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역발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끈기로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와 날개 없는 선풍기 등을 개발한 다국적 기술 기업 다이슨(Dyson). 이곳의 설립자이자 최고 엔지니어인 제임스 다이슨은 진공청소기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 무려 5년간 5,127개의 시제품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에 그는 “좌절은 우리의 발명 정신을 이끄는 원동력”이란 명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다이슨은 혁신과 디자인을 강조하며 세계 가전 시장의 판도를 뒤바꿨단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제임스 다이슨은 2002년 ‘제임스 다이슨 재단(James Dyson Foundation)’을 설립해 차세대 엔지니어 양성에 힘쓰고 있는데요. 재단은 2005년부터 국제 공모전인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James Dyson Award)’를 진행하고 있죠.
올해는 3월 16일부터 오는 7월 7일까지 국내 참가자를 모집하단 소식! 이에 그리니엄이 지난 대회에서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34개국에서 개최된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차세대 발명가 찾아’ 💡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에 입상했단 사실은 곧 차세대 발명가로 인정받았단 뜻인데요. 이 대회는 엔지니어링 및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는 전 세계 청년들을 대상으로 일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 및 지원한단 목적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6년 이후 올해로 7년째를 맞았고, 한국을 포함해 영국·스위스·미국·태국·인도 등 34개국에서 개최돼 우승자를 가르는데요.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대회는 크게 ▲국내전, ▲국제전, ▲지속가능성 부문으로 나누어 수상됩니다. 먼저 재단은 대회가 진행되는 국가에서 국내전 우승작 및 입상작을 선정하는데요. 이 중 20개는 다이슨 엔지니어들의 평가를 거쳐 국제전 우승 후보작으로 꼽히고,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을 포함한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국제전 및 지속가능성 부문 우승작이 최종 발표되는 구조죠.
세 부문 중 지속가능성은 2020년에 신설된 부문인데요. 재단은 해마다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출품작이 다수 제출됨에 따라 이를 별도로 신설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지속가능성 문제를 다루거나, 설계·재료·생산 등의 과정에 지속가능성을 결합한 최고 응모작에게 수여되고 있습니다.
폐농산물과 태양광 패널의 만남? 2년간 연구 끝에 개발된 아우레우스! 🥕
그렇다면 지속가능성 부문 첫 우승자는 누구였을까요?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첫 지속가능성 부문 수상의 영광은 아우레우스(AuReus)를 만든 카비 에렌 메이그에게 돌아갔습니다. 메이그가 만든 아우레우스는 내구성이 강한 반투명 재질의 태양광 패널입니다. 기존 태양광 패널는 빛 에너지의 일부 파장대만 전기로 전환해 100% 효율 달성이 어렵단 한계가 있는데요. 아우레우스는 버려졌단 파장까지 확대해 빛에너지를 전기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아우레우스는 태양을 마주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외선을 포집한 후 가시광선으로 변환시켜 전기를 생산하죠. 즉, 직사광선이 부족한 날에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단 것인데요.
이를 위해 메이그는 폐농산물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농산물을 압축 후 증류하는 과정에서 ‘생물발광(Bioluminescence)’ 효소를 추출했는데요. 이 효소가 태양광 패널 가장자리에 반사된 자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2년간 78종의 작물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고, 최종적으로는 9종이 아우레우스 제작에 활용됐다고 밝혔는데요.
메이그는 필리핀 내 폐농산물 급증 문제를 고민한 결과, 아우레우스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우레우스는 대기 중 자외선이나 감마선 등 에너지를 흡수해 빛을 내는 현상 오로라(Aurora)와 원리가 비슷하단 점에서 이름을 지었는데요. 고층건물 유리창 등 기존 구조물에 다양한 모습으로 부착이 가능하단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다만, 아직 실제 제품이나 건물에 부착된 사례는 없는데요. 메이그는 현재 아우레우스를 천이나 실처럼 얇게 만들어 옷에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플라스틱 종류 구분이 어렵다고? 간단한 스캐너 통해 재활용률 ↑ 🥤
지난해 제임스 디자인 어워드 지속가능성 부문 우승작은 플라스틱 스캐너 프로젝트(Plastic Scanner Project)였습니다. 네덜란드 델프트대학교 산업디자인공학과 대학원생 제리 드 보스가 개발한 것인데요.
스마트폰처럼 생긴 이 스캐너는 플라스틱에 갖다 대면 재활용 가능 여부를 알려줍니다. 스캐너에 부착된 8개의 LED가 물체를 비추면 센서가 빛 반사율을 측정해 어떤 종류의 플라스틱인지 보여주는 방식인데요. 이 플라스틱 스캐너로 분류할 수 있는 플라스틱은 총 5종류(PET·PE·PVC·PP·PS)이며, 분석 결과가 어느 정도로 정확한지 수치도 함께 표시됩니다. 이를 통해 일반인들은 플라스틱의 재활용 여부를 손쉽게 구분할 수 있죠.
드 보스는 “플라스틱을 쉽고 빠르게 재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스캐너를 개발했다”며 “개발도상국에 있는 재활용업체에게 문제점을 직접 물어보고 제품에 반영했다”고 밝혔는데요.
기존에도 플라스틱 스캐너가 출시된 적은 있으나 높은 가격 때문에 개발도상국에서는 도입하기 어려웠단 사실! 드 보스가 개발한 방식은 최대 5,500만 원에 달했던 플라스틱 스캐너 단가를 약 50만 원대로 줄였는데요. 제품 발명 취지에 맞춰 홈페이지에 오픈소스를 공개해 놓고 있으며, 모든 구성 요소가 담긴 제작키트도 제공하고 있단 것도 특징입니다.
제임스 다이슨은 프로젝트를 심사하면서 “모든 사람이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기술”이라며 “드 보스의 작업은 고무적이다”고 평가했는데요. 현재 드 보스는 플라스틱 스캐너 상업화를 위해 팀원을 모아 활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속가능성 부문 말고도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넘쳐나! 💕
앞서 말한 것처럼 재단은 지속가능성 관련 출품작이 다수 제출돼 지속가능성 부문을 별도 신설했다고 밝혔는데요. 실제로 이전 출품작들을 살펴보면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혁신적인 제품을 볼 수 있습니다.
2018년 국제전 수상작으로 선정된 오-윈드 터빈(O-Wind Turbin)은 도심 속 고층건물 사이에 발생하는 바람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해보자란 생각에서 나온 도심 풍력발전기입니다. 영국 랭커스트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니콜라스 오레야나와 야신 누라니란 학생들이 개발했는데요.
이 둘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화성 탐사를 위해 개발한 ‘텀블위드 로버(Tumbleweed Rover)’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오-윈드를 개발했죠. 텀블위드 로버는 화성에서 부는 바람을 추진력 삼아 굴러다닐 수 있도록 축구공 모양으로 개발된 로봇인데요.
오레야나와 누라니는 텀블위드 로버의 구조를 오랜기간 연구해 3D 풍력발전용 터빈 기술을 내놓았습니다. 작은 공 모양의 오-윈드 터빈은 겉면에 배출구가 있어 어느 방향에서도 바람이 통과할 수 있는데요. 단일 축으로 터빈이 돌면서 풍력을 전기로 바꾸며, 고층건물의 옆면이나 발코니, 옥상 등에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됐죠.
이듬해인 2019년 국제전 수상자로 선정된 바이오플라스틱 마리나텍스(MarinaTex)도 지속가능성과 관련돼 있습니다. 영국 서식스대학교 재학생인 루시 휴즈가 생선 비닐과 조개 껍질 등을 원재료로 만든 플라스틱이며, 적은 원재로로 만들 수 있고 생분해된단 점에서 높은 평을 받았죠.
제임스 다이슨은 지속가능한 기술에 대해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게 하는 군더더기 없는 공학 기술의 묘미’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다이슨은 친환경이란 말을 앞세우기 전에 디자인부터 제대로 바꾸란 말을 강조하는데요.
2022년에는 어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볼 수 있을지 기대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