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니엄은 일찍이 순환경제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약 80%는 설계, 즉 디자인 단계에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자원이 순환되기 위해선 설계에서부터 순환이 의도되는 순환디자인이 고려돼야 하는데요.
최근 내로라하는 기관 9곳의 디자이너들이 인류와 지구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고자 힘을 합쳤단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난 4월 21일, 세계 창의성과 혁신의 날(WCID)에 맞춰 출범한 디자인 포 굿(Design for Good)의 이야기인데요. 글로벌 비영리 동맹인 디자인 포 굿에는 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 미국 식품 대기업 제네럴 밀스를 포함해 컨설팅 전문 기업 맥킨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민간 부문을 선도하는 기업 8곳과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디자인 포 굿에 속한 디자이너들은 유엔에서 정한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맞춰 솔루션을 내놓는 것이 목표인데요. 디자인 포 굿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단 것인지 정리했습니다.
SDGs 달성 극대화할 제품·서비스 개발을 위한 비즈니스 동맹, 디자인 포 굿 🎨
디자인 포 굿에 속한 9개 기관의 매출만 약 4,000억 달러(한화 약 482조원) 이상. 직원 수도 약 100만 명에 달할뿐더러, 디자이너만 해도 5,000명에 달하는데요. 디자인 포 굿은 풍부한 자금과 인력을 바탕으로 SDGs 17개 목표에 부합하는 오픈소스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 디자인 포 굿에 가입한 기관은 자금을 제공하고, 소속 디자이너들은 실현가능한 솔루션(기술)을 개발하는 형태인데요. 각 기관의 디자이너가 모여 약 5일간 제품을 구상하고, 이후 다른 기업 및 시민단체(NGO)와 협력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죠.
디자인 포 굿은 창립연도인 올해는 SDGs 6번 목표인 ‘깨끗한 물과 위생’에 초점을 맞춰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당장 오는 6월부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디자이너를 모으고, 6번 목표와 관련된 주요 데이터와 자료를 기반으로 깨끗한 식수 공급 및 위생 향상을 위한 설계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중 SDGs 목표 달성에 가장 큰 기여를 할 것 같은 제품은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어 현장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는데요. 각각의 프로토타입은 전문가 패널 평가를 거친 후 실제 생산할 제품을 고를 예정입니다. 현재 홈페이지에 공개된 일정에 의하면, 디자인 포 굿은 최대 4개 제품까지 생산을 고려 중에 있는데요. 해당 프로토타입은 오는 11월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왜 SDGs 1번이 아닌 6번부터 시작했는지 묻는다면 🚿
컨설팅 전문 기업 맥킨지의 파트너이자 디자인 포 굿의 이사인 베네딕트 쉐퍼드는 크게 3가지 이유로 SDGs 6번을 선택했다고 밝혔습니다.
첫째, SDGs 6번 목표는 지난해 11월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목표였는데요. 둘째, 위생 제품의 설계 및 재사용 생태계를 위한 디자인은 여러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단 것!
마지막으로 쉐퍼드 이사는 “모든 대륙에서 긴급하게 필요로 하는 도전”이란 점도 강조했는데요.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인구의 약 26%인 20억 명은 깨끗한 식수에 접근할 수 없고 46%인 36억 명은 안전한 위생시설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디자인 솔루션, 홈페이지에서 오픈소스로 무료 공개될 예정 💭
디자인 포 굿 내로라하는 비즈니스 업계와 학계가 연합한단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간 디자이너들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등을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씨름해오긴 했으나, 디자인 포 굿과 같은 연합 형태로 해결책을 탐구하려 했던 적은 전례가 없는데요.
무엇보다 이들이 매년 내놓을 디자인 솔루션은 홈페이지에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현재 디자인 포 굿 홈페이지에는 각 조직에서 참여할 디자이너들의 명단이 일부 공개돼 있습니다. 공개된 이들의 경력을 살펴보면, 일찌감치 디자인을 통해 환경 및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이들의 경력을 잠깐 들여다본다면.
- 네슬레 👩🎨: 소속 디자이너로 참여한 시메나 오라일리의 경우 지속가능한 패키지 소재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오랫동안 진행했는데요. 2013년 네슬레에 합류한 이후 브랜드 디자인 전략 전반을 이끌고 있다고.
- 필립스 💊: 헬스케어 전문 기업 필립스의 숀 카니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는 사람과 혁신 중심의 열린 디자인을 강조하며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에서 연이어 수상한 경험이 있는데요. 디자인 포 굿에서도 마찬가지로 열린 디자인을 강조할 것이라고.
- 로지텍 👨💻: 스위스 컴퓨터 소프웨어 제작사 로지텍의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포 굿의 CDO인 알라스테어 커티스는 “기후변화, 빈곤, 물과 위생, 불평등 등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환경 및 사회적 문제의 규모를 해결하려면 거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이어 “디자이너의 역할은 인류의 삶의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며, (디자인 포 굿은)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덧붙였습니다.
디자인 포 굿에 참여한 9개 기관 중 한 곳은 영국 왕립예술대학교(RCA)입니다. RCA는 세계적으로 유명 디자이너를 배출하는 곳으로 잘 알려졌는데요. RCA는 기업과 민간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디자인을 통해 협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디자인 포 굿에 참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폴 앤더슨 RCA 교수는 광범위한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을 고안하기 위해선 디자인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닉 드 레온 RCA 교육 및 지식 교류 책임자 또한 “디자인 포 굿이 산업계와 학계의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다”며 “세계에 닥친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구상하기 위해선 (디자이너들이) 특별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역설했죠.
+ 물론 이런 점은 지켜봐야 해요 🤔
미국 경제 전문지 패스트컴퍼니는 디자인 포 굿에 소속된 일부 회사는 환경 관련 실적이 좋지 않은 점을 지적했는데요. 패스트컴퍼니는 “(디자인 포 굿에 소속된) 펩시와 네슬레는 세계 최고의 플라스틱 오염기업이란 비판을 자주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패스트컴퍼니는 이들 기업이 디자인 재능과 함께 세계적으로 소비자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덧붙였는데요. 디자인 포 굿이 앞으로 인류와 지구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