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공식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탈원전 정책 폐기, 원전 산업 생태계 강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 신규 원전 건설이 공식적으로 표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제4차 전력정책심의회’를 열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추진방향을 보고했습니다.

첨단산업 투자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강화 등으로 재생에너지 보급과 함께 원전과 같은 안정적인 기저전원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단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 등이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력 수요 대응’에만 집중해 원전을 확대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법은 여전히 제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관련 내용을 담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여야 간 입장차로 이번 7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도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그리니엄이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검토 계획과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속 쟁점을 2편으로 나눠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韓 고준위 방폐물 처리시설 부재…“원전 부지 임시저장시설 포화 임박” ☢️

정부의 신규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 계획이 찬반 대립을 넘어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에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연료로 사용되고 난 후 원자로에서 인출된 핵연료를 말합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고준위 방폐물)은 사용후핵연료가 대부분입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에서는 크게 ①열발생량이 2킬로와트(kW)/㎥ ②반감기* 20년 이상인 알파선을 방출하는 핵종 ③방사능 농도가 4,000베크렐(Bq)/g 이상의 방사성 폐기물을 고준위 방폐물로 규정합니다.

*반감기: 방사선 물질의 양이 처음의 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

 

▲ 2023년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사용후핵연료 포화시점 재산정 결과에 따르면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국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포화할 전망이다 ©greenium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고준위 방폐물 상당수는 사용후핵연료입니다. 국내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 습식저장시설에 냉각해 보관하고 있습니다.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안전한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이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산자부에 의하면, 2022년 9월 기준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된 사용후핵연료만 1만 8,000톤에 달합니다.

문제는 이들 시설마저 포화 상태에 다다르며, 저장공간 확대를 위한 대응책이 시급하단 것입니다.

올해 2월 산자부가 발표한 ‘사용후핵연료 포화시점 재산정’ 결과에 따르면, 주요 시설의 포화시점은 2021년 기존 전망보다 1~2년 단축된 상황입니다.

구체적으로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 2030년 ▲경북 울진군 한울원전 2031년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2032년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입니다.

+국내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시설 가동 중! 🏃

고준위 방폐물 처리시설은 부재한 상황. 반면,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시설은 경북 경주시에서 2015년부터 가공되고 있습니다.

원전, 연구기관, 병원 등에서 사용한 장갑이나 부품 등 방사성 물질 함유량이 적은 방폐물을 처분하는 시설입니다. 높은 수준의 방사능, 즉 고준위 방폐물은 처리할 수 없는데요. 현재 경주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시설의 폐기물 수용량은 25%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현재 21대 국회에는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등 관련 법안 3건이 계류 중이나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격론하며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국회

여야 의견차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답보상태…핵심 쟁점은? 🤔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시설 구축을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단 지적은 줄곧 제기돼 왔으나 관련 법 제정은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등 관련 법안 3건이 계류 중입니다.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2021년 9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고, 2022년 8월 김영식·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제출했습니다.

세 의원 모두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국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10년 내로 수용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고준위 방폐물을 처분하기 위한 부지마저도 확보하지 못한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공통으로 ▲처분장 부지선정 절차 및 운영일정 ▲처분장 유치지역 지원체계 마련 ▲독립적 행정위원회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포함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 후 8차례 논의가 진행됐지만 여전히 심의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난 13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 법안소위에서도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을 두고 여야간 대립이 벌어지며 법안 처리가 미뤄졌습니다. 이날 법안소위에선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여야 간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격론하는 핵심 쟁점은 무엇일까요?

 

▲ 북유럽 핀란드는 2015년부터 남서부 올킬루오토섬에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인 온칼로를 건설 중이며 약 2년 후인 2025년 무렵부터 운영될 계획이다 ©Posiva Oy

1️⃣ 고준위 방폐물 처리시설: 與 “확보 시점 명확화” vs 野 “공론화 우선” 🚨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냉각 과정을 거친 사용후핵연료를 중간저장시설로 옮긴 후 영구처분시설에 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고준위 방폐물을 처리할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의 확보 시점을 명시하는 것을 두고 여야 간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제시한 안의 경우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에 대한 부지확보 및 운영시점을 구체적인 연도로 명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를 2035년까지 확보하고, 부지 내 저장시설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를 2043년부터 중간저장시설, 이후 2050년부터는 영구처분시설로 이전해야 한다고 구체화했습니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제시한 안은 구체적인 운영시점을 제시하진 않았으나, 중간저장시설이 준공된 후 바로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하도록 명시했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구체적인 시한을 정하기보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원전 지역 일부 주민들은 공론화 과정 없이 원전 부지 내 추가 저장시설을 설치하면 결국 원전이 최종처분장이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 스웨덴에 소재한 원자력발전소 방폐굴 처리 기업 SKB의 고준위 방폐물 중간저장시설 클랩의 모습 ©SKB

2️⃣ 저장시설 용량: 與 “운영기간 발생량” vs 野 “설계수명 발생량” 🥊

영구처분시설 운영 전까지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용량 규모를 두고도 여야의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김영식·이인선 국민의힘 의원 안의 경우 원전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단 점을 기저에 두고 있습니다.

이를 고려해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을 원전의 ‘운영기간’ 및 ‘운영허가를 받은 기간 내 발생한 폐기물량’으로 설정했습니다. 즉, 원전의 운영허가가 연장되는 만큼 저장시설도 증대할 수 있는 것.

반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은 원전이 최초 운영허가를 받을 때 심사한 설계수명 기간 동안 발생한 폐기물량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설계수명을 다한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반영됐습니다.

한편, 고준위 방폐물 정책을 전담하는 관리위원회의 성격을 두고도 여야의 생각은 다릅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장관급 기관장이 이끄는 독립적인 위원회를 선호한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무총리 산하 일반행정위원회로 둬야 한다고 봅니다.

 

▲ 올해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 K 택소노미는 원자력 발전을 포함하고 있지만 EU의 택소노미와는 달리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분시설과 관련된 시점을 명시하지 않았다 ©환경부 유튜브 캡처

K-택소노미, 고준위 방폐물 시설 ‘조속한 확보’ 그쳐…법안 처리 속도 날까 📔

해외에선 원전에서 나온 고준위 방폐물을 관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한 상태입니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한 금융분류체계(택소노미)’가 대표적입니다. EU는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을 EU 택소노미에 포함시켰습니다. 덕분에 원전과 천연가스 발전은 EU 택소노미에 따라 ‘친환경’으로 분류돼 한시적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단, EU는 방폐물 처분을 위해 모든 원전에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시설을 위한 운영 가능 시설을 갖출 것을 명시했습니다.

또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을 뿐더러, 방폐물을 제3국으로 수출해 처리하는 것도 금지했습니다.

매이리드 맥기네스 EU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은 “(원전과 천연가스가) 녹색분류에 포함되기 위한 조건을 엄격하게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같은 엄격한 조건 덕에 EU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이 더딘 상황입니다.

 

▲ K 택소노미 가이드라인 내 원자력 기반 에너지 부문에는 고준위 방폐물 처리시설과 관련해 조속한 확보란 문구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시점은 명시돼 있지 않다 ©환경부

지난해 12월 우리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도 원자력 에너지 등 원전이 포함됐습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있어 원전을 활용한단 것이 정부 측의 설명입니다.

정부는 K-택소노미 지침서에 ▲원전 신규건설 ▲원전 계속 운전 ▲원자력 관련 연구·개발·실증 등 원전 경제활동을 신설했습니다. K-택소노미는 EU와 마찬가지로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그러나 K-택소노미는 EU와는 달리 매우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환경부가 발표한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준위 방폐물 처리시설에 대해 “조속한 확보”란 다섯글자만 언급됐습니다.

고준위 방폐물 처리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시점은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국회에서 관련 시한을 정한 법안이 통과되면 따르겠단 의미입니다.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이 지난 10일 발표된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논의 계획과 맞물리며 처리 속도가 붙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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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 전기본 쟁점 모아모기]
①: 정부 신규 원전 건설 검토 본격 나서…“첨단산업 및 전기차 보급 따른 전력 수요 대응 필요”

②: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포화 임박…“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특별법 제정 지지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