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불리는 엑스포! 5년마다 열리는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 곳은 사막의 나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였는데요. ‘지상 최대의 쇼’라 자부하며 엑스포 준비에 힘썼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개막식이 1년 뒤로 미뤄졌었죠.
다행히 두바이 엑스포는 올해 무사히 개막했는데요. 지난 1일 화려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2022년 3월 31일까지, 6개월간 전 세계 관광객을 맞이한다고 하죠. 이번 엑스포는 191개 참가국을 비롯해 다국적 기업, 교육 기관, 국제기구 등도 참여해 약 200개가 넘는 전시장이 운영된다고 하는데요. 엑스포 사상 최대 규모인 438만㎡ 행사장 곳곳에 순환경제 원칙이 적용됐다는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마음의 연결, 미래의 창조’ 그리고 순환 ♻️
이번 두바이 엑스포는 ‘마음의 연결, 미래의 창조(Connecting Minds, Creating The Future)’란 주제로 열리는데요. 참가국들은 크게 ‘기회(Opportunity)’, ‘이동성(Mobil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소주제에 맞춰 각국 문화와 정체성을 담은 전시장, 파빌리온(Pavilion)을 만들어야 하죠.
대개 이동이 가능한 가설의 작은 건축물 가리키는 파빌리온. 우리말로는 국가관으로 불리는데요. 건물 설계에서부터 한 국가의 기술과 과학의 발전, 문화적 성과물 나아가 정체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고 합니다. 엑스포를 방문한 관광객들은 파빌리온을 통해 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시각을 넓히는 시간을 갖는데요. 이 때문에 파빌리온은 설계에서부터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파빌리온 설계를 위해 국제 공모전까지 개최했는데요. 당시 공모전에서는 유명 디자인 스튜디오 카를로 라티 아소치아티(Carlo Ratti Associati)가 우승했습니다. 카를로 라티 스튜디오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아름다움’이란 주제로 건물을 설계했는데요. 거꾸로 뒤집은 세 척의 보트를 연결해 지붕을 만들었고, 오렌지 껍질과 커피 찌꺼기 그리고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등을 모래와 섞어 건축 자재로 사용했다고 하죠. 또, 지붕에서 입구까지 길게 내려온 밧줄도 해양쓰레기를 재활용했다고 합니다.
파빌리온을 설계한 이탈리아 건축가 카를로 라티는 영국 디자인 전문매체 ‘디진(Dezeen)’과의 인터뷰에서 순환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건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엑스포, 올림픽 등 기타 박람회에서 만든 임시 건물들이 전시 종료 후 매립지로 간다는 사실이 괴로웠다”며, 이번 이탈리아관은 아무것도 낭비하지 않는 건물을 만들기 위한 실험 중 일부라고 말했습니다. 카를로 라티는 전체적으로 공기 순환이 원활하도록 이탈리아관을 설계했는데요. 덕분에 에어컨에 드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죠.
에너지 소비량 ↓ 효율화 ↑ ⚡
올해 엑스포 운영위원회 측의 가장 큰 난관은 코로나19인데요. 반면, 건축 설계자들의 가장 큰 적은 중동의 뜨거운 열기였다고 합니다. 10월에도 한낮 기온이 40°C가 넘어가는 두바이. 에어컨은 필수를 넘어 생존을 위한 가전제품인데요. 24시간 가동으로 에어컨이 소비하는 상당한 전기소비량은 분명 엑스포의 소주제인 ‘지속가능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죠.
이에 건축 설계자들은 크게 2가지 방법을 선택했는데요. 하나는 건물에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발전기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설치해 전기를 일부 대체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관처럼 외부 공기를 활용한 공조조화 방식으로 건물을 설계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예 에어컨이 없는 전시관을 설계했는데요. 총 4층(지하 1층 포함)으로 구성된 개방형 전시관인지라, 자연풍이 건물 곳곳으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한국관의 외관은 1,597개의 회전 큐브가 연결돼 즉흥적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한국인의 역동적인 모습을 표현했다고 하는데요. 관람객을 맞이하는 지상층에는 ‘마당’이라 불리는 너른 공간에서 한국의 흥과 멋, 풍류를 표현하는 역동적이며 독창적인 퍼포먼스가 엑스포 내내 열린다고 합니다. 이 마당은 빛과 바람이 자연스레 스며드는 거대한 텐트 같은 공간인데요. 한국관을 설계한 김동규 건축가는 “하늘이 한눈에 보이는 사막 한가운데 텐트를 꿈꾸며 ” 마당을 설계했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죠.
이밖에도 3R (Reduce, Reuse, Recycle)을 염두해 제작한 오스트리아관의 경우 흰 원뿔 모양의 건물 입구에서 시원한 공기를 흡수하면, 따듯한 공기가 옥상을 통해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약 70%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였다고 합니다.
이와 달리 모나코와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태양광 패널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비량을 줄였는데요. 특히, 푸른빛의 태양광 패널로 덮여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관의 경우 미국 녹색건축위원회 녹색건물인증제도 ‘LEED’ 중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사막 속 오아시스를 구현한 싱가포르관은요 🌴
나무 8만 그루를 심었는데요. 나무에게 적절한 온도 및 습도 유지를 위해 태양광 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합니다. 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식물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량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데요. 이런 기술 덕에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은 줄이고, 전체 효율은 높였다는 사실!
순환경제를 앞세운 북유럽 파빌리온! 🤍
자원을 사용한 뒤 버리는 접근이 아니라, 이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재활용하는 자원 순환에 초점을 맞춘 경제 모델을 ‘순환경제’라 부르죠. 순환경제의 선구자로 불리는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두바이 엑스포에서 순환경제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첫눈이 내린 하얀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핀란드관. 현지에서 건설 자재 대부분을 조달해 탄소배출량을 줄였다고 하는데요. 추후 건물 해체 및 재활용·재사용까지 고려해 건물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핀란드관은 또 방문객들에게 순환경제를 홍보하고 있는데요. 인류의 선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핀란드가 내놓은 순환경제 로드맵을 방문객들에게 소개한다고 합니다.
스웨덴관은 사막 한가운데 스칸디나비아의 북유럽 숲을 재현하겠단 계획의 일환으로 나무 집 형태로 전시관을 설계했는데요. ‘혁신을 위한 공동창조(Co-creation for Innovation)’란 슬로건을 내걸고, 스마트 시티와 바이오 기술 그리고 순환경제를 주제로 활동하는 스웨덴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불어 핀란드와 마찬가지로 스웨덴이 진행 중인 순환경제 관련 정책들을 방문객들에게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시 종료 후에도 지속가능성을 계획한 두바이 엑스포 🤔
지속가능성 구역 가운데 놓여 있는 테라(Terra) 전시관. 테라관은 두바이 엑스포의 핵심 시설이자, 엑스포에서 최초로 완공한 건물로 알려졌는데요. 그림쇼(Grimshaw)란 영국 건축 회사가 설계한 테라관은 건물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시관은 폭 130m의 캐노피 모양의 지붕과 주위에 우뚝 솟은 ‘에너지 트리’로 이뤄져 있는데요. 캐노피의 약 97%는 재활용 강철 소재를 사용했으며, 중앙캐노피에만 1,055개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됐다고 하죠. 또 전시관 내부에서 사용된 물은 100% 순환된다고 하는데요. 관람객들은 테라관에서 전 세계 숲과 바다를 여행한 뒤, 인간의 활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엑스포 종료 후에도 지속가능성이란 취지에 걸맞게 주요 건물 상당수는 허물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는데요. 테라관은 아예 박물관으로 용도를 변경해 지역 문화 유산을 보존한다고 하죠. 엑스포 운영위원회에 의하면, 엑스포 건축물의 80% 이상은 ‘디스트릭트 2020 (District 2020)’ 과학센터에 속할 예정인데요. 나아가 기회, 이동성, 지속가능성이란 엑스포 테마를 이어 받아 기업 간 협업을 장려할 수 있는 스마트도시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역대 엑스포는 세계 경제와 과학 기술 발전에 공헌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엑스포는 인류 문명의 창조성을 자극하는 기폭제였으며, 이제는 인류 공통의 과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죠. 2000년 독일 하노버 엑스포는 ‘인간과 자연의 기술’이란 주제를 제시하며 지속가능한 발전과 재활용 이념 정립에 앞장섰는데요. 20여년이 훌쩍 흐른 오늘날 지속가능성과 재활용이란 개념은 지구촌 곳곳에 녹아내렸습니다. 어느 분야든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죠.
이번 두바이 엑스포 곳곳에 녹아있는 순환경제. 지속가능성이란 개념이 엑스포를 통해 확산된 것처럼 순환경제 또한 지구촌에 빠르게 퍼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