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을 위해 각국 정부가 대중교통 친화정책 및 도시농업 등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도시 자체가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길러내는 인큐베이터가 된 사례도 있습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에게 아이디어와 제품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내어준 미국 뉴욕시가 대표적입니다. 현재 약 30여곳의 기후테크 기업이 한데 모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데요.

대도시에서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길러내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왜 도시를 선택했는지 그리니엄에서 알아봤습니다.

 

▲ 19세기 문을 연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BNY)는 165년 동안 미국의 주요 조선소 중 하나였다. 사진은 1945년 4월 촬영된 BNY 조선소(왼)의 모습. 이후 조선소는 1966년 뉴욕시 당국에 매각된 후 산업단지로 재개장(오)했다. ©U.S. Navy·BNY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 19세기 조선소에서 첨단테크 산업단지로 🚢

뉴욕시 한가운데 위치한 산업단지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BNY).’

300 에이커(약 120만㎡·36만평) 가량의 넓은 부지에는 건물 60개, 전용 도로망, 편의시설, 발전소가 갖춰져 있습니다. 현재 550여개 기업이 BNY에 입주해 있습니다.

‘살인적인’ 임대료로 유명한 뉴욕시 한가운데에 거대한 산업단지가 자리 잡을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BNY가 위치한 장소는 사실 조선소였습니다. 1801년 문을 열어 제1·2차 세계대전까지 미국의 해군 함선을 제작했는데요. 이 조선소에서 165년 넘게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전투함들이 여럿 건조되고 진수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시게미쓰 마모루 일본 외무대신이 항복문서에 서명한 장소, USS 미주리호도 이곳에서 건조됐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 정부가 국방비를 축소하자, 해당 조선소도 1966년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이후 뉴욕시 당국에 매각되고, 비영리단체가 관리하는 산업단지로 재개장하게 됩니다.

 

▲ 뉴랩(New Lab)이 위치한 ‘빌딩 128’은 해군 선박 조립에 사용된 철골 건물(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하드웨어 기술 인큐베이팅 전문 공간인 뉴랩에서는 2019년 스타트업 옵티머스라이드가 자율주행차 시험을 진행(오)했다. ©Newlab·Optimus ride

1970년대 2차례의 석유파동(Oil shock), 1980년대 조선업 불황으로 BNY는 여러 차례 폐업과 재개장을 반복합니다.

현재 BNY는 양자컴퓨팅·첨단소재·로봇공학 등 기술혁신의 중심 허브로 재탄생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2016년 문을 연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 뉴랩(New Lab)이 있습니다. 타 인큐베이팅 공간과 달리 하드웨어 기술 지원에 특화됐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뉴랩에서 지원한 대표적 사례로는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옵티머스라이드(Optimus ride)가 있습니다.

2019년 옵티머스라이드는 첫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본사가 있는 보스턴이 아닌, 뉴욕 BNY에서 진행했습니다. 이는 BNY에서는 별도의 경찰 호위나 조치 없이 자유롭게 자율주행차 기술을 시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옵티머스라이드는 400개 이상의 제조기업과 1만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BNY에 자율주행차를 무료 통근버스로 제공했습니다. 수천명 가량을 운송하며 자율주행차의 성능과 안전성을 실험할 수 있었던 것.

 

▲ BNY는 2021년부터 친환경(Green) 기술 실증 실험을 지원하기 위한 이니셔티브 ‘야드랩스(Yard Labs)’를 운영하고 있다. ©Yard Labs

‘기후테크’ 산업단지로 변모한 BNY…“지속가능한 뉴욕시 꿈꿔!” 🗽

뿐만 아니라, BNY는 여러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에게 테스트베드(test bed), 즉 시험장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뉴욕시 당국은 BNY를 아예 기후테크 산업단지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입니다.

친환경(Green) 기술 실증 실험을 지원하기 위해 2021년 시작된 야드랩스(Yard Labs) 이니셔티브가 대표적입니다.

야드랩스에는 ▲건물·운송·공급망 지속가능성 제고 ▲에너지 효율 극대화 ▲온실가스 배출량(GHG) 감축 ▲에너지 생산·저장 ▲컴퓨팅 혁신 ▲생명공학(Biotech) ▲재생에너지 등 기술 기업만 지원 가능합니다. 한해 최대 16개 기업만이 이니셔티브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까다로운 기준과 엄격한 심사를 거치고 선정된 기업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실증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별도의 금전적 지원이 없을뿐더러, 선정기업들은 행정·관리 비용과 보증금으로 수백 만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야드랩스에 지원하는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BNY 관리를 맡은 브루클린네이비야드개발공사(BYNDC)의 린제이 그린 최고경영자(CEO)는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에겐 “실험실이나 사막 환경”이 아니라 “군중과 교통량이 없는 도시 환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는데요.

즉, 스타트업들이 도시 환경에 맞춰서 여러 실험을 진행하기에 건물·기업·도로망·발전소까지 갖추고 있으면서 규제도 적은 BNY가 적격이란 것.

 

▲ BNY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 뉴랩(New Lab)에서는 정기적으로 기업인들 간의 만남을 위한 모임이 열린다. 작년 9월에는 뉴욕주 기후주간(Climate Week)에 맞춰 기후테크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 뉴랩에서 열렸다. ©Newlab

도시를 바꾸기 위한 기후테크? 뉴욕서 절찬리 실험 중! 🧑‍🔬

과거 조선소 독(dock·선박건조장)으로 쓰이던 곳에는 수중 부양 실험시설, 건물 옥상에는 생명공학 스타트업들을 위한 텃밭이 준비돼 있습니다. 이밖에도 금속가공, 목공, 3D 프린팅 시설도 갖춰져 있습니다.

입주 기업들끼리 각자 보유한 기술을 공유하고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단 것도 장점입니다.

덕분에 BNY는 여러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의 실험장이 됐습니다. 미 경제지 포브스(Forbes)가 주목하고 그리니엄이 소개한 순환소재 스타트업 톰텍스(TômTex) 또한 이곳 BNY 뉴랩의 인큐베이팅으로 탄생했습니다.

현재 BNY에 입주한 550개의 기술기업 중 약 30여 곳이 기후테크 스타트업입니다. 이밖에도 BNY에 어떤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있는지 살펴본다면.

 

▲ BNY의 뉴랩 건물에 설치된 페르마타 에너지의 V2X 시스템과 이에 연결된 전기차 모습. ©Fermata Energy

1️⃣ 뉴욕 한복판서 탄소포집(CCS) 실험하는 탈로랩스 🏭

2021년 설립된 탈로랩스(Thalo Labs). 이 기업은 건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포집해 재활용 가능 분말로 만들기 위한 특수 필터를 개발 중입니다. 문제는 실제로 이 특수 필터와 시설들을 실험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건물주를 찾기 어려웠다는 것인데요. 브렌든 헤르말린 탈로랩스 CEO는 야드랩스 이니셔티브를 통해 BNY 건물 옥상에 실증 실험 시설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2️⃣ V2X 기술 상용화 도전하는 페르마타 에너지 🚗

2010년 설립된 페르마타에너지(Fermata Energy)는 전기자동차와 전력망(그리드)을 연결해 에너지 탄력성을 높이는 V2X(Vehicle-to-Everything)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탈로랩스와 마찬가지로 실험을 위한 건물주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페르마타에너지는 뉴랩에 입주한 덕에 건물 내 V2G 기술이 적용된 충전기를 설치하고, 건물과 전기차 간 전기소비량 모니터링할 수 있었습니다.

 

3️⃣ 미생물 데이터베이스로 식물성 식품 돕는 킹덤수퍼컬처 🦠

BNY에 소재한 킹덤수퍼컬처(Kingdom Supercultures)는 김치, 치즈, 절인 양배추인 사우어크라우트 등 수천 개의 발효식품 샘플을 수집해 미생물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생명공학 스타트업입니다. 식품기업들이 축산업을 대체하기 위한 식물성 식품의 맛과 향을 더 빠르게 개선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 BNY에 방문한 에릭 아담스 뉴욕 시장(오)이 바이오소재를 살펴보고 있다. ©Mayor Eric Adams, 페이스북

뉴욕 시장 “기후테크 양성이 곧 미래를 위한 도시경제” 📣

한편, 뉴욕시는 기후테크를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올해 1월 뉴욕시는 BNY에 2,000만 달러(한화 약 262억원) 규모를 지원해 신규 생명공학 센터를 설립할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에릭 아담스 뉴욕 시장은 이 프로젝트가 “도시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는 “우리가 (음식을) 먹고, (건물을) 짓고, 환경을 보호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도시경제”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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