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아이들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매번 아이들 몸에 맞는 옷을 구매하는 것도, 버리는 것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영국 보험회사 아비바(Aviva)는 “영국 부모들이 자녀가 3살이 되기 전까지 옷 구매에만 평균 2,000파운드(약 330만원)를 쓴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안은 없는 걸까요?

아이와 함께 자라는 옷을 만들어 의류폐기물을 줄인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프티 플리(Petit Pli)’입니다.

 

항공엔지니어가 의류 디자인에 뛰어든 이유는? 🤔

2017년 문을 연 프티 플리. 패션디자이너인 라이언 마리오 야신이 설립한 기업입니다. 야신은 프티 플리의 현 최고경영자(CEO)입니다.

사실 야신 CEO는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한 항공엔지니어입니다. 이공계 출신인 그가 아동복에 관심을 가진 이유, 바로 조카에게 옷을 선물한 경험 때문입니다.

야신 CEO는 갓 태어난 조카에게 옷을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옷이 배송되는 사이 조카가 훌쩍 커버려 결국 옷은 버려지고 만 것. 당시의 경험 덕에 야신 CEO는 오늘날의 아동복이 빠르게 변화하는 아이들의 신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단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에 그는 영국왕립예술학교(RCA)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본격적으로 옷을 연구합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아이의 성장에 맞춰 폭과 길이가 함께 자라는 옷이었습니다.

 

▲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한 라이언 마리오 야신은 의류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졸업 후 영국왕립예술대학으로 향했다 ©Amazon

야신 CEO가 자라는 옷을 만들 수 있던 것은 다름 아닌 학부생 당시의 경험 덕이었습니다. 그는 ICL 재학 시절 지구관측에 사용되는 소형위성 개발팀과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그는 소형인공위성 내부 구조를 연구했습니다.

야신 CEO는 “인공위성은 본래 접힌 상태로 우주에 보내진다”며 “이후 배치에 성공하면 인공위성이 원 모습으로 펼쳐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기술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고 그는 회상했습니다.

쉽게 말해 항공공학 수업 시간에서 배웠던 ‘팽창 원리’를 의류디자인에 적용하고자 했던 것.

팽창 구조를 디자인에 활용한다면 양방향으로 옷이 쉽게 늘어나 오래 입을 수 있고 편안함까지 더할 수 있단 게 야신 CEO의 생각이었습니다.

 

▲ 야신 CEO는 일본 교환학생 시절 접한 종이접기에서 착안해 자라는 옷인 프티 플리를 개발했다 ©Petit Pli

“종이접기서 영감얻어”…약 500번 시제품 개발 끝에 ‘자라는 옷’ 개발 👚

이후 야신 CEO는 일본에서 6개월간 교환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자라는 옷을 본격적으로 구상합니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옷을 만들기 위해선 길이가 늘어나면 폭은 줄어드는 직물 본연의 성질을 극복해야만 했습니다. 야신 CEO가 만들고자 한 아동복은 ‘모든 방향’에서 일정하게 늘어나는 옷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일본에서 접한 ‘오리가미(종이접기)’에서 해결 방법을 찾았습니다. 일본 교환학생 시절, 주름 칼라(옷깃)를 접으면 목걸이가 되고 펼치면 화려하게 장식된 옷깃으로 살아나는 옷을 만든 경험을 활용한 것입니다.

약 500번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거친 후 출시된 자라는 옷인 ‘프티 플리’는 전 방향으로 확장되는 주름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바로 이 주름이 수축과 확장을 반복해 변화하는 신체에 쉽게 대응할 수 있는 것.

전 방향으로 확장되는 주름 형태의 이 옷은 4개월에서 최대 48개월까지 입을 수 있습니다. 특허 출원한 초경량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덕에 방수와 방풍 그리고 내구성 모두 뛰어납니다.

 

▲ 프티 플리의 자라는 옷은 주름을 중심으로 확장과 수축을 반복한다 ©Petit Pli

자라는 옷 제작에는 재활용 플라스틱병이 주요 소재로 사용됐습니다. 야신 CEO는 “프티 플리가 특허 출원한 기술로 폐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 천을 만들 수 있었다”며 “의류당 최소 폐플라스틱병 6개가 사용됐다”고 밝혔습니다.

아동복의 수명을 연장해 폐기물을 줄이는 동시에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소재 차원에서도 ‘순환경제’를 추구한 것.

이 작품은 2017년 영국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James Dyson Award)’에 출품된 2,000여개 작품 중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돼 2,000파운드(약 295만원)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 프티 플리는 임산부 등 성인을 위한 의류도 출시하고 있다 ©Petit Pli 인스타그램

프티 플리 “아동복 넘어 성인복도 시장에 내놓아” 😮

자라는 옷인 ‘프티 플리’로 명성을 얻은 그는 2017년 신경 과학자·사회학자·패션 디자이너 등 팀을 꾸려 스타트업을 공동설립합니다. 회사명은 작품명이자 자라는 옷의 이름에서 따온 것.

이후 야신 CEO는 자라는 옷 개발에 더 매달립니다. 그는 자사의 “자라는 옷은 아동복의 수명을 늘려 폐기물을 줄이고 아이들에게도 지속가능한 소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현재 프티 플리의 아동복은 0~9세의 아이들이 입을 수 있습니다. 현재 바지, 재킷, 조끼 등이 출시됐습니다.

최근 프티 플리는 아동복을 넘어 성인복까지 시장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임산부를 위한 자라는 옷도 출시됐습니다. 임신은 여성에게 있어 신체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시기입니다. 이에 아동복과 유사하게 ‘주름’을 기반으로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는 옷을 만든 것.

가장 큰 장점은 옷의 크기와 모양이 체형에 따라 쉽게 바뀌어 임신의 모든 단계에서 착용이 가능하단 것입니다.

더군다나 자라는 옷은 수축성도 뛰어나, 임신 당시 입었던 늘어난 옷을 출산 후에도 착용할 수 있습니다.

라이언 CEO는 “프티 플리의 옷은 어떤 체형에도 잘 맞도록 딱 붙는 소재로 제작돼 크거나 작지 않다”며 “사이즈가 맞지 않아 옷을 반품하는 경우가 줄어들어 의류폐기물 또한 감소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 프티 플리의 자라는 옷은 주름을 중심으로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며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을 위해 가볍을 뿐더러 방수와 통기성 그리고 보온성까지 모두 확보했다 ©Petit Pli

H&M·아마존도 주목한 프티 플리 ‘자라는 옷’…“비용·의류폐기물 모두 ↓” 💰

프티 플리가 만든 자라는 옷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 절감’입니다. 자라는 옷은 사용자 신체에 맞게 늘어납니다.

쉽게 찢어지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진 덕에 옷 한 벌을 구매할 경우 다른 브랜드에서 7벌을 구매하는 것과 맞먹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의류 수명이 9개월 이상 연장되는 것도 장점입니다. 덕분에 폴리에스터 섬유를 제조하거나 버려진 의류를 폐기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의 20~30%도 줄일 수 있다고 프티 플리는 밝혔습니다.

이러한 강점은 프티 플리의 수상 내역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2019년 프티 플리는 H&M의 ‘글로벌 체인지 어워드(Global Change Award)’에서 혁신상을 수상합니다. 이 상은 H&M 재단이 패션을 변화시키고 지구를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시작한 상입니다. 프티 플리는 182개국에서 출품된 6,640개 제품을 뚫고 가장 지속가능한 패션으로 선정된 것.

또 지난해에는 유럽 내 수천여개 스타트업을 제치고 ‘2022년 유럽 스타트업’에 선정됐습니다. 해당 선정은 아마존이 진행한 ‘제2회 혁신 어워드(Innovation Awards)’에서 발표됐습니다. 덕분에 프티 플리는 10만 유로(약 1억 4,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 프티 플리 공동설립자 겸 CEO인 라이언 마리오 야신이 회사가 개발한 자라는 옷의 샘플을 들고 있는 모습 ©Petit Pli

프티 플리는 “지속가능한 패션 산업으로의 전환 가속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며 “혁신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야신 CEO는 “아동복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패션산업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계속 파악하겠다”며 “의류 제조업체, 소매업체, 소비자 등 전체 가치 사슬에 있어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설계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 전했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