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자력기업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Westinghouse Electric·이하 웨스팅하우스)’이 소형모듈원전(SMR) AP300 모델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SMR은 대형 원자력발전소의 약 5분의 1 수준인 차세대 소형 원전입니다. 원자로·증기발생기·냉각재 펌프 등 원전의 핵심기기를 하나의 용기로 모듈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4일(현지시각) AP300 모델을 공개하며, 기존 차세대 원전과 달리 특수연료나 액체금속 냉각제 등이 필요하지 않아 수역이 없는 내륙에도 배치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웨스팅하우스, 소형모듈원전 모델 AP300…“이르면 2033년부터 가동” ⏱️

AP300은 시간당 300메가와트시(MWh) 규모로 발전이 가능해서 이같은 이름을 짓게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AP300은 중국에 수출된 웨스팅하우스 ‘AP1000’ 원자로를 소형화한 버전입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웨스팅하우스 AP1000 원자로가 4곳에서 가동되고 있고 6곳이 신규 시공 중입니다.

또 미국에서는 조지아주 동부에 있는 보그틀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에 AP1000이 설치 중입니다. 3호기는 지난 4월 가동됐고, 4호기는 아직 건설 중입니다.

웨스팅하우스는 AP300을 보그틀 원전 증축 건설 사업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오는 2030년까지 시공에 들어가며, 이르면 2033년부터 가동될 계획입니다.

다만, 현재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설계 승인을 받은 SMR은 미국 에너지기업 뉴스케일파워(NuScalePower)가 유일합니다.

이에 웨스팅하우스는 NRC로부터 적어도 2027년까지 AP300 기술의 상업적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웨스팅하우스의 신규 소형모듈원전SMR 모델인 AP300은 중국에 수출된 AP1000 원자로를 소형화한 버전이다 ©Westinghouse Electric

리타 바란왈 웨스팅하우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P300 개발은 약 2년 전에 시작됐다”며 “에너지안보 및 탈탄소화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됨에 따라 SMR 개발이 본격화됐다”고 밝혔습니다.

바란왈 CTO는 미 에너지부에서 원자력에너지 담당 차관을 역임한 인물입니다. 또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 내 원자력 혁신기술 촉진 이니셔티브 ‘게인(GAIN)’의 책임자를 맡은 바 있습니다.

바란왈 CTO는 AP300은 AP1000과 마찬가지로 80년 이상의 수명주기 동안 작성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AP300은 작업자의 조치나 백업 전원 등이 없어도 최소 72시간 동안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며 “수요 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빠른 부하 변경 기능 등을 갖췄다”고 설명했습니다.

 

▲ 웨스팅하우스가 공개한 소형모듈원전SMR 모델 AP300은지열 수집 및 저장 수소 생산 탈염수 생산 등이 가능하다 ©Westinghouse Electric

“웨스팅하우스, 몇몇 주(州) 관계자와 AP300 가동 비공식 협의” 📢

웨스팅하우스는 AP300을 기존 화력, 수력발전소 대체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웨스팅하우스는 오하이오, 웨스트버지니아주에 있는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 AP300을 우선 가동하는 방안을 주정부 관계자들과 비공식적으로 협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습니다.

웨스팅하우스는 AP300의 가격은 약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AP1000 시설 건설에 드는 약 68억 달러(약 9조 9,000억원)의 7분의 1 수준입니다.

회사 측은 추후 AP300 모델을 동유럽 국가나 중국에도 수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경우 핵확산 금지 일환 조치가 풀려야만 가능합니다. 바란왈 CTO는 AP300이 지역난방 및 청정수소 생산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웨스팅하우스, 한수원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물밑 협상 중”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원(NNL)은 2035년까지 SMR 시장이 약 620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은 2050년까지 신규 원전의 50%가 SMR로 건설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웨스팅하우스는 체코에 한국형 차세대 원전 ARP1400을 수출하려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신형 가압경수로 APR1400의 원천기술이 미국 설계를 기반했다”고 소송 배경을 밝혔습니다. 또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 사우디아라비아와 APR1400 기술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도록 금지할 것도 요청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미 에너지부는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 신고를 반려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은 현재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정부 또한 현 상황을 예의주시 중입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한미정상회담 당시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과 ‘한미 에너지장관 회담’을 열고 두 기업간 법률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양국 정부가 함께 노력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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