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참여 덕에 연간 130톤 식재료 폐기 막은 밀라노시

음식물 쓰레기는 세계 어딜 가나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식재료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조리하는 모든 과정에서 폐기물이 발생하고, 온실가스도 배출되고 있죠. 실제로 지난해 7월 세계자연기금(WWF)은 보고서를 통해 식탁에 올라가지 못하고 농장에서 버려진 식재료만 12억 톤, 전 세계 식량생산량의 15.3%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는데요.

그렇다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개인 차원에서 잔반을 남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전부일까요? 이탈리아 밀라노시가 추진 중인 ‘식품 정책’에 답이 있단 이야기를 준비해 봤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허브’ 🧀

밀라노시의 식품 정책을 알기 위해선 시간을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2015년 10월, 밀라노 엑스포가 개최됐는데요. 당시 엑스포에서는 ‘세계 도시 푸드 정책 협약,’ 흔히 말하는 밀라노 푸드협약(MUFPP)이 체결됩니다. 세계 117개 도시 대표가 모여 지역 먹거리체계 강화를 위한 정책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관협력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는데요.

당시 밀라노시는 정부 기관, 대학, 시민단체(NGO), 기업 등과 협력해 2030년까지 도시 내 잉여식량을 재분배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이를 통해 도시 내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겠단 목표를 내세웠는데요. 5년 뒤인 2019년, 밀라노시는 도시 전역의 잉여식량을 재분배할 ‘허브(Hub)’를 가동합니다.

 

© 밀라노시가 운영 중인 허브(Hub)의 모습_City of Milan 제공

로컬 푸드 웨이스트 허브(Local Food Waste Hub). 밀라노시가 추진 중인 지속가능한 식품 정책의 이름이기도 한데요. 여기서 허브(Hub)는 일종의 마트로, 외관상 일반 마트와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선반에 있는 식재료가 지역사회에서 기부된 잉여식량들로 구성돼 있단 것이 허브의 차별점인데요. 시 당국은 지역 마트나 인근 농장에서 잉여식량을 회수한 후 이를 허브에 배치해 재판매한다고 합니다. 추가로 필요한 식재료의 경우 시 당국이 구매해 허브에 공급하는 형태인데요. 시민들은 시 당국이 제공한 선불카드를 통해 허브에서 식재료를 구매한다고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영양가 있는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게 됐는데요. 사업자들은 허브에 잉여식량을 기부할수록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대한 세금이 감면되는 혜택이 있다고 합니다.

 

© 지역 내 잉여식량을 재분류 중인 리컵 자원봉사자들의 모습_Recup, 페이스북 갈무리

시민 참여 덕에 연간 130톤 식재료 폐기 막을 수 있어 🍏

밀라노시는 푸드 웨이스트 허브 정책 덕분에 연간 130톤의 식재료가 폐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약 26만 끼니 분량에 해당하죠. 현재 밀라노에서 운영 중인 허브는 3개인데요. 2022년 이내로 2개가 추가로 문을 열어 총 5개의 허브가 운영된다고 합니다.

밀라노시는 허브의 성공적인 성과에 대해 시민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는데요. 실제로 시 곳곳에 형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시장과 마트, 식당 등을 돌아다니며 잉여식량을 모은다고 합니다. 특히, 2016년에 설립된 ‘리컵(Recup)’이란 시민단체의 활동이 두드러졌는데요. 리컵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잉여식량을 주기적으로 회수한다고 합니다. 시장 가판대에 팔리지 않은 토마토나 양배추, 바나나 등을 모은 후 다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재분류하는 활동인데요. 리컵은 성명을 통해 최근 2년간 2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하루 평균 200kg의 잉여식량을 회수했고, 약 2톤의 과일과 채소를 회수해 허브에 공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밀라노가 속한 롬바르디아주의 과수원 농가들이 협력해 ‘Frutta Brutta’란 프로젝트도 진행 중인데요. 우리말로는 못난이 과일이란 뜻의 이 프로젝트는 단어 그대로 외관에 흠집이 있거나 크기가 작아 팔기 힘든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허브에 기부되고 있죠.

이밖에도 시 당국과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협력해 앱도 개발했는데요. 빵이나 육류, 기타 냉동식품의 유통기한이 임박하면 이를 앱을 통해 알려주고, 마찬가지로 할인 판매도 제공한다고 하죠.

 

© 제1회 어스샷 상 ‘쓰레기 없는 세상 만들기’ 부문을 수상한 밀라노시_EarthShot Prize 제공

이런 밀라노시의 노력 덕분일까요? 지난해 10월 밀라노시는 영국 윌리엄왕자가 환경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어스샷 상(Earthshot Prize)’ 쓰레기 없는 세상 만들기 부문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는데요.

물론 시 당국도 가정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단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허나, 허브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데 있어 커다란 기여를 했단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평하고 있죠.

안드레아 세그레 볼로냐대 농업정책학 교수는 “전 세계 도시가 (밀라노시가 추진한) 이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약간의 능력과 지식,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나 쉽게 따라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했는데요. 즉, 다른 도시에서도 해당 정책을 손쉽게 시행할 수 있단 것이죠.

현재 밀라노시는 유럽 다른 8개 도시와 협력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정책 개발에 힘쓰고 있는데요. 언젠가 푸드 허브가 밀라노를 넘어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길 기대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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