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은 빠르고 저렴한 생산 방식을 상징하지만 아쉽게도 생산과정에서 환경에 유해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패스트 패션의 제작과정은 재빨리 최신 유행 스타일을 디자인하고 제작하여 판매점까지 운송하는 형태로 구성되는데요. 이와 관련해 네덜란드 유명 의류 기업 랩프래쉬(LABFRESH)에서는 유럽 15개국 매립지로 향하는 섬유 폐기물 가운데 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57.1%라고 보고한 바 있으며, 미국 복스 미디어(Vox Media) 등의 언론에서는 패션 산업이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는 등 기후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근 패션 업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슬로우 패션’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그리니엄은 패션 업계의 관행을 벗어나 고군분투하고 있는 몇몇 사례를 준비했습니다.
업사이클링으로 새 생명 부여해 👗
‘포베라 슬로우 디자인(Povera Slowdesign)’이라는 프랑스 스타트업체는 버려진 의류를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패션 액세서리로 탈바꿈시키고 있습니다. 포베라는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 운동에서 영감을 받아 설립되었는데요. 아르테 포베라 운동의 핵심은 예술 작품 창작을 위한 보잘 것 없고 일상적인 재료의 활용입니다. 포베라는 아르테포베라의 영향을 받아 중고 스타킹의 나일론을 유의미한 섬유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매년 프랑스에서는 1억 4,400만 개의 폐스타킹이 배출되는데요. 이는 7,315톤의 폐기물에 해당합니다. 포베라는 폐스타킹들을 활용하기 위해 도시 파리와 릴시에서 스타킹을 수거할 지점을 마련하였고, 2019년부터 하루 12켤레의 스타킹을 재활용해 반지, 팔찌, 머리띠, 플랜트 행거 등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거된 스타킹을 색감, 질감, 밀도별로 분류해 자르고, 리본으로 변형한 후 뜨개질하여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시키고 있죠. 포베라의 비즈니스 모델은 업사이클링을 통해 의류 폐기물의 양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버려진 상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닙니다.
신소재로 ‘럭셔리’와 ‘친환경’을 동시에 잡아
슬로우 패션은 비단 스타트업체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로도 확대되고 있는데요. 구찌, 루이비통, 프라다 등의 럭셔리 브랜드들은 브랜드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친환경 패션을 선보일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찌는 환경친화적인 상품을 제작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신소재를 개발하는 데 2년 가까이 투자하였습니다.
최근 구찌의 기술자와 전문가들이 환경친화적인 신소재 ‘데메트라’를 개발하였는데요. 그것을 활용하여 새롭게 ‘구찌 배스킷’이라는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구찌가 개발한 데메트라란 소재는 뛰어난 품질과 부드러운 재질, 내구성까지 겸비한 혁신적인 소재로 구찌의 배스킷은 구찌 특유의 아름다움과 친환경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해당 상품은 부드러우면서도 고급스럽게 마감 처리되어 명품브랜드의 강점을 잘 살리면서도 친환경적이기까지 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면서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기 위해 친환경 신소재를 개발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죠.
의류 폐기물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 확대!
최신 패션 브랜드들은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QR코드, NCF 태그 등 첨단 모바일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의류 브랜드 ‘판가이아(Pangaia)’는 해당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소비자가 재활용 업체를 찾거나 리셀러(=재판매 전문가)를 찾는 수고를 덜도록 애프터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판가이아는 소비자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추적할 수 있도록 ‘디지털 여권’을 제작했는데요. 이 디지털 여권을 통해 소비자가 상품 라벨에 인쇄된 QR코드를 스캔할 경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 디지털 여권에는 상품의 원산지, 생산, 유통, 운송, 구매 및 애프터 케어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판가이아의 새로운 시도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 장기적으로는 슬로우 패션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겠지요.
주얼리계 탄소중립을 이끌어 💎
다이아몬드는 값비싼 광물이지만 채굴하고 제조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요. 현재 주얼리 산업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하는 탄소중립형 다이아몬드를 제작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진공 용기 안에 메탄 및 수소 가스를 주입한 후 마이크로 전기파 등을 이용해 3,000도 이상 고온에서 기체를 플라스마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이때, 메탄에서 분리되는 다량의 탄소가 바닥의 막을 형성하면서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는데요. 해당 기술로 다이아몬드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로는 ‘브레이(Vrai)’가 있습니다.
브레이가 제작한 대부분의 주얼리 상품들은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탄소중립 다이아몬드로 제작됩니다. 브레이의 상품들은 단순한 디자인으로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데요. 소비자들은 원형, 타원형, 에메랄드형, 보트형 등의 다이아몬드 컷을 다양한 형태로 주문할 수 있으며, 안경, 반지, 귀걸이, 목걸이 등의 적합한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브레이는 백금 등의 귀금속을 업사이클링한 상품도 제작하고 있으며, 분해가 되는 포장재를 활용하는 등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 전진하고 있습니다.
패스트 패션 산업은 매년 수십억 벌의 의류를 생산하고 운송함으로써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요. 세계자원협회(WRI)의 보고에 따르면, 패션 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5%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많은 패션업체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슬로우 패션’에 관심이 있는데요. 향후 패션 업계에서 업사이클링, 친환경 소재, 신규 기술 및 공정 방식을 채택해 ‘슬로우 패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