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니엄에서는 폐페트병으로 만든 재생 섬유가 미세플라스틱 배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다행히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 동물도 플라스틱이 아닌 소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동물 가죽을 대체하기 위한 시도가 많은데요. 가죽을 얻기 위해선 해당 동물을 죽여야 할 뿐만 아니라 소의 경우 목축지를 위해 산림이 파괴되고 트림과 분뇨 등 온실가스인 메탄이 배출돼 기후변화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안으로 비건 가죽이 떠올랐는데요. 선인장, 파인애플, 버섯 등 식물을 사용한 비건 가죽은 이미 상용화되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소재로 대체되어야 할 또 다른 동물성 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양털인데요. 털만 깎으면 얻을 수 있으니 양을 죽이지 않아도 괜찮고, 천연 섬유이니 미세플라스틱 배출에서도 자유로우니까 괜찮지 않냐고요? 양도 목축을 위해 산림이 파괴되고, 소와 마찬가지로 트림과 분뇨에서 나온 메탄 배출량이 상당한 걸 알기 전까진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 선인장, 파인애플, 버섯으로 만든 진짜 ‘친환경’ 가죽!
사막 식물로 만든 비건 양털 🐏
인도의 ‘파보그(FABORG)’란 직물 기업은 양털의 대안으로 식물에서 추출한 웨가눌(Weganool)을 제안합니다. 비건 울(Vegan Wool)과 닮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웨가눌의 비결은 인도의 야생 식물인 칼로트로피스(Calotropis)인데요. 칼로트로피스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사막에서도 번성할 정도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야생 식물입니다.
비료도, 제초제도 필요하지 않을뿐더러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도 없습니다. 부산물을 다양한 허브 추출물과 함께 가공해 천연 비료와 방충제로 생산하기 때문이라는데요. 덧붙여 이 천연 방충제는 인도 고대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의 허브로 만들어 곤충을 죽이지 않고 퇴치만 한다고.
아쉽게도 웨가눌은 칼로트로피스만으로 생산되진 않는데요. 칼로트로피스의 꼬투리와 줄기에서 뽑은 섬유 30%에 재생 유기농 면 70%가 혼합된다고 합니다. 양털은 섬유 속 빈 구멍인 공기층을 만들어 보온 기능을 발휘하는데요. 웨가눌은 독특한 셀룰로스 구조로 양털과 유사한 촉감과 보온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양털을 대체할 수 있는 직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농업 폐기물로 진짜 양털을 만든다면? 👩🌾
웨가눌이 식물 섬유로 양털의 구조를 모사했다면, 진짜 양털처럼 단백질로 만들어진 소재도 있습니다. 일본의 생명공학 기업인 ‘스파이버(Spiber)’는 합성생물학과 소재과학을 활용해 식물 유래 바이오매스에서 단백질 소재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는데요.
기업 사명에서 볼 수 있듯이 스파이버는 자연에서 가장 질긴 소재인 거미줄을 연구하며 시작했습니다. 단백질을 합성해서 거미줄처럼 질긴 섬유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한 건데요. 문제는 원료가 되는 단백질을 어디서 얻을 것이냐였죠. 스파이버는 그 답을 발효에서 찾았습니다.
스파이버는 이 물질을 ‘브루드 프로틴(Brewed Protein)’이라고 부르는데요. 발효 과정에서 박테리아는 농업폐기물에서 나오는 당분을 먹고 단백질을 생산합니다.
발효 공정을 통해 생산된 단백질은 캐시미어처럼 부드럽거나, 양털처럼 높은 보온성을 갖거나, 실크처럼 매끄러운 섬유로 가공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거북의 등껍질이나 동물의 뿔처럼 딱딱한 소재로 가공할 수 있다는데요. 단단한 손톱도 케라틴이란 단백질로 이뤄졌단 걸 생각해보면 되겠죠?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플라스틱과 동물 유래 소재를 대체할 수 있단 점에서 환영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진짜 지속가능한 ‘대체 양털’이 필요 🤔
지속가능한 양털 개발이 시급한 이유는 바로 ‘범용성’ 때문입니다.
가죽 등 모피는 고급 패션 브랜드에서 더 많이 사용됩니다. 반면, 양털은 고급 브랜드의 의류에서부터 담요·단열재·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넓은 분야에 사용되는 소재죠. 양털을 대신해 쓰이고 있는 폴리에스테르 등 합성 섬유까지 고려한다면 거의 모든 분야에 사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국내에서는 식물 유래 양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진 않은데요. 앞서 살펴본 인도와 일본 사례 외에도 해외에서는 식물 유래 대체섬유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위스 가방 브랜드 퀘스천(Qwstion)은 바나나 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바나나텍스(Bananatex) 소재를 개발해 가방을 제작하고 있죠. 이탈리아에서는 연간 70만 톤 이상 배출되는 오렌지 껍질을 활용해 오렌지파이버(Orange Fiber)란 대체섬유를 개발하기도 했죠.
우리 일상 곳곳에서 사용되는 양털. 양털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지속가능한 대체 양털을 개발한다면 산림 파괴를 막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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