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물가가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21일 한국은행은 올해 소지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인 4.7%를 넘을 수 있단 경고도 내놓았는데요.

세계 주요국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달 중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8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2%로 1998년 9월(9.3%) 이후 34년여 만에 최고치였습니다.

뛰어오르는 물가에 생활비를 아끼고자 갖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선진국에서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상품을 수거해 사용하는 ‘쓰레기통 다이빙(Dumpster-diving)’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쓰레기통에서 발견하는 물건도 가지각색입니다. 화장품, 전자제품, 가구 등 소비재부터 빵과 과채류 같은 식료품도 찾을 수 있는데요. 쓰레기인데 먹고 탈이 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쓰레기통에서 수거한 식재료와 음식 덕분에 더 건강해졌다는 쓰레기통 다이버가 있다는데요.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 질리언은 영업이 끝난 마트의 쓰레기통에 다이빙해 폐기됐지만 아직 섭취 가능한 식재료를 얻습니다 jillian rn4 TikTok

캐나다 간호사가 퇴근 후 마트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이유 🥦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는 간호사 질리언은 근무 교대가 끝나면 곧장 마트로 향합니다. 하지만 그가 향하는 곳은 마트 매장이 아닌 거대한 쓰레기통인데요. 그는 쓰레기통에서 싹이 조금 난 감자와 겉잎이 시들해진 채소, 표면에 살짝 흠집이 난 과일 등을 찾습니다. 이 ‘버려진 식재료’는 질리언의 소중한 한 끼 식사가 되는데요.

질리언은 18만 팔로워와 330만 좋아요를 받는 유명 틱톡커입니다. 식재료를 얻고 요리하는 과정을 틱톡에 공유하고 사람들에게 함께하자고 얘기하죠. 그는 자신을 ‘인간 너구리(Human Raccoon)’라고 표현하는데요.

틱톡상에서도 폐기된 식재료로 음식을 해먹고 탈나진 않냔 질문이 쇄도합니다. 이에 대답하기라도 하듯, 질리언은 한 영상에서 “쓰레기통 다이빙을 시작하고 나서 이전보다 더 건강하게 먹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쓰레기통에서 찾는 과일을 예로 들었습니다. 질리언은 이런 과일은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판매하기에는 너무 익은 과일이지만, 그래서 스무디를 만들기에는 ‘오히려 좋다’고 말했는데요. 덕분에 매일 신선한 과일 스무디를 마실 수 있다고 덧붙였죠.

 

©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양배추는 조금만 다듬으면 훌륭한 식재료가 됩니다 jillian rn4 TikTok

양배추롤, 채소 카레, 과일 스무디, 그런데 재료를 쓰레기통에서 건져 올린 🗑️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이렇게 멀쩡한 재료가 그냥 버려지고 있다는데 놀랍니다. 질리언은 최근 쓰레기통에서 상자째 버려진 양배추를 발견했는데요. 양배추는 겉이 시든 잎으로 싸여있었지만 몇 장을 떼자 이내 하얗고 깨끗한 속살이 드러났습니다.

갈색 반점이 생긴 바나나와 검게 후숙된 아보카도, 샛노란 호박과 함께 발견한 것들입니다. 어떻게 요리할지 고민하던 그는 양배추를 사용해 독일식 양배추 김치인 자우어크라우부터 양배추롤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질리언의 모습을 보며, ‘가난해서 그렇다’고 치부하는 반응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행 간호사(Travel nurse)로 일하고 있는데요. 여행 간호사는 간호 인력이 부족한 지역을 찾아다니며 일하는 형태로, 일반적으로 일반 간호사보다 더 높은 소득을 받는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질리언은 쓰레기통 다이빙으로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었지만 주목적은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 The business pickle

지구에서 생산된 음식물의 4분의 1은 먹기 전에 손실돼! 🍽️

질리안의 지적처럼, 다량의 음식은 소비자에게 가기도 전에 폐기됩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내놓은 음식물 쓰레기 지수 보고서 2021(Food Waste Index 2021)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버린 음식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전 세계 배출량의 8~10%를 차지하는데요.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 또한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의 손에 닿기 전에 손실되는 음식의 양이 전체의 26%임을 지적했습니다. BCG는 유통 및 소매 부분에서의 손실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6%에 달한다고 덧붙였는데요.

BCG는 원인으로 ▲불필요하게 엄격한 건강 및 미적 규정, ▲온도 조절 문제, ▲소매업체 및 식당의 재고 방치 등을 꼽았습니다.

여기서 불필요하게 엄격한 건강 및 미적 규정이란 ‘유통기한’을 일컫는데요. 유통기한 만료가 곧 섭취 불가로 오인되며 폐기 및 낭비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한편, 보고서는 고소득 선진국일수록 소매업체가 재고를 과도하게 쌓아놓는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질리언을 비롯한 쓰레기통 다이버들의 소셜미디어(SNS) 댓글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들이 나옵니다.

스스로 ‘전직 마트 직원’이라 밝힌 이들은 매일매일 많은 음식들이 ‘더 신선한’ 음식을 위해 버려지고 있다고 증언했는데요.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거나 상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죠.

이렇듯 쓰레기 다이버들은 생활비를 절약하는 ‘꿀팁’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지를 전적으로 드러내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 iStock

‘쓰레기통 다이빙,’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

한국에서도 쓰레기통 다이빙이 가능할까요? 실질적으로는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소매업에서 유통기한이 가까워진 식품을 할인해 판매하는 정책이 잘 잡혀있기 때문인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분리수거 제도가 ‘너무’ 잘 돼 있어서 음식물 폐기물은 한데 모아 처리하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발견하기도 어렵죠.

물론 한국 외에도 쓰레기통 다이빙이 불가능한 나라는 많습니다. 우선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쓰레기통 다이빙이 불법인데요. 쓰레기통이 사유지에 있거나 기업·지방정부의 소유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다른 이유로 쓰레기통이 불가능합니다. 2016년 2월, 슈퍼마켓이 판매되지 않은 식품을 폐기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인데요. 남은 음식물은 오로지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만 허용됩니다. 대신 마트는 기부에 대한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13일(현지시각)에는 스페인 정부가 남은 음식물을 버리는 슈퍼마켓에 최대 60,000유로(한화 약 8,000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법률 초안을 채택했는데요. 현재 의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 쓰레기통 가는 음식물 줄이기 위해, 한국은 ‘소비기한’ 도입 예정! 🗓️
우리나라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유통기한’ 표기를 바꾸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정부는 지난 37년간 유통기한 제도를 운용했는데요. 유통기한이 지나도 더 소비할 수 있는 식품들이 소매업체와 가정에서 버려지는 결과로 이어졌단 지적이 계속 제기됐습니다. 예컨대 우유, 달걀, 두부는 소비기한으로 따질 경우 유통기한보다 각각 45일, 25일, 90일이나 더 섭취가 가능한데요.

이러한 지적에 지난해 7월, 유통기한 표시제를 소비기한 표시제로 변경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당장 2023년 1월 1일부터 식품에는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이 표기될 예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