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 대기업 엑손모빌(Exxonmobil)이 화석연료 배출과 기후변화 사이의 연관성을 겉으로는 인정하면서도 그 뒤에선 이를 부정하려는 정황이 포착돼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사내 문건을 단독으로 확보해 보도했습니다.

WSJ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엑손모빌 경영진은 기후변화를 부정하기 위해 10년 넘게 각종 지시를 내려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엑손모빌이 그간 기후변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그 이면에선 반대 여론을 부추기기 위해 조직적으로 활동했단 지적이 나옵니다.

 

엑손모빌 기후대응 경시 관행 밝혀져…“기후변화 부정 여론 형성에 집중” 🚨

WSJ가 입건한 문건은 2015년 뉴욕주 법무부가 엑손모빌을 수사하던 당시 작성된 것입니다. 당시 엑손모빌은 화석연료 산업의 위험성을 투자자에 알리지 않았단 혐의로 뉴욕주 법무부로부터 수사받고 있었습니다.

담당 판사의 명령에 따라 엑손모빌 측이 법원에 제출하기 위한 문서를 작성한 것. 해당 문서는 그간 사내 대외비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WSJ가 입수한 문건은 렉스 틸러슨 전(前)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의 재임 기간에 작성된 문서입니다. 그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CEO로 재임했습니다.

틸러슨 전 CEO는 1975년 엑손모빌에 입사해 약 41년간 근무한 인물입니다.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 국무부 장관으로 지명돼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런데 WSJ가 문서 중 일부 내용을 보도함에 따라 틸러슨 전 CEO를 중심으로 기후대응을 경시해온 엑손모빌의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WSJ는 틸러슨 전 CEO에 대해 “화석연료 사용이 기후위기를 심화한단 여론의 인식을 뒤집고자 집요한 움직임을 보인 인물”이라 평가했습니다.

문건에 따르면, 틸러슨 전 CEO는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한 각종 과학적 연구에 회의적인 여론 형성에 집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엑손모빌 전직 최고경영자이자 제69대 미국 국무장관으로 재임한 렉스 틸러슨의 모습. ©미국 국무부

일례로 지난 2011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4℃ 오를 경우 전 세계적 재앙이 닥칠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틸러슨 전 CEO는 직원들에게 신뢰할 수 없는 내용이라 일갈했습니다.

여기에 기후변화에 부정하는 여론을 확산하고자 사내 연구원을 IPCC 과학자로 참여하기를 압박한 것도 드러났습니다.

이외에도 틸러슨 전 CEO는 북극해의 화석연료 개발이 빙하가 녹는 속도를 빠르게 하고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확산하자, 기후변화와 북극 문제를 떼어놓기 위해 주력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가 CEO로 재임하던 2015년 당시 엑손모빌은 러시아 북극해 지역에서 원유시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엑손모빌의 전임 경영진은 WSJ에 “틸러슨 전 CEO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조치를 거의 취하지 않았다”며 “기업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주체는 오직 정부라고 믿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틸러슨 전 CEO는 문건에 대한 WSJ의 질의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 40년전 지구온난화 예측한 엑손모빌

 

▲ 엑손모빌의 공장 외관 모습. ©Exxonmobil

기후변화 부정 담론, 과거 경영진부터 반복…“온실가스 감축 조치 때문” 📉

엑손모빌 전임 경영진은 기후변화를 부정하려는 틸러슨 전 CEO의 견해가 이전 경영진에서부터 지속된 관행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 예로 1988년 제임스 핸슨 전(前)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가 미 의회에서 “현재 지구 온도는 관측 역사상 가장 높다”며 그 원인으로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가 쏟아졌습니다.

당시 엑손모빌 연구책임자로 근무한 프랭크 스프로우는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조치가 필요하단 합의가 나올 경우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에 그는 사내에서 온실가스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할 경우 석유·가스·석탄의 가치를 보호하는 내용을 포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스프로우 책임자의 이러한 주장은 사내 공식 정책으로 채택됐습니다.

스프로우 책임자는 WSJ에 “틸러슨 이전 CEO를 맡은 리 레이몬드 등 주요 경영진 또한 인간 활동이 기후변화를 어느 정도까지 유발하고 가속화하는지에 대해 항상 의문을 제기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문건에서 엑손모빌은 화석연료 사용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개념을 과거부터 반대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00년대 엑손모빌 기획부 경제 및 에너지 부문 책임자로 근무한 스캇 나우만은 “엑손모빌은 기술발전을 통해 기후변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며 위 사실을 뒷받침했습니다.

이어 나우만 전 책임자는 “자동차와 기계 등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기술 솔루션이 지구온난화를 멈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제안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엑손모빌은 대외 홍보를 위해 2008년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연구단체에 대한 기부를 중단할 것을 밝혔으나 실제로는 물밑에서 이들 단체를 꾸준히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 카운티 내 산타이네즈에 위치한 엑손모빌의 석유시추선의 모습. ©Exxonmobil

엑손모빌 과거 문건 중요치 않아…“화석연료 위험성 속여 소송 직면” ⚖️

이번 논란에 대해 대런 우즈 현(現) 엑손모빌 CEO는 “오래된 문건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며 다소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현재 엑손모빌은 배출량 감축에 전념하는 사업망을 구축한 것은 물론 지속가능한 사업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단 것.

그러나 WSJ는 우즈 CEO 또한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전임 경영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배경엔 2017년 취임 직후 우즈 CEO는 해상풍력 프로젝트 등 재생에너지 개발에 적극 투자하겠단 뜻을 밝혔으나 아직까지 진행하지 않은 사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즈 CEO는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이 자사의 기술 수준을 벗어나는 저수익 사업이라며 투자 계획을 선회한 상태입니다.

한편, 최근 엑손모빌은 기후변화 위험을 숨겼다는 이유로 민사소송 피고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에 엑손모빌을 포함한 석유회사 5곳(엑손모빌·쉘·BP·코노코필리스·셰브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미국석유협회(API)도 소송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즉, 주정부가 기후소송을 제기한 것.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이들 기업이 1950년대부터 화석연료 사용이 심각한 지구온난화를 초래한단 점을 알고 있었지만, 위험성을 고의로 축소했단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들 화석연료 기업에 기후재난으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는 온실가스 감축 기금을 조성해야 할 것을 촉구한 상태입니다.

미국석유협회를 포함한 피고 당사 기업들은 성명을 통해 “해당 사안은 법원이 다루기에 적합한 문제는 아니”라며 “기후정책은 연방정부와 미 의회의 합의를 통해 수립해야 한다”고 즉각 반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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