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에너지안보 및 기후대응 관련 투자를 강화함으로써 역내 녹색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영국 정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에너지안보데이(Energy Security Day)’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당초 이 계획의 원명은 ‘그린데이(Green Day)’ 계획이었습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탄소중립(넷제로)에 도달하기 위한 선행 조치로 재생에너지 발전을 촉진하고, 원자력 발전을 되살리며 탄소포집과 같은 신산업을 구축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역내 녹색산업에서 신규 일자리 50만여개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환경 전문 포럼인 클라이언트(Client Earth) 등 3개 기관이 영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7월 18일(현지시각), 영국 고등법원은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정부에 탄소중립 계획을 다시 세워 의회에 제출하라고 판결했다. 사진은 클라이언트 소속 기후전문변호사인 샘 헌터 존슨과 소피 마르자낙이 청문회 직전 고등법원 앞에서 촬영한 모습. ©Client Earth

英 고등법원, 정부에 온실가스 감축 정책 구체화 요구 ⚖️

영국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8%를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단 계획입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법률도 이미 2008년에 제정된 상황입니다. ‘기후변화법(Climate Change Act)’이라 불리는 법으로 2019년 6월 전면 개정을 통해 단계적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세부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작년 7월 영국 고등법원은 정부가 제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국제환경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등 3개 기관이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를 대상으로 제기한 기후소송에서 법원이 일부 승소 판결을 한 것.

당시 사건을 맡은 데이비드 홀게이트 판사는 “정부의 계획이 감축 목표를 어떻게 이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나 양적이 분석이 없다”며 “영국 의회와 일반인에게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투명하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고등법원은 BEIS에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밝힌 정책이 온실가스 감축에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이를 2023년 3월까지 의회에 제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즉, 금번 계획은 고등법원이 정부의 기존 탄소중립 계획이 충분히 상세하지 않다고 판결함에 따라 다시 세워진 것.

 

▲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영국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안보데이(Energy Security Day)’ 계획의 핵심 중 하나는 영국의 에너지 미래 청사진을 그린 ‘파워링 업 브리튼’ 계획이다. ©Friends of the Earth

英 정부 “법원 요구 반영한 세부계획”…‘파워링 업 브리튼’ 핵심은? 😮

영국 데이터 기반 기후매체인 카본브리프(Carbon Brief)에 따르면, 이 계획은 총 2,840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계획의 핵심 중 하나는 영국 내 에너지 미래 청사진을 담은 정책서 ‘파워링 업 브리튼(Powering Up Britain)’입니다.

정책서 발간을 주도한 그랜트 섑스 영국 에너지안보부 장관은 재생에너지 및 원자력 투자를 통해 자국 에너지생산 시스템을 다양화·국산화·탈탄소화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1️⃣ 투자 유치 가속화 📊

태양광 및 해상풍력 발전 등 에너지 기반시설(인프라)을 더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도록 기존 정책을 개편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예를 들어 부유식 해상풍력 투자를 위해 1억 6,000만 파운드(약 2,620억원)이 투자됩니다.

또 정책서는 원자력을 “미래 에너지 시스템의 주요한 기저부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영국 원자력개발기구 ‘대영원자력(GBN·Great British Nuclear)’의 경우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 및 기금을 운용할 예정입니다.

 

2️⃣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가속화 ☁️

영국 정부는 CCUS를 통해 2030년까지 최대 2,700만 톤의 이산화탄소(CO2)를 저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2020년 중반까지 ‘CCUS 클러스터’ 2개를 만들고, 2030년에 또 2개를 추가해 총 4개로 늘린단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200억 파운드(약 33조원)의 예산이 배정됐습니다.

 

3️⃣ 저탄소수소 연구개발 ☀️

영국 정부는 2020년 ‘녹색산업혁명을 위한 10대 중점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계획에는 2억 4,000만 파운드(약 3,931억원) 규모의 ‘탄소중립 수소펀드(Net Zero Hydrogen Fund)’를 저탄소수소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단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번 계획에는 해당 펀드를 웨일즈에서 진행 중인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에 지원한다는 내용이 언급됐습니다.

 

4️⃣ 히트펌프 투자 ↑ 🏘️

건물 냉난방을 위한 화석연료 소비 감소를 목표로 합니다. 이에 영국 정부는 히트펌프 엑셀러레이터 계획에 3,000만 파운드(약 491억원)를 투자해 역내 히트펌프 및 제조 공급을 촉진할 계획입니다. 이중 상당수는 민간 부문에서 끌어온단 계획입니다. 아울러 히트펌프 구매 시 5,000파운드(약 818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현행 정책을 기존 2025년에서 2028년까지 연장하도록 했습니다.

 

5️⃣ 전기자동차 지원금 ↑ 🚗

수송 부문 탈탄소화 지원을 위해 영국 내 전기차 충전소 및 기반시설 강화에 3억 8,000만 파운드(약 6,223억 원)를 투자합니다.

이밖에도 ▲가정 내 가스비 상향 ▲기후적응재원 확대를 위한 추진계획 ▲자연기반 투자원칙 확립 ▲스코프3(Scope 3) 배출 보고에 대한 표준화 등의 내용도 계획에 담겼습니다.

 

▲ EU의 CBAM은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에 우선 적용된다. ©France Diplomacy

탄소국경세 도입 및 美 IRA 대책도 조만간 발표 예정 📢

한편,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 정부도 수입 원자재에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앞서 영국은 2020년 1월말 EU를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를 단행했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은 ‘유럽 탄소배출권거래제도(EU ETS)’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배출권거래제(UK ETS)를 운영 중입니다.

수낵 총리는 에너지안보데이 계획 발표 전날 의회 하원에서 영국 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탄소국경세를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관련 논의를 진행했고, 양측의 배출권거래제와 관련해 협력할 기회가 있단 점도 시사했습니다.

기후변화 전문 싱크탱크 ESG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CBAM이 EU와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EU의 경우 역내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의 탄소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EU-ETS에 연동된 탄소가격이 추가로 부과되는 구조입니다.

아울러 영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는 정책도 내놓겠단 계획입니다.

다만, 재생에너지 설비·전기차 등에 대한 세액공제가 주를 이루는 IRA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란 것이 영국 정부의 설명입니다.

제레미 헌트 재무부 장관은 “미국의 막대한 친환경 보조금 정책에 대응해 (영국 내) 투자를 지켜내야 한다”며 “보조금에 맞서 또 보조금을 주는 것보다 (녹색산업 투자에) 매력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 영국 데이터 기반 기후매체인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온실가스 부문별 감축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를 가정한 2021년과 2035년 부문별 영국 온실가스 배출량(GHG) 그래프. ©Carbon Brief

“차질없이 수행되면 획기적인 감축 가능”…환경단체·학계서 지적 잇따라 🚨

카본브리프는 영국 정부의 부문별 계획이 차질없이 수행될 경우 역내 온실가스가 획기적으로 감축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감축량이 가장 큰 부문은 전기화 전환 촉진 등의 계획이 담긴 수송 부문으로, 현재 영국 전체 배출량의 26%를 차지합니다. 그 다음은 산업 부문으로 그린수소 및 재생에너지 설비 등으로의 전환이 배출량 감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영국 현지에서는 계획을 놓고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계획 상당수가 기존 정부의 정책에 기반을 두고 있을뿐더러, 관련 자금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영국 정부는 CCS(탄소포집·저장) 사업을 통해 산업 부문의 배출량을 50% 이상 제거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대해 주요 환경단체들은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단 여지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영국 정부의 에너지안보 및 기후대응 정책을 담은 ‘에너지안보데이’ 계획 발표 직후 현지 일간지 더가디언에는 해당 정책이 화석연료 소비를 되려 촉진한다는 비판을 담은 칼럼이 게재됐다. 사진은 칼럼 속에 게재된 일러스트의 모습. ©Bill Bragg, The Guardian

무엇보다 IRA 대응을 위한 세부적인 계획이 없단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그랜섬연구소의 조시 버크 수석연구원은 “영국 정부는 미국 IRA에 뒤처져, 녹색전환을 위한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6개월 후 영국은 훨씬 더 뒤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육상풍력개발협회인 리뉴어블UK(RenewableUK)는 “정부 정책이 재생에너지 분야에 필요한 투자를 유치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수준으로 투자를 모으기 위한 접근 방안이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지난해 기후소송을 주도한 환경단체 지구의 벗의 정책책임자인 마이클 차일드는 “수정된 계획안이 탄소중립 달성에 부족할 경우 단체 내 변호사들이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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