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와 프리실라 챈 페이스북(현 메타 ) 창업자 부부가 세운 자선재단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CZI·Chan Zuckerberg Initiative)’가 직접공기포집(DAC) 플랜트 건설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퍼보에너지(Fervo Energy)는 CZI로부터 지원받아 지열발전소와 완전히 일체화된 DAC 플랜트를 건설할 것이라고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케이틀린 폭스 CZI 부사장은 “탄소제거(CDR)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극적으로 줄여야 한다”며 “(퍼보에너지가 보유한) 차세대 지열 기술과 DAC 기술의 통합은 더 낮은 비용으로 탄소제거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구체적인 지원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빌 게이츠 기후펀드 BEV·구글도 주목한 퍼보에너지! 🤔

2017년 설립된 퍼보에너지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 기업입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퍼보에너지의 가능성에 일찍이 주목했습니다. 퍼보에너지는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의 1기 투자 대상 기업 7곳 중 1곳이었습니다.

또 2021년 글로벌 기업 구글과 차세대 지열발전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듬해인 2022년 8월, 퍼보에너지는 1억 3,800만 달러(약 1,799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도 성공했습니다. 해당 투자는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이자 사모펀드인 데이터콜렉티브(DCVC)가 주도했습니다. DCVC는 기후테크에 중점을 둔 스타트업에 중점적으로 자금을 투자하는 곳입니다.

내로라하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퍼보에너지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퍼보에너지 공동설립자인 잭 노벡왼 최고기술책임자CTO 팀 라티머오 최고경영자CEO의 모습 ©Marilyn Chung LBNL

지열에 진심인 퍼보에너지…“지열에너지 생산량 증가 방법 개발 중” 🌎

퍼보에너지의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팀 라티머. 그는 세계 최대 광산기업인 BHP 빌리턴(BHP Billiton)의 셰일가스 사업부에서 시추엔지니어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라티머 CEO는 2015년 회사를 떠나는데요. 이후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환경 및 자원 관련 석사 학위를 취득합니다.

라티머 CEO는 대학원에서 기후문제를 고민하던 잭 노벡을 만납니다. 노벡은 대학원 입학 전까지 미 캘리포니아주 칼파인(Calpune) 지열발전소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는데요. 지열에너지의 가능성에 주목한 두 사람은 대학원 졸업 후 퍼보에너지를 설립합니다.

퍼보에너지는 석유산업에서 사용되는 수압파쇄법(Hydraulic Fracturing)과 수평시추법(Horizontal Drilling) 기술을 이용해 지열발전 비용 절감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두 기술 모두 주로 셰일가스(Shale Gas) 채굴에 사용됩니다.

  • 수압파쇄법 🛢️: 물·모래·화학물질 등을 섞은 물질을 고압으로 분사해 바위를 파쇄해 석유와 천연가스를 분리해 내는 공법.
  • 수평시추법 ⛏️: 수직으로 땅을 파고 들어가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일정 깊이까지만 수직으로 내려간 후 특정 각도로 비스듬히 뚫고 가는 기술.

 

퍼보에너지는 그중에서도 ‘혼합매질자극(MMS·Mixed Medium Stimulation)’을 사용해 지열발전소의 에너지생산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개발 중입니다. 이 기술은 지열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의 양을 증가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나, 아직까지 시도된 적은 없습니다.

 

▲ 미국 네바다주에 위치한 퍼보에너지의 지열 시추 현장 모습 ©Fervo Energy

쉽게 말해 퍼보에너지는 화석연료 산업에서 30여년 넘게 사용되던 기술을 지열에너지의 요구에 맞게 조정하고 있단 것인데요.

아울러 퍼보에너지는 유정 내부의 광섬유 케이블을 사용하여 지열자원의 흐름과 온도 및 성능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해당 데이터는 퍼보에너지가 보유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 기술을 통해 최적화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지열에너지의 생산성과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현재 화석연료 관련 기업에 종사하던 이들이 대거 퍼보에너지에 합류해 지열에너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의하면, 퍼보에너지 직원 38명 중 절반 이상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화석연료 기업 출신입니다.

 

▲ 2021년 퍼보에너지는 네바다주에 위치한 구글의 데이터센터에 지열발전소에서 나온 전력을 공급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Fervo Energy

퍼보에너지 “지열, DAC에 24시간 내내 무탄소 전력·열 공급 가능”

퍼보에너지는 이번 CZI의 투자를 바탕으로 “향후 3~5년 안에 DAC 플랜트와 지열발전소가 일체화된 시설을 건설하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시설은 네바다주 북서부와 유타주 중부 등 지열에너지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 중서부 지역일 가능성이 큽니다.

라티머 CEO는 미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DAC 플랜트 운영을 위해서는 “저탄소 공급원에서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며 “(그점에서) 지열은 훌륭한 에너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지열발전소와 결합된 DAC 플랜트는 24시간 내내 무탄소 전력과 열을 공급받을 수 있단 것입니다.

DAC 플랜트 운영에는 막대한 전력과 물 소비가 필요합니다. DAC가 자원·에너지 집약적인 만큼 다른 방식에 비해 이산화탄소(CO2) 포집 톤당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세계자원연구소(WRI)가 밝힌 바 있습니다.

 

▲ 북유럽 아이슬란드 헬리셰이디Hellisheiði 지열발전소 인근에 설치된 클라임웍스의 직접공기포집DAC 플랜트 설비의 모습 ©Climeworks

이 때문에 아이슬란드에 위치한 세계 최대 상업용 DAC 플랜트 ‘오르카(Orca)’의 경우 시설 운영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인근 지열발전소에서 공급받고 있습니다.

한편, 퍼보에너지는 지열발전소에서 나온 폐열을 탄소포집에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 중입니다. 지열발전소에서 나온 폐열은 때로는 212℃를 기록합니다. 이 온도는 DAC 플랜트에서 이산화탄소(CO2)만 포집해 지하에 묻는데 필요한 온도입니다.

탄소제거(CDR) 기술을 연구 중인 미 펜실베니아대의 헬레나 필로쥬 연구원 또한 “(DAC 플랜트 운영에 필요한 높은 온도는) 지열이 제공할 수 있는 에너지와 잘 맞는다”고 강조했습니다.

 

IRA 보조금 퍼보에너지 계획에 날개 달아…“CO2 운송·격리 등 과제 남아” 💨

퍼보에너지가 지열발전소와 DAC 플랜트를 결합하려고 하는 이유에는 미 정부의 정책도 영향을 줬단 분석입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 에너지부(DOE)는 신규 지열에너지 프로젝트 구현에 7,400만 달러(약 963억원)의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나아가 DAC를 위한 지역 허브 구축에는 35억 달러(약 4조 5,5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상황입니다.

퍼보에너지는 이들 자금을 최대한 지원받아 지열발전소가 결합된 DAC 플랜트를 구축하겠단 계획입니다.

물론 해결해야 할 세부과제도 많습니다. 가령 포집한 CO2를 지하에 어떻게 격리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이상적으로는 CO2를 광물화시켜 지하 깊숙한 곳에 격리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필로쥬 연구원은 대수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에 지열발전소를 배치하는 것이 과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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