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영리 환경 연구기관인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교통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21%를 차지합니다. 이 중 도로 이동은 4분의 3을 차지하는데요, 도로 이동에서 나온 탄소 배출량 중 승용차와 버스만 45.1%를 차지하죠. 교통 부문의 탄소 배출 문제에서 주로 지적받는 항공 이동은 거리당 탄소 배출량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항공 부문의 교통 부문 배출량은 11.6%를 차지하니, 도로 이동에 비하면 비중이 낮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총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선 교통 부문의 혁신이 필요한 상황. 여기 교통을 혁신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도시들이 있습니다. 과거의 교통수단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도시 교통을 만들고 있는 곳을 만나보시죠.

 

© Fabio Cuttica Thomson Reuters Foundation

스키장에서 쓰던 케이블카를 대중교통으로 쓴다고? 🚠

공중에 연결된 줄에 매달려 이동하는 케이블카. 스키장이나 관광지에서 볼 법한 이동수단인데요. 대량수송이 힘들어 일반적으로 대중교통으로 쓰지 않죠. 그런데 이 케이블카를 대중교통으로 도입한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입니다.

안데스산맥 고원지대에 자리한 보고타. 도시 내 교통 부문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는데요. 산을 오르는 차량 상당수가 디젤 연료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화물차나 버스 등이 디젤 연료를 연소시키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오염 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했는데요. 이로 인한 대기오염이 주요 도시 문제로 꼽혔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그린코리더 셉티마(Green Corridor Septima) 이니셔티브’였는데요. 그 중 태양광 발전으로 구동되는 전기 케이블카의 아이디어는 보고타의 52세 주민 폰세카(Fonseca)로부터 나왔습니다. 그는 2020년 보고타 시청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통이 필요하다며 케이블카를 제안했습니다.

그린 코리도 셉티마 이니셔티브는 보고타 최초의 여성 시장인 클라우디아 로페즈의 주력 프로젝트였습니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온실가스 배출과 오염을 줄이기 위해 보고타의 교통 네트워크를 잘 연결하는 것. 이를 위해 도입된 전기 케이블카는 태양광에서 생성된 전력으로 하루 5~6시간 동안 운행이 가능합니다. 수력 발전에서 공급되는 전기도 함께 전력원으로 사용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었죠. 이외에도 전기 버스를 늘리고 저탄소 교통수단인 자전거 이용을 격려했는데요. 아이들에게 자전거 타는 법, 수리 방법, 정비사 자격까지 가르치는 학교도 생겼습니다.

 

+ 케이블카로 탄소 절감과 소외계층 복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
케이블카를 대중교통으로 도입한 도시는 보고타가 처음이 아닙니다. 케이블카를 제안한 폰세카는 다른 지역에서 운행되는 케이블카를 보고 제안했다고 하는데요. 사실 고밀도 고산지역에서 도시 교통으로 케이블을 도입한 최초의 지역은 콜롬비아의 제2의 도시인 메데진(Medellín)입니다.

메데진에 케이블카가 생기자 케이블과 지하철이 연결되면서 자가용과 미니버스 이용이 줄었는데요. 결과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절감됐고, 도시 외곽의 비공식 정착촌 등 소외계층에게 대중교통을 제공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고.

 

©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을 달리는 트램 <a href=httpsunsplashcomnextvoyage pl target= blank rel=noreferrer noopener>Andreas M<a> Unsplash

오래된 교통? 아니, 미래의 교통 ‘트램!’ 🚋

트램은 우리에게는 낯선 교통수단입니다. 도시에 깔린 선로를 따라 달리는 트램은 노면전차 또는 경전철이라고도 불리는데요. 19세기 초반에 등장했죠. 처음엔 말이 선로 위의 전차를 끌던 방식에서 증기로 달리는 증기기관 트램을 거쳐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현대의 방식으로 변해왔습니다.

지금은 주로 동유럽 여행의 낭만으로 여겨지는 트램은 사실 우리나라에도 도입된 적이 있는데요. 대한제국이었던 1899년 수도 한양에서 운행됐던 트램은 1968년 운행을 중단하기 전까지 서울을 달렸습니다. 트램이 중단된 건 서울만이 아니었습니다. 1950년대, 전 세계에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도심이 혼잡해지기 시작합니다. 각국에서 자동차를 위해 차로를 넓히면서 대중교통은 차로를 달리는 버스와 지하로 달리는 지하철로 대체됐습니다.

그러던 트램이 최근 유럽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맞물려 저탄소 대중교통으로 부활하고 있습니다. 디젤이나 휘발유 등 석유 연료를 사용해 오염과 탄소를 배출하는 버스와 달리 전기로 운행되기 때문인데요.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유럽연합의 목표인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재생가능한 자원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트램을 주목하고 있는 겁니다.

 

© 독일 베를린을 달리는 트램 Gilly Unsplash

독일 베를린의 경우 ‘전례 없는’ 트램 확장 계획을 시작했습니다. 독일 녹색당의 교통 컨설턴트인 레겐 귄터(Regen Günther)는 트램이 지하철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오염이 덜한 대중교통이라고 말했는데요. 독일 정부는 지난 1월 베를린 동서를 잇기 위해 트램을 연장하는 계획을 승인했고, 건설비용만 약 2,900만 유로(한화 약 386억 원)에 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도 트램 복원 및 연장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페르난도 메디나 리스본 시장은 이를 위해 약 4,300만 유로를 지출할 예정이라 밝혔습니다. 리스본은 도시 전체 교통량의 54%를 차지하는 자동차 이용을 2030년까지 3분의 1로 줄이는 것이 목표인데요. 이외에도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등 여러 유럽 도시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목표를 위해 트램을 개발·개선하고 있습니다.

 

© Rico Lee Flickr

물론 케이블카나 트램을 설치한다고 모든 도시가 교통 부분의 탄소배출을 절감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버스(준)공영제가 잘 발전한 한국의 경우에는 트램을 까는 것보다 버스를 전기나 수소차로 전환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일 수 있죠. 이미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지하철의 전력원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도 방법입니다. 서울 지하철의 연간 수송 인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급감했던 2020년에도 19억 8,000만 명에 달했다고 하니, 전력원만 바꿔도 많은 이의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방법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공유를 통해 탄소 배출은 줄이고 이동 편의성은 높이는 차량 공유 서비스도 직장 카풀처럼 이전부터 존재했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죠. 우리가 보고타와 베를린에서 배울 점은 케이블카나 트램 그 자체보다, 교통을 혁신하기 위해 과거에서 아이디어를 찾는 태도와 끊임없는 노력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