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산호초가 도시 한복판에 등장했습니다.

네덜란드 디자인 스튜디오 ‘어반리프(Urban Reef)’가 디자인한 도시 산호초의 이야기입니다.

바닷속 산호초가 조류와 공생 관계를 갖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처럼 도시에도 다양한 생물들이 살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단 취지인데요.

바다도 아닌 도시에 산호초가 어떻게 나타날 수 있었을까요?

 

▲ 어반리프는 점토에 커피박 등 네덜란드 지역 내 여러 폐기물을 접목해 도시의 순환성 향상에 기여한다 ©Urban reef

점토와 커피박(커피찌꺼기) 등의 소재를 3D 프린팅으로 쌓아 가마에서 구워낸 구조물인 도시 산호초. 도시 내 물 순환성과 생물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됐습니다.

커피박 외에도 종이펄프, 조개껍데기 등 지역에서 발생한 폐기물들이 도시 산호초 제작에 사용됩니다. 이를 통해 도시 내 순환성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스튜디오 측은 밝혔습니다.

스튜디오는 다공성 소재와 복잡한 모양새의 구조물이 물과 열을 흡수해 미기후를 만들 수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기후란 주변 환경과 다른 국소지역의 특별한 기후나 지표면으로부터 지상 1.5m 이내의 기후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이 구조물이 도시의 열섬 현상 해소에 도움이 된단 것이 스튜디오 측의 설명입니다.

현재 네덜란드 로테르담 주변의 대학과 동물원 등에 20여개의 도시 산호초 프로토타입(시제품)이 배치돼 있습니다.

 

▲ 어반리프의 도시 산호초는 주변 지역의 물과 열을 흡수하고 다양한 생물이 부착해 살 수 있도록 접촉면이 많은 프랙탈 구조로 설계됐다 ©Urban Reef

스튜디오 공동설립자이자 조경 건축가인 피에르 오스캄은 포르투갈에서 도시를 산책하던 중 도시 산호초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회상합니다.

오스캄 디자이너는 산책에서 콘크리트 건물을 살펴보면서 현대의 도시에는 자연물이 존재하지만 그마저도 항상 통제된 시스템으로 포함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 때문에 생물다양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바다의 산호초처럼 인간의 개입이 닿지 않는 작은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균사체와 곤충, 이끼, 곰팡이가 살 수 있는 터전을 고안했다는 점에서 도시숲과 도시양봉, 재야생화 등 큰 동식물 중심의 생물다양성 프로젝트들과 차별점을 가집니다.

스튜디오 측은 이 구조물이 얇은 지붕이나 시멘트가 깔린 곳처럼 나무를 심을 수 없는 곳에 두도록 설계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점토를 구워 구조물을 만드는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만큼 지속가능한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막스 라투르 스튜디오 공동설립자는 밝혔습니다.

 

▲ 어반리프의 레인리프가 만들어지는 모습과 설치 구상도 우수관의 빗물받이로 설치해 빗물을 모으는 동시에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로 기능한다는 것이 어반리프의 설명이다 ©Urban Reef

스튜디오 측은 2021년 네덜란드 디자인위크(DDW)에서 첫 번째 도시 산호초를 선보였습니다.

물결 모양의 디자인으로 더 많은 빗물을 수집해 식물이 자랄 수 있게 하는 ‘레인리프(Rain Reef)’입니다.

점토로 만들어진 다공성 소재 덕분에 물을 모을 수 있으면서도 외부에서는 빗물을 먹고 생물이 자랄 수 있습니다.

즉, 우수관의 빗물받이를 대신하는 동시에 다양한 조류와 이끼 등의 서식지가 된단 것.

 

▲ 주리프 표면에 이끼가 자란 모습 회사 공동설립자인 막스 라투르와 피에르 오스캄은 최근 어반리프의 생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물에 여러 질감을 적용하고 있다 ©Urban Reef

이후 어반리프는 두 번째로 ‘주리프(Zoo Reef)’를 공개했습니다.

레인리프가 물 순환성에 주목했다면 주리프는 보다 더 생물친화적으로 설계됐습니다. 곰팡이부터 곤충, 새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어반리프는 이를 통해 현재 인간 중심의 콘크리트 건물로 가득 찬 도시에 비인간 생물들의 서식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최근에는 생물수용성(Bioreceptivity)을 더 높이기 위해 구조물 표면에 여러 질감을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데요.

표면을 더 울퉁불퉁하게 만들어서 조류 등 더 다양한 생물들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스튜디오 측은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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