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및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열분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특히, 산업부문의 열분해유 활용 확대를 위해선 안정적인 폐자원 수급 등 당면과제 해결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지난 1일 내놓은 ‘탄소중립 산업전환을 위한 열분해 기술과 활용 정책과제’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열분해 기술은 플라스틱·타이어 등 다양한 유형의 폐기물을 처리하고, 수소 등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어 유망한 온실가스 감축수단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연구원은 열분해 기술에 대해 “플라스틱 자원순환에 있어 기존 물리적 재활용의 단점을 보완한다”며 “기존 매립 및 소각에 비해 환경부하가 적고, 미래의 자원고갈에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로 평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열분해 등 화학적 재활용은 기계적 재활용과 달리 몇 번이고 재활할 수 있습니다. 첨가제·색상·오염물질 유무 등에 상관없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단 장점도 있습니다.

 

▲ 컨설팅 기업 맥킨지 자료를 바탕으로 2016년 대비 2030년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별 성장 규모를 전망한 수치 ©산업연구원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시장 2030년 34조까지 성장…“열분해 투자 ↑” 📈

2017년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ANL)의 연구에 따르면, 열분해 기술을 통한 폐플라스틱 유래 연료는 기존 디젤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최대 14%까지 감축할 수 있습니다.

열분해 등 화학적 재활용을 통한 제품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는 폐플라스틱 기반 화학적 재활용 시장이 2016년 대비 2030년 254억 달러(약 3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바스프(BASF), 쉘(Shell) 등 주요 글로벌 화학·정유기업을 중심으로 열분해 투자가 확대되는 중입니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는 2019년부터 ‘켐사이클링(ChemCycling)’ 프로젝트를 통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전환 기술을 진행 중입니다.

켐사이클링은 열분해 기술을 통해 폐플라스틱으로부터 합성가스 등 원료를 추출하고, 제품 생산에 필요한 화석연료 일부를 재활용 원료로 대체하는 공정입니다. 바스프는 켐사이클링을 통해 식품 포장재와 냉장고 부품 및 단열재 개발 등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쉘의 경우 여러 협력사로부터 열분해유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 및 구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 화학가인 데이비드 윌슨이 브리티시페트롤륨BP에서 생산한 폐플라스틱 원료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들고 있다 ©James King Holmes Science Source

EU·미국 등 주요국 열분해 등 화학적 재활용 관련 정책 마련 중 ⚖️

주요국은 탄소중립 달성 및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열분해 기술 관련 세부 규정과 지침을 마련 중입니다.

유럽연합(EU)은 순환경제 전환에 있어 화학적 재활용이 기존 물리적 재활용의 보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준 21개 주(州)에서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을 촉진하는 법률이 통과됐습니다. 미 환경보호단체 천연자원보호협회(NRDC)에 의하면, 2022년 기준 미국 내에서 8개 시설이 가동 중입니다.

다만, 미 환경보호청(EPA)은 열분해 공정 시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규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와 관련해 시민의견을 수렴 중입니다.

 

▲ 지난 3월 30일 LG화학은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열분해유 등 신산업 신공장 착공식을 갖고 본격 건설에 돌입했다 열분해유 생산시설 건설에만 총 3100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당진시

“2030년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10% 목표”…국내 주요기업도 투자 ↑ 💰

우리나라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열분해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주요 국정과제로 열분해를 제시했습니다.

이후 지난해 9월 환경부는 순환경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플라스틱 열분해 산업 내 규제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화학적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친환경 인증 기반 확충 등도 고려 중입니다.

정부는 규제개선 및 지원 등을 통해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비중을 2020년 0.1%에서 2030년 10%까지 상향시킬 것이란 목표를 내놓았습니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은 일찍이 열분해유 생산시설에 투자를 추진 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LG화학이 최초로 석유화학 원료용 열분해유 생산을 위한 대규모 시설을 충남 당진 석문산업단지에 건설 중입니다. LG화학은 이 시설에서 연간 2만 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SK지오센트릭은 2025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울산단지 내 플라스틱 재활용 단지 ‘플라스틱 리사이클 클러스터’를 조성 중입니다. 해당 시설은 완공 시 열분해 등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연간 25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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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 “열분해 시설 초기 건설비·원료 수급 등 당면과제 해결돼야 해” 📝

이에 대해 연구원은 “산업부문 열분해 활용 확대를 위해서는 대규모 초기 자본 비용, 기업화, 산업화 등 현실적인 당면과제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열분해 장비는 구매 및 설치 비용이 많이 들뿐더러, 운영 및 유지보수를 위한 특정 기술 전문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연구원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는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안정적인 폐자원 원료 수급도 해결돼야 할 과제입니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열분해유, 바이오유 등 최종 제품의 품질 및 안정성은 열분해 공정에 사용되는 폐자원에 의존한다”며 “일관된 폐자원의 품질 관리는 상용화 및 시장 수용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환경연구원 또한 지난해 ‘폐플라스틱 열분해 추진여건 및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같은 제언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환경연구원은 “기존 폐플라스틱 처리방식에 화학적 재활용이 추가됨에 따라 원료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신규 참여기업 증가로 인해 향후 고품질 원료 확보를 위한 경쟁 가속화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환경부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 등을 위해 원료수급시설을 늘릴 예정입니다. 가령 폐비닐 전문 선별시설은 기존 3개소에서 2026년 20개소로 확충할 방침입니다.

 

열분해 관련 R&D·공공조달 확대 등 시장 활성화 정책도 필요 📢

이에 연구원은 열분해 핵심기술 사업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확대와 함께 민간투자 장려를 위한 재정적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더불어 산업계가 물질 수요 관리의 대표적인 감축수단으로 열분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기존 에너지전환 위주의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전략의 한계 극복을 위해 재설계·재활용·재제조 등 생산에 필요한 물질의 수요 관리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열분해 시장에 기존 및 신산업 업계 간의 갈등 조율을 위해 상생협의회가 운영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 주저자인 이상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열분해 제품 사용 장려, 공공조달 확대, 지적재산권 보호 등 시장 활성화가 마련돼야 한다”며 “지역 일자리와 경제적 기회 창출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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