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유튜브 예능 채널 ‘네고왕’에서 화장품 반값 할인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 채널은 MC 황광희가 특정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과 의견을 전달하고 가격·구성 등을 협상하는데요. 지난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이때를 기회로 “기초, 선크림, 색조까지 탈탈 털어”낸 것.

이날 네고왕에선 최대 63%까지 한시적 할인을 타결하며 네고(협상)에 성공했죠. 야외 마스크 해제 조치와 함께 가정의 달 야외활동까지 겹치며 향후 화장품 판매량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런데 여러분은 우리가 쓰는 화장품에 석유 같은 화석연료가 원료로 사용된단 것, 알고 계셨나요? 화장품 병이나 상자 등 포장재뿐만 아니라 화장품의 원료 또한 화석연료의 부산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즉, 화장품이 지속가능하려면 화장품 속 성분까지 따져봐야 한단 것!

오늘 그리니엄에서는 화장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꼭 알아야 하는 사실, 화장품의 원료로 쓰이고 있는 화석연료에 대해 알아봅니다.

 

© greenium

상처와 보습에 좋은 바셀린, 사실 석유로 만들었다! 🤔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우리 생활 전반에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플라스틱은 기본이고, 옷과 가방에 쓰이는 합성섬유 또한 화석연료 정제의 부산물이 원료인데요.

피부에 바르고 흡수되는 화장품도 예외는 아닙니다. 화장품 원료 중 상당수는 석유 부산물에서 합성된 화합물을 기반으로 합니다. 화장품 성분표를 보면 길고 어려운 이름으로 숨어 있는데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본다면.

 

1️⃣ 석유 ‘찌꺼기’에서 탄생한 바셀린 🛢️

대개 피부 보습을 위해 사용하는 바셀린. 사실 바셀린은 데일 밴드처럼 상표의 이름입니다. 영미권에서는 대개 ‘석유 젤리(Petroleum jelly)’로 불리는데요. 19세기 미국의 화학자인 로버트 체스브로가 석유에서 여러 기름을 증류하고 남은 잔여물을 정제해 만든 혼합물이기 때문입니다.

바셀린을 포함해 석유에서 나온 광물성 기름은 여러 화장품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기름은 무색, 무취일뿐더러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미네랄 오일, 파라핀 오일, 베이비 오일, 화이트 오일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2️⃣ 스킨·로션·클렌징폼의 공통점은 ‘계면활성제’ 🧼

계면활성제는 물과 기름을 섞이게 돕는 물질인데요. 물과 기름의 혼합물인 스킨로션에 사용되거나, 피부 속 유분인 피지와 결합해 씻어내는 세정제의 원료로 사용됩니다. 이 밖에도 색조화장품의 안료가 고르게 퍼지게 하는 분산제, 두발용 제품의 정전기 방진제 등 여러 용도로 사용되죠.

계면활성제는 달걀노른자나 코코넛 혹은 콩기름 등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1·2차 세계대전 중 물자가 부족해지자 석유에서 추출한 합성 계면활성제가 개발됐는데요. 폴리에틸렌글리콜(PEG), 소듐라우릴설페이트(SLS) 등이 대표적인 석유계 합성 계면활성제입니다. 세정력이 좋고 값이 저렴해 널리 쓰이고 있죠.

 

3️⃣ 자연의 향기, 알고 보면 석유향? 💐

화장품을 고르는 기준 중 향기를 중요하게 보는 분들도 많은데요. 꽃향기, 허브향, 과일 향 등 화장품은 주로 자연의 향기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자연의 향기’ 중 상당수가 석유를 원료로 만들어진단 불편한 사실.

화장품의 전 성분 중 향기 성분은 대개 ‘향료(Fragrance)’로 표기됩니다. 화장품법에서 향료는 향기를 내기 위한 천연물질과 인공물질의 혼합체인데요. 이 인공물질에는 석유를 원료를 하는 화학물질들이 포함돼 있단 것. 용매나 휘발 보유제로 사용는 디에틸프탈레이트(DEP)가 대표적입니다.

 

이외에도 아이소프로필 알코올처럼 이름에 다이에탄올아민(DEA)엠이에이(MEA), 부틸(butyl), 프로필(propyl) 등이 포함됐다면 석유에서 추출한 성분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합물의 이름이 길고 복잡해 한눈에 알기는 어려운 상황.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화장품에 석유계 원료가 사용되고 있을까요?

 

© Plastic Soup 제공

화장품의 최소 87%는 화석연료로 만든 원료를 사용 중! 💄

위에서 알아본 것처럼 화장품 원료 상당수가 석유 부산물로 만들어집니다. 다만, 그 양이 얼마가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나와 있지 않은데요. 이를 대략적으로나마 가늠해볼 수 있는 보고서가 최근 나왔습니다.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플라스틱 수프 재단(PSF)은 지난달 7일(현지시각) ‘플라스틱: 숨겨진 미용 성분’이란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재단은 유럽 내에서 판매액이 가장 높은 화장품·퍼스널케어 제품 브랜드 10개사의 제품 7,704개를 조사했는데요.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로레알, 니베아, 헤드앤숄더 등 유럽 주요 뷰티 브랜드 제품의 87%에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 유명 화장품 브랜드 속 미세플라스틱 함유 현황 Plastic Soup 제공 greenium 편집

PSF는 수용성, 액체, 생분해 폴리머와 0.1μm(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플라스틱(나노플라스틱)을 포함해 제품 속 플라스틱 함유 여부를 가리켰는데요. PSF는 유럽화학물질청(ECHA)은 미세플라스틱을 0.1μ 이상 5mm 이하 크기의 고체 합성 폴리머로 정의하고 있어, 이런 비고체·초미세플라스틱이 규제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화장품·퍼스널케어 제품 속 ‘플라스틱’에 집중했기에 얼마나 많은 화장품에 화석연료가 쓰이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데요. 앞서 설명한 미네랄 오일과 향료 등 플라스틱은 아니나 화석연료인 성분도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보고서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되지 않은 것으로 나온 13%의 제품에도 화석연료가 원료로 사용됐을 수 있단 것인데요.

즉, 화석연료를 원료로 사용한 화장품이 최소 전체의 87% 이상일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 화장품 미세플라스틱 규제가 ‘반쪽’이라고? 😲
2016년 우리나라도 미세플라스틱인 마이크로비즈가 치약의 미백 성분과 클렌징 속 각질제거 성분에 들어있단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된 적 있습니다. 마이크로비즈는 크기가 5mm 미만이며 물에 분해되거나 용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입자인데요.

당시 여러 환경단체와 보건 전문가들이 마이크로비즈 같은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을 오염시킬뿐더러, 인체 건강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죠,

이에 2017년 7월부터 마이크로비즈가 들어간 화장품의 생산과 수입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그러나 이는 클렌징폼, 각질제거제 등 씻어내는(Rinse-off) 화장품에만 해당될 뿐, 이외의 화장품에 대해서는 아직 관련된 규제가 없단 사실!

 

© Essence 제공

물론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최근 화장품 업계에서는 지속가능한 화장품으로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화장품, 비건 화장품이 떠오르고 있는데요.

그러나 비건 화장품 또한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솔루션이 맞는지, 전문가들의 이견이 분분하다는데요. 앞으로 그리니엄에서는 ‘비건’이란 말에 숨은 함정은 무엇인지, 정말로 지속가능한 솔루션은 무엇일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