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첫눈이 내리기 시작한 요즘. 플리스와 패딩 같은 따듯한 옷들이 보이는데요. 환경에 관심이 높아진 만큼, 패션업계의 화두도 친환경입니다.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원단으로 만든 플리스, 재생 다운 같은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패딩 등의 겨울 제품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페트병을 모아가면 패딩 목도리로 교환해주는 이벤트를 열거나, 폐페트병 수거와 의류 생산을 연결하는 프로젝트 등 패션업계 차원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친환경 옷들을 세탁하는 순간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는 오염원이 될 수 있단 사실,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 Buffalo Jackson

친환경 패딩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콸콸 🧥

상당수 패션업체들은 친환경 마케팅을 위해 폐플라스틱 등 재생소재를 활용하는데요. 이런 재생소재는 자원을 재활용한단 점에서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이점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합성섬유 원료 대부분은 석유 부산물이고, 석유를 채취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많은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생소재도 소재 출처가 다를 뿐 원료는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란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합성섬유는 세탁과 건조 과정에서 섬유가 부서지고 흩어지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배출되는데요. 미세플라스틱은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해양으로 유입돼 여러 문제를 일으키죠.

겨울 외투에 사용되는 섬유들은 특유의 형태로 인해 미세플라스틱을 더 많이 배출할 우려가 있습니다. 겨울 외투는 가볍고 따듯하게 만들기 위해 섬유 조직을 보송보송하게 가공한 플리스, 섬유를 얇게 가공해 부풀린 충전재 등 성기게 가공한 섬유를 사용하는데요. 이러한 섬유들은 세탁과 건조 과정에서 마찰이 높아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지기 쉽다고 합니다. 이는 재생섬유 또한 마찬가지죠. 그렇다면 지구를 지키면서도 패션을 포기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 폐페트병으로 옷을 만들면 헌옷은 어디로 갈까?

 

© 그로우(Grow) 전시회에 출품된 바이오섬유 작품_Fashion for Good 제공

친환경 패션이 진짜 친환경이 되려면 ♻️

핵심은 섬유의 ‘순환 가능성’입니다. 어떤 섬유이든 세탁 과정에서 쪼개져 미세 섬유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3주 만에 자연 분해되는 섬유라면 어떨까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소에서는 폴리에스터 옷은 바닷물에서도 200일 지나도 분해되지 않지만, 텐셀 섬유 옷은 같은 조건에서 21일 만에 분해되기 시작했단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텐셀(Tencel)은 오스트리아의 지속가능한 섬유 기업 렌징 그룹이 개발한 생분해성 목재 기반의 셀룰로스 섬유인데요. 렌징의 이사 로베트르에 따르면, 렌징 그룹은 지속가능한 임업에서 목재를 조달해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에서의 순환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목재를 비롯해 다양한 천연 소재가 분해 가능한 섬유로 개발되고 있는데요. 해외 유수 디자이너들은 버섯 균사, 오렌지 껍질, 바나나잎 등 다양한 동식물성 소재로 섬유를 만들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패션 포 굿(Fashion for Good) 박물관에서는 11월 2일부터 ‘그로우(Grow)’란 전시를 열고 있는데요. 이 전시는 바이오 섬유로 패션 작품을 제작한 디자이너 6명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전시는 작품 재료 구성을 다이어그램을 통해 설명하며, 재료의 구성과 생산 과정 전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통찰을 전달하고 있죠.

 

© Planetcare 제공

당장 오늘 빨래는 어떻게 하지? 🧼

문제는 이미 우리가 구입한 화학섬유 옷이 많다는 겁니다. 오늘도 내일도 빨래를 해야만 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 바로 미세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세탁 방법인데요. 미세플라스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3가지 세탁법을 꼭 기억해주세요!

 

1️⃣ 빨래는 가급적 모아서 세탁하기

미세플라스틱은 세탁물의 마찰이 높을수록 많이 발생합니다. 지난 2월 한양대 의류학과에서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세탁물의 양이 많을수록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이 감소했다고. 세탁물이 많을수록 세탁기 안의 공간이 적어져 옷 간의 마찰이 적어진 덕분이라고 합니다.

2️⃣ 세탁은 찬물로, 건조기 대신 자연 건조

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원단이 손상돼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발생합니다. 건조기를 사용할 경우 뜨거운 바람과 마찰로 인해 미세플라스틱이 대량 배출되는데요. 세탁 보다 건조 과정에서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된 것이 확인됐다고. 세탁과 자연 건조를 통해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3️⃣ 통돌이 대신 드럼으로, 짧은 시간 세탁하기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드럼세탁기가 통돌이 세탁기보다 미세플라스틱 배출이 적었습니다. 통돌이형은 중앙에서 강하게 회전하는 방식으로 의류간 마찰이 더 크기 때문인데요. 또한, 세탁 시간이 길수록 물리적 마찰이 높아지져 탈수 횟수나 시간을 줄이는 것도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 미세플라스틱 필터가 설치된 세탁기_Planetcare

+프랑스에선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필터 설치가 의무라고? 🇫🇷
지구를 괴롭히는 미세플라스틱. 개인의 선의와 노력에만 기대기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이에 국가적으로 미세플라스틱 섬유 배출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는 곳들도 있는데요. 지난해 프랑스는 세탁기 판매 시 미세섬유필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안을 통과했습니다. 이 법에 의하면 오는 2025년부터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세탁기는 모두 미세섬유필터를 설치해야만 하는 것!

이에 영향을 받은 영국 해양보호협회도 자국 정부에 세탁기 미세섬유필터 설치 의무 법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의약품과 화장품에서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도입했으나, 생활화학 분야에서는 관련 규제가 전무한 상황입니다. 해양으로 유입된 미세플라스틱 중 35%가 세탁 과정에서 발생했다는데요. 이제는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