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기업과 투자자들의 은행으로 잘 알려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자금난으로 인해 지난 10일(현지시각)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같은날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실리콘밸리은행을 폐쇄하고, 자산을 연방예금공사(FDIC)에 넘겼습니다.

FDIC는 제도상 예금 보장액인 1인당 25만 달러(약 3억 3,000만원)까지 우선 지급한 뒤 나머지 자산을 처분해 예금자들에게 배분할 계획입니다.

12일 미 재무부와 FDIC 등이 내놓은 공동 성명에 따르면, 미 정부는 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 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했습니다.

 

美 스타트업 자금줄이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은? 🤔

1983년 창립돼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본사를 둔 SVB.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매사추세츠주 등에 17개 점포를 가지고 있고, 영국·캐나다·독일·덴마크·인도 등 세계 각국에 지점을 두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은 기술부문 벤처기업에 중점을 둔 유일한 상장 은행으로서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자(VC)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습니다. 미국 정보통신(IT)·바이오테크 기업의 절반 이상이 실리콘밸리은행을 이용했습니다. 또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신규 VC와 기업의 절반가량이 실리콘밸리은행과 거래를 했습니다.

실제로 은행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은행의 운용자산은 88억 달러(약 11조 6,400억원)입니다. 또 760개 유니콘 기업이 은행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본사를 둔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전경. ©Coolcaesar

미국 태양광 설치 기업 선런(Sunrun)을 비롯해 쇼피파이(Shopify) 등 여러 굵직한 스타트업들의 초기 자금을 조달한 곳이 실리콘밸리은행입니다.

실리콘밸리 유명 투자사인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도 실리콘밸리은행의 주요 고객이었습니다. 그는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Figma), 음성기반 폐쇄형 소셜미디어(SNS) 클럽하우스, 식물성 코팅제를 개발한 어필사이언스(Apeel) 등에 투자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누구도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이던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소식이 세계 금융권과 기업들로 확산하며, 각국 당국도 사태를 주시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한 첫 번째 이유, 급격한 금리 상승 📈

실리콘밸리은행의 예치금은 2020년 1분기 600억 달러(약 79조원)에서 2022년 1분기 2,000억 달러(약 264조원)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가 코로나 지원금을 현금으로 살포하면서 자금 유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위기는 지난해 미국 테크 기업의 성장 둔화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정책에서 비롯됐습니다. 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1년 전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실리콘밸리은행이 이자율이 낮던 시절 미국 장기 국채를 너무 많이 사들였단 것. 2020년 실리콘밸리은행이 보유한 미 국채 등 증권 잔액은 270억 달러에 불과했는데, 이는 2021년 말 1,280억 달러(약 169조 3,400억원)까지 급증했습니다.

이자율이 오르자 이들 장기채는 헐값이 됐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한 두 번째 이유, 벤처기업 투자 침체 📉

여기에 금리상승으로 인해 SVB의 주 고객층인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도 문제였습니다. 고인플레이션 및 경기침체로 인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것.

VC들의 투자가 줄어들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앞다퉈 실리콘밸리은행에 예치한 자금을 인출했습니다. 이에 실리콘밸리은행은 고객의 예금 인출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 확보 목적으로 8일 장기 채권 210억 달러(약 27조 7,800억원) 어치를 매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18억 달러(약 2조 3,8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실리콘밸리은행 측은 밝혔습니다.

이 손실 소식이 발표가 도화선이 돼 파산이 가속화됐습니다. 발표 직후 실리콘밸리 은행의 주가는 60% 이상 폭락했습니다. 이후 VC 회사들은 앞다퉈 ‘자금을 빼라’는 경고를 내놓았고 고객들의 예금 인출은 되려 늘었습니다.

 

▲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각) CBS 방송에 출연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관련해 연방정부 차원의 구제금융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BS, 유튜브 캡처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에 각국 정부 긴장감 고조 🚨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처럼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다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문제들에 불을 지펴 연쇄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주말 사이 상황은 긴급하게 돌아갔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와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실리콘밸리은행 파산과 관련해 연방정부 차원의 구제금융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영국 정부의 경우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에 따른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동성 지원을 추진합니다. 캐나다의 경우 실리콘밸리은행과 거래한 기업들의 줄도산 우려가 퍼지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미국보다 대출 규모가 2배 이상 많기 때문입니다.

중국·인도·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소식, 얼마나 많은 기후테크 기업에게 영향 미칠까? 😢

그렉 베커 실리콘밸리은행 최고경영자(CEO)는 “지속가능한 저탄소 세계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수백 개 기업을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실리콘밸리은행은 2027년까지 자금 조달에 최소 50억 달러(약 6조 6,150억원)를 투자하는 등 기후테크 산업의 중요한 투자자를 자처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실리콘밸리은행은 대체단백질 기업인 비욘드미트(Beyond Meat)와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의 금융 주관사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2020년에는 3,775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 20개에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파산 여파가 기후테크 스타트업 및 VC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입니다.

탄소제거 스타트업인 참인더스트리얼(Charm Industrial)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은행에서) 수백만 달러의 예금을 인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현금성 자산 상당수가 은행에 묶여 있습니다.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지 못할 경우 이들 기업은 급여 지급이 어려울뿐더러, 최악의 경우 부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기후테크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미 포브스(Forbes)는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소식이 청정기술 생태계에 막대한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NYT는 컨설팅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초기 기후혁신을 위한 자금 조달이 중요한 시기에 (투자가) 중단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은 ‘기후테크의 미래’란 보고서를 발간했다. ©SVB

‘기후테크 미래 보고서’에 넣은 우려사항…📢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이 발행한 ‘기후테크의 미래’ 보고서에 의하면, 은행 측은 전기자동차·대체단백질 산업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특히, 기후테크 산업 중에서도 에너지부문의 성장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실리콘밸리은행은 기후테크 기업들이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압력으로 비용 상승의 우려가 있다고 기술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요소들이 기후테크 기업이 아닌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으로 이어졌습니다.

 

A cautionary note: the climate tech sector does not come without its challenges. Timelines for companies to scale are typically longer, talent is in short supply, infrastructure is lagging plus inflation and supply-chain pressures are increasing the cost of operations.

실리콘밸리은행 ‘기후테크 미래’ 보고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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