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전국 확대 시행 방침을 사실상 포기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단 제언이 나왔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당초 적용 대상에서 종이컵은 제외하는 대신 가맹점 확대와 교차반납을 허용해 전국 확대 시행에 나서야 한단 것이 핵심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0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운영실태와 개선과제’ 현장실태조사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입법조사처 행정서비스 실태조사 특별팀(TF)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각 지방자치단체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그리고 커피전문점 가맹본부와 가맹점 등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심층 면담과 현장 방문을 거쳐 작성됐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음료를 종이컵나 플라스틱컵 등 일회용컵에 담아 구매하면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내고, 추후 빈 컵을 매장에 반납 시 보증금을 되돌려 주는 제도입니다.

 

▲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주문하면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이 부과되고 추후 소비자가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주는 제도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입법조사처 “정부, 일회용품 사용 규제 후퇴 양상 보여” 🤔

이 제도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자원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습니다. 당초 지난해 6월 10일부터 전국 시행 예정이었으나 경기침체 및 가맹점주들의 반발을 이유로 연기됐고, 같은해 12월 제주도와 세종시에 한해 시행 중입니다.

환경부는 제주와 세종에서 상황을 고려해 전국 확대 시행을 고려하기로 했으나, 최근 지자체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 논란을 빚은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후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관련 예산을 축소한 후 보증금제 추진방향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방안과 재활용을 넘어 순환경제 측면에서 관련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개선과제를 제언했습니다.

 

 

1️⃣ 일회용컵 보증금제 적용 대상서 종이컵 제외 필요 ♻️

먼저 입법조사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개선 방안으로 보증금 대상 컵을 ‘고품질 플라스틱컵’으로만 한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입법조사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 매장에서 배출되는 보증금컵을 고품질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재질별 분리배출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커피전문점 매장의 약 4분의 1이 15평형 이하로 종이컵과 플라스틱컵을 별도로 배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입법조사처는 진단했습니다.

입법조사처는 선진국의 경우 일회용품을 고품질로 순환자원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으로 보증금제를 활용하고 있단 점도 언급했습니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의 경우 순환자원으로써의 가치가 높은 페트병 등 고품질 일회용컵에 한해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 제도로 관리 중입니다.

폐페트병을 수거해 세척과 파쇄 등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투명 페트병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통해 고품질 순환자원을 얻기 위해선 여러 종류의 소재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컵을 단일소재로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유제철 환경부 차관이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첫날인 2022년 12월 2일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세종시 한 패스트푸드 매장을 방문해 음료를 구입하고 일회용컵 회수기를 이용해 일회용컵을 반납하는 모습 ©환경부

2️⃣ 가맹점 확대·브랜드 구분 없는 교차반납 허용 🥤

전국에 매장 수 100개 이상을 보유한 커피전문점 등 약 3만 8,000개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적용 대상인 상황.

입법조사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 가맹점을 확대해야 한단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들 일회용컵이 생활폐기물로 버려지지 않고 별도로 회수돼 재생원료로 재활용되기 위해선 가맹점이 더 늘어나야 한단 것이 기관의 설명입니다.

단, 가맹점 확대를 위해선 보증금컵의 교차반납을 허용하여 회수율을 높여야 한단 전제를 달았습니다.

현재 일회용컵 보증금제 반납은 음료를 구매한 동일 브랜드 매장에서만 반납이 가능합니다. 이마저도 커피전문점 면적이 작거나 무인매장인 경우에는 반납 의무가 없습니다.

입법조사처는 “2002년 도입됐다가 폐지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교차반납의 어려움이었다”며 “당시 브랜드별 교차반납이 어려워 컵회수율(반환율)이 30%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 중인 세종시의 경우 반환율이 4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제주의 경우 올해 9월 기준 72%까지 반환율이 상승했으나 관련 매장이 적단 민원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3️⃣ 가맹본부 책임 강화 필요 💼

이밖에도 입법조사처는 가맹본부의 책임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현재 보증금제 대상 사업자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입니다.

가맹본부는 기존 일회용 음료컵에 조폐공사로부터 받은 스티커를 컵과 가맹점에게 보급하는 역할만 하고 있단 것이 입법조사처의 진단입니다.

반면, 가맹점은 소비자에게 음료를 판매·반환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입법조사처는 “(가맹본부의) 컵 공급의 의미를 ‘소비자에게 음료를 담아 내놓을 수 있는 상태의 컵을 제공한다’는 영역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제언했습니다.

 

▲ 2022년 12월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위해 일회용컵들이 놓여 있다 ©환경운동연합

4️⃣ 다회용컵도 보증금 적용·지자체 권한 부여 필요…“단, 전국 시행 전제” 🗺️

다회용컵 사용 매장을 보증금 대상 매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단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다회용컵에 사용되는 재질은 폴리플로필렌(PP)인 반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페트(PET)입니다. 즉, PP 재질 다화용컵과 PET 재질 보증금컵이 같은 지역에서 혼용·배출·수거되면서 재활용 공정에 뒤섞여 투입됩니다.

입법조사처는 “다회용컵 재질을 PET가 아닌 재질을 사용하도록 하거나 다회용컵 매장을 보증금 매장으로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며 “보증금제 체계를 소비자가 혼동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회용컵 일차적 처리를 지자체가 담당한 만큼 책임과 권한 부여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입법조사처는 “보증금제 책임과 권한을 지자체가 구현할 수 있도록 환경부 차원 표준조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경우 전국 시행원칙은 고수해야 할뿐더러, 국제 플라스틱 협약 방침을 선제적으로 지켜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단 점이 전제로 제시됐습니다.

 

환경부 장관,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 시행 포기 아냐 🥤

한편,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 시행을 포기한 것이 아니란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입법조사처가 보고서를 내놓은 이튿날인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 ‘2023년도 국정감사’에 참석한 한 장관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포기 지적을 부인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장관은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따라 제주와 세종 등) 선도지역에서 진행 중인 것은 계속 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도를 개선하려고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열린 국감에서 한 장관은 제주와 세종에서의 사례를 검토한 후 2025년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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