠. 요한플라스토는 매달 1,000개 이상의 폐마스크를 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현재는 드레스덴을 넘어 다른 도시와 협력해 더 많은 폐플라스틱을 수거하는 것을 계획 중입니다.

 

© Circularmonday

지속가능한 업사이클링? 애초에 업사이클링이 ‘필요 없도록’ 만들어야 해! 🎨

이처럼 업사이클링은 ‘무엇을’ 재활용할 것이냐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무엇으로’ 디자인해 재활용·재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수명이 짧은 업사이클링 제품은 금세 새로운 폐기물로 버려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똑같은 폐마스크를 녹여 업사이클링해도 금방 버려질 소모품을 만들지, 오래오래 사용해 재활용될 실용품을 만들지는 전적으로 디자이너의 몫입니다

지속가능한 순환 비즈니스 구축에 앞장서는 엘렌맥아더재단이 순환경제 구축에 디자인(설계)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제품을 처음 설계할 때부터 재사용·수리·재제조를 고려해야 폐기물 발생 자체를 피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도 재활용·업사이클링 운동을 통해 폐기물도 자원이란 인식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순환성까지 고려한 아이디어들을 더욱 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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