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가 만드는 ‘음쓰’의 진정한 순환!

토양 침식 방지 등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장점 여럿

지난 2일 서울시가 2030년까지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20%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서울시에서 2020년 기준 하루에만 2,540톤이 배출됐기 때문인데요. 자원순환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음식물 폐기물은 우리나라 전체 생활폐기물의 24.7%, 거의 4분의 1을 차지했죠.

음식물 쓰레기는 매립지에 묻으면 온실가스인 메탄을 배출하는데요. 소각을 진행해도 높은 수분 탓에 소각 효율이 저하된단 점에서 처리하기도 골치 아픈 폐기물이죠. 최근에는 가정에서 설치하는 분쇄기 설치에 찬반이 분분한 상황.

오늘 그리니엄에서는 처치 곤란한 음식물 쓰레기를 다시 자연으로 순환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 ‘퇴비화’에 대해 알아봅니다.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 🌱

퇴비란 짚과 잡초, 동물의 배설물 등을 높게 겹쳐 쌓아 자연 발효시켜 만드는 천연 비료입니다. 농작물에 영양을 주어서 잘 자라게 하는 비료의 일종인데요. 전통적으로는 짚과 잡초 등 농업 부산물을 활용해 만들었다면 최근 들어 음식물 쓰레기, 하수처리장 찌꺼기 등 도시폐기물 중 유기물을 활용해 퇴비로 만드는 공정이 부각 받고 있는 것.

단순한 재활용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퇴비화는 폐기물을 자원으로 새활용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음식물 쓰레기의 퇴비화를 통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의 장점을 소개하자면.

 

▲ 토양 침식 방지, 온실가스 저감, 합성 화학비료 대체 등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의 장점은 크게 3가지다. ©iStock

1️⃣ 토양 침식을 막아줘! 👨‍🌾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의 표토층의 3분의 1 이상이 이미 황폐화해졌다고 합니다. 퇴비를 사용하면 유익한 박테리아 균류가 풍부해지고 이들이 퇴비 속 유기물을 분해해 영양이 풍부한 부식토를 만들어주는데요. 건강해진 땅은 호우 동안에도 더 많은 물을 흡수할 수 있어 토양 침식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2️⃣ 온실가스 배출을 절감해! 🌪️
퇴비화는 토양회복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를 막는데도 도움이 되는데요. 유기물은 매립될 경우 분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생성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매립하는 대신 퇴비화하면 메탄 생성을 막아 온실가스 배출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죠.

심지어는 퇴비 사용이 땅에 탄소를 포집하는 효과도 낸다는데요. 지난해 3월 미국 메릴랜드대 과학자와 비영리연구기관이 공동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퇴비 등 유기질 토양 개량제가 탄소 격리에 크고 빠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3️⃣ 합성 화학비료 대체해! 🚜
퇴비는 천연 유기물을 퇴적·발효시켜 만든 비료라면 화학비료는 화석연료나 광물자원을 원료로 만든 비료인데요. 합성 화학비료는 과다 질소로 인해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310배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가 생성되고 수질 오염으로 해양 생물을 죽이는 등 다양한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죠. 퇴비화는 이러한 합성 화학비료를 대체해 지속가능한 농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통의 모습. 이 통은 지렁이호텔로 불린다. ©WORMENHOTEL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나타난 지렁이호텔! 🪱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려면 우선, 음식물 쓰레기를 한데 모아야 합니다. 환기가 잘 되는 곳이 있다면 실내에 모으는 것도 가능하지만 여러 세대가 모여 사는 도시에선 어렵죠. 같은 고민을 하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렁이가 나섰다는데요.

지렁이호텔(WORMENHOTEL)‘이라 이름 붙은 이 통은 높이 약 2미터의 종 모양 구조물입니다. 거대한 호텔 안에는 수 킬로그램(kg)의 지렁이가 살고 있죠. 지역 주민들이 집에서 먹고 남은 채소와 과일 등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와 통에 넣으면 지렁이가 이를 분해해 풍부한 양분이 담긴 흙으로 되돌린다고.

음식물을 넣기 시작하고 4개월에서 6개월 후엔 지렁이 양분이 담긴 흙을 수확할 수 있는데요. 주민들은 이 양분이 닮긴 흙을 가져가 화단과 정원에서 비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렁이호텔은 일반적인 퇴비통과 다르게 지렁이 덕분에 더 빠르게 분해되고 냄새도 적게 발생하는 것이 장점이죠.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이웃과 함께 퇴비 만들기’ 지도. ©WORMENHOTEL

지렁이호텔은 암스테르담 외에도 여러 도시 및 지자체에 위치해 있습니다. 헤이그, 흐로닝언, 로테르담 등 총 126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데요. 혹여 원하는 주민은 지렁이호텔의 지배인으로 활동할 수 있죠.

또한, 홈페이지에서는 지도를 통해 지렁이호텔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볼 수도 있는데요. 마을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지렁이호텔부터 이웃이 함께 운영하거나 공공 또는 기업이 운영하는 호텔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홍콩 타이쿠 플레이스는 빌딩 옥상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퇴비로 만든다. ©Taikoo Place

퇴비 만들어서 어디에 쓰냐고? “옥상으로 따라와!” 🗑️

가정에서, 지역에서 퇴비를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는 건 땅이 넓고 마당이 있는 해외에나 가능하지 않냐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의 퇴비화를 실천하는 곳은 네덜란드만이 아닙니다. 땅이 좁아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홍콩에선 한 은행이 음식물 쓰레기의 퇴비화에 앞장서고 있다는데요.

싱가로프개발은행(DBS)의 홍콩 지부는 지난해 홍콩의 비즈니스 허브인 타이쿠 플레이스(Taikoo Place)에 사회적 기업과 협력해 도시 농장을 설치했습니다. 타이쿠 플레이스에 위치한 OIE(One Island East) 빌딩의 옥상 꼭대기에 세워진 이 농장은 건물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퇴비로 만들어 작물을 재배하고 있죠. 농장에서는 바질, 옥수수, 오크라 등 30가지 이상의 유기농 제철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데요.

은행이 웬 농장을 만들었는지 의아하실 수 있습니다. DBS 홍콩은 지속가능성 전략의 일환으로 폐기물을 줄이고 탈탄소화에 기여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는데요. 도시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도시에서 퇴비화하고 농사에 사용한다는 점에서 도시 자체의 순환성을 높인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 사실 우리나라도 음식물 쓰레기의 퇴비화가 잘 구축된 나라 중 하나!
2019년 기준으로 분리 배출된 음식물 쓰레기 중 96.2%가 재활용됐는데요. 사료와 퇴비, 바이오 가스로 재활용해 농가나 기업에 공급하는 구조이죠. 하지만 문제는 퇴비화 그다음입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20년 재활용된 음식물 쓰레기는 약 26만 톤. 이 중 판매된 양은 3만여 톤으로 약 12%에 그쳤습니다. 일부 음식물처리업체에서는 처리가 곤란해 무상으로 제공하는 일도 있는데요. 이제는 생산된 퇴비를 농장으로 순환시키기 위한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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