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인 중국이 전기자동차 모터(전동기) 등에 쓰이는 고품질 ‘희토류 자석’ 기술 수출금지를 고려 중이란 소식이 지난 4월 일본 요미우리신문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중국은 국제 희토류 공급망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세계 희토류 원소의 58%,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92%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기 터빈 등 친환경 산업서 사용되는 핵심광물입니다. 그중에서도 희토류 자석은 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부품입니다. 전기차 외에도 풍력발전기, 항공기, 스마트폰, 에어컨 등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됩니다.

그런데 중국의 희토류 자석 기술 수출금지가 현실화되면 자체 제조 업체가 없는 국가는 중국으로부터 완제품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모터 수요가 높은 국내 업계가 긴장에 빠진 상황입니다.

이에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대중국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내재화를 위해 잇따라 ‘탈희토류’를 선언했습니다.

우리나라 현대자동차그룹 또한 희토류를 원료로 사용하지 않는 전기차 모터 개발에 나서며, 탈희토류 추세에 동참했단 소식입니다.

 

느슨한 환경규제로 희토류 시장 독점한 中…“공급망 통제 강화 나서” 🗺️

지난 4월 요미우리는 “중국이 희토류 자석 공급망을 장악해 환경 분야에서 패권을 쥐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진핑 정권이 희토류 자석을 국가안보와 관련된 전략물자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찍이 중국은 2010년대부터 자국 내 희토류 기업을 6개의 국유기업으로 통폐합하는 것은 물론 매년 희토류 채굴 및 제련량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2020년 시진핑 주석은 국제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각국의 의존도를 높이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희토류 자석 수출금지 고려도 그 일환이란 것이 요미우리의 분석입니다.

 

▲ 희토류 채굴 및 제련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물질이 배출돼 비교적 환경규제가 느스한 중국이 국제 희토류 공급망을 독점하고 있다 ©Foreign Policy Research Institute

즉, 국제 희토류 공급망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기술수출 금지 목록을 넣은 것.

사실 중국이 희토류 강국으로 떠오른 배경을 보면 환경오염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희토류 채굴·제련 과정서 폐수와 가스 등의 오염물질이 배출돼 생산을 기피해 왔습니다.

일본, 독일, 베트남 등의 국가도 희토류 영구자석을 생산하고 있으나 환경오염을 이유로 정·제련 공장이 없어 희토류 가공 시 중국 공급망을 필수로 거치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비교적 환경규제가 느슨한 중국이 낮은 정제 비용을 등에 업고 국제 희토류 공급망을 독점할 수 있게 된 것.

여기에 중국은 2010년 희토류 등 대일본 수출 규제 실시 당시, 일본 기업과 합작 사업 등을 통해 제련과 합금 기술을 흡수해 시장 주도권을 잡은 상태입니다.

이 가운데 최근 중국은 희토류 공급망에서 보다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정책적 기반을 마련 중입니다. 그 예로 현재 중국은 생산허가증을 보유한 국유기업만이 희토류를 생산·가공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 ‘탈중국’ 속 베트남이 급부상해! 🤝
지난 2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이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나온 보도에 따르면, 한국SGI와 중국 바이오터우인스트마그네틱(INST) 등이 중국이 아닌 베트남으로 조립 라인을 이전 중입니다. 한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중국과 이웃한 베트남이 산업 신생주자일 뿐더러, 중국 다음으로 많은 희토류 매장량을 개발하지 않아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미국 에너지부(DOE)는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이 전 세계 희토류 자석의 1%를 생산할 뿐, 채굴과 광물 처리과정을 중국에게 맡겨 갈길이 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대차, 희토류 없는 전기차 모터 개발 시작” 🔧

우리나라도 중국산 희토류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생산하는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희토류 위주인 영구자석 수입액은 2020년 2억 3,900만 달러(약 3,180억원)에서 2022년 6억 4,100만 달러(약 8,529억원)로 약 2.7배 늘었습니다.

이는 희토류가 전기차 주행거리와 속도를 높이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영구자석의 87.9%는 중국산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국산 희토류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국내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현대자동차그룹은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희토류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전기차 모터 이른바 권선형 회전자 동기모터를 개발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남양연구소에서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터븀과 같은 희토류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전기차 모터를 개발 중입니다.

이른바 ‘권선형 회전자 동기모터(WRSM)’입니다.

현대차가 개발에 나선 WRSM은 모터의 회전 부분에 네오디뮴계 영구자석을 뒀던 기존 영구자석 동기모터(PMSM)와는 달리 전자석이 사용될 예정입니다.

현대차는 2022년 설계 인력을 보강하고 연구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WRSM이 수명이 짧고 에너지손실이 높아 희토류가 포함된 모터보다 비효율적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WRSM이 가진 한계를 어느 수준까지 극복하는지에 따라 ‘완전한 탈희토류’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슬라, ‘페라이트’ 모터 개발 중…“전기차 모터론 부적합 평가도 나와” 🚘

주요 글로벌 완성차 및 전기차업체들도 ‘탈희토류’를 목표로 기술개발에 나선 상황입니다.

전기차 선두 주자인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Tesla) 역시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탈희토류에 대비 중입니다.

지난 3월 열린 제1회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콜린 캠벨 전(前) 테슬라 파워트레인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중국 공급망 등의 문제로) 차세대 전기차에는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현재 테슬라는 희토류 대신 산화철에 금속원소를 혼합해 만든 ‘페라이트(Ferrite)’를 영구자석으로 활용한 모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페라이트 영구자석은 네오디뮴계 다음으로 자동차 모터에 많이 사용됩니다. 저렴하고 고온에서도 사용할 수 있단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페라이트는 네오디뮴보다 자력이 약해 전기차 산업에서 희토류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와 활용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 지난 3월 콜린 캠벨 전 테슬라 파워트레인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미중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등을 이유로 차세대 전기차에는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Tesla 유튜브 캡처

현대차와 테슬라 외에도 ▲독일 BMW와 ▲일본 도요타자동차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 완성차 업체들도 이전부터 탈희토류를 추진해왔습니다.

BMW는 지난해 3월 출시한 전기차 i4에 WRSM 방식의 모터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도요타는 2018년부터 희토류 공급 부족에 대비해 네오디뮴 사용량을 50%로 줄이고 다른 희토류 원소인 란타넘과 세륨 등으로 대체하는 영구자석을 개발했습니다.

도요타가 개발한 영구자석은 2020년대 초 자동차 모터 등에 사용될 예정으로 향후 10년 이내에 전기차 구동 모터에도 활용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GM은 2021년 10월 미국 대표 제조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과 희토류 공급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핵심광물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中, 희토류 자석 수출금지 적극 검토…“완성차·전기차 업체 직격탄 우려” 🚨

한편, 이러한 중국산 희토류로부터 독립하려는 완성차 및 전기차 업체들의 움직임은 더욱 가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맞대응으로 희토류 자석 수출금지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중국은 지난해 12월 수출금지·제한 기술 목록 개정안에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 기술을 추가하며 희토류 공급망을 더욱 조이겠단 의지를 공고히 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이르면 올해 확정돼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희토류 채굴부터 영구자석 생산까지 공급망 전반에서 중국의 통제가 강화될 것이란 우려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희토류를 핵심부품으로 사용하는 완성차 및 전기차 업체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어 대체 광물 활용 등 선제적인 대응전략이 시급하단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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