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부가 기업의 고품질 이산화탄소 제거 크레딧 자발적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챌린지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미 에너지부가 발표한 ‘자발적 이산화탄소 제거 구매 챌린지(Voluntary Carbon Dioxide Removal Purchase Challenge·이하 챌린지)’ 의향 통지에 담긴 내용입니다. 의향 통지란 정식 공개 전 의견 수렴을 위한 발표에 해당합니다.
에너지부는 기업들이 탄소제거(CDR) 크레딧 구매에 대해 “더 크고 대담한 구매 약속”을 촉구하기 위한 챌린지라고 소개했습니다.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와 저렴한 비용의 탄소제거(CDR)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챌린지는 상금이나 보조금 등 금전적 지원이 전혀 없다고 에너지부는 밝혔습니다.
에너지부는 어떻게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계획인 것일까요?
美 에너지부, 탄소제거 위한 큰 그림 ‘카본 네거티브 샷’ 일환 🗺️
이를 알기 위해선 에너지부가 탄소제거 확장을 위해 그리는 큰 그림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에너지부는 지난 2021년 11월 탄소제거 혁신을 촉구하기 위해 ‘카본 네거티브 샷(Carbon negative shot)’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탄소제거 기술의 ▲상업 규모 시연 ▲프로토타입(시제품) 시험 ▲MRV(측정·보고·검증) 및 프로토콜 개발 지원 ▲CDR 구매 개척 등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지난해 9월 발표된 ‘탄소제거 구매 파일럿상(Carbon Dioxide Removal Purchase Pilot Prize·이하 파일럿상)’로 이어졌습니다.
쉽게 말해, 미 정부가 직접 평가를 통해 고품질의 탄소제거 크레딧을 직접 구매하는 계획입니다. 최대 25팀의 준결승 진출자와 10팀의 결승 진출자에게 총 3,500만 달러(약 466억원)의 상금이 제공됩니다.
정부가 나서서 탄소제거 기술을 구매한 것은 파일럿상이 세계 최초이며, 현재까지 유일합니다.
그럼에도 탄소제거 기술 혁신에 필요한 자금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에너지부는 수십억 달러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순위표’ 더한 자발적 챌린지 “구매 경쟁 불붙일까” 🔥
이에 민간 자본의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에너지부가 고안한 것이 바로 이번 챌린지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챌린지에 참여하고 싶은 기업이나 단체는 매년 탄소제거 크레딧을 구매하고 그 세부사항을 에너지부에 공개해야 합니다.
세부사항에는 ▲크레딧 수량 ▲구매 및 전달 날짜 ▲사용된 MRV 및 프로토콜 등이 포함됩니다. 참가하기 위한 최저 구매 수량이나 금액 등의 기준은 없습니다.
에너지부는 이들 기업이 구매한 크레딧을 평가합니다. 이후 에너지부의 인정을 받은 기업은 일종의 목록인 ‘리더보드’에 이름이 오릅니다.
단, 이번 챌린지는 상금이나 보조금 같은 금전적 지원이 없습니다. 에너지부는 순위 목록을 운영할 뿐입니다. 순위 경쟁을 통해 기업들의 더 많은 구매 약속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즉,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심리학적인 동기부여 방식을 사용한단 것.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렇게 게임과 무관한 것에 게임의 요소를 적용하는 것을 ‘게임화(gamification)’로 설명합니다. 리더보드는 대표적인 게임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에너지부는 이번 챌린지가 “탄소제거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탄조제거 순위표, 크레딧 투명성·무결성 문제 해결할 것 💪
한편, 에너지부는 이번 챌린지가 “비재무적 장벽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합니다.
정부 기관이 공개적인 순위 목록을 만듦으로써 고품질의 탄소제거 크레딧에 대한 정보와 신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
탄소제거 크레딧 시장은 아직 초기인만큼, 투명성과 무결성에 대한 우려가 높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부가 나서서 구매 기업의 우려를 해소해 준다는 점은 분명 이점이 있습니다.
비영리단체 카본180의 사샤 스태시윅 정책 책임자 또한 “주요 비시장 장벽 중 하나는 탄소제거의 평판을 무엇으로 판단할지”라며 “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챌린지에 대해 “(연방정부가) 우리가 무엇이 좋은 프로젝트인지 결정할 것이고, 당신은 우리와 함께 구매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탄소제거 기업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에너지부는 “탄소제거 공급 기업에게 자금 지원은 없지만 DOE 홈페이지에 등재”됨으로써 “예비 구매자와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너지부는 공식 발표에 앞서, 오는 5월 15일까지 해당 챌린지 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칠 예정입니다.
챌린지 첫 참여 나선 구글 “최소 3500만 달러 구매 약속” 💰
에너지부 발표 당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이 첫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구글은 자체 이니셔티브를 통해 향후 12개월 동안 최소 3,500만 달러(약 466억원) 상당의 탄소제거 크레딧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프런티어 펀드’와’ ‘세계선도연합(FMC)’에 대한 참여를 기반으로 합니다.
프런티어 펀드는 탄소제거 기술 확장을 위한 최초의 사전시장약속(AMC) 기반 기금입니다. 잠재력이 높은 탄소제거 기업에 투자하거나 탄소배출권 사전구매 계약을 체결합니다. 현재 구글 등 9개 기업·기관이 기금에 참여했습니다.
세계선도연합은 미 국무부와 세계경제포럼(WEF)이 출범한 민관 합작 단체입니다. 탄소제거를 포함해 8개 분야의 탈탄소화 신기술·제품 구매를 약속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글로벌 IT 기업 상당수가 FMC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구글 내 탄소배출권·제거 책임자 랜디 스팍은 “우리는 에너지부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약속한 최초의 회사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구글의 참여에 따라 다른 IT 기업의 참여도 기대됩니다. 클라임웍스·에어룸·러닝타이드 등으로부터 다수의 탄소제거 크레딧을 구매한 MS가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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