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2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된다고 합니다. 이는 1분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을 바다에 버리는 셈이라고 해요. 지금까지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해양생물에게 큰 피해를 입혀왔습니다.

주로 해양생물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거나 ‘고스트넷(버려진 어망)’에 휘말리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은 건데요. 최근에는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이 새로운 생태계의 기반이 된다고 알려져 놀라움을 주고 있습니다.

 

골칫덩어리 플라스틱, 해양 생물 공동체 기반이 돼 ⛴️

플라스틱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다니 무슨 말일까요? 바로 게나 따개비 같은 생물들이 바다 위 플라스틱에 붙어 살아간단 뜻인데요. 원래 얕은 해안에서만 볼 수 있던 생물들이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수심이 깊은 바다에서도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지난 2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관련 연구가 실렸는데요. 미국 스미소니언환경연구센터(SERC)는 해양플라스틱을 분석한 결과 40종 이상의 연근해·원양 생물이 뒤섞여 새로운 공동체를 이룬 것이 드러났다고 발표했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그에 따른 쓰나미로 발생한 무수한 잔해가 해류를 타고 북태평양으로 흘러왔는데요. 연구진에 따르면, 무려 6,000km를 이동한 잔해 속에서 일본 연안 해양생물이 살아있는 채로 발견됐다고 합니다. 심지어 일부 생물은 잔해 속에서 생존을 넘어 번식한 것으로 밝혀졌죠.

 

© 쓰레기섬에 서식하는 신원양 공동체의 사례 Nature Communications 갈무리

스미소니언환경연구센터(SERC)는 플라스틱 수거 단체인 오션 보이지 연구소(Ocean Voyages Institute)와 함게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 지역에서 부표, 낚시 도구, 칫솔 등 103톤의 해양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집했는데요.

해당 연구를 진행한 린제이 하람 연구원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수집한 쓰레기의 절반 이상에서 연안종을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해안가에서만 살아갈 줄 알았던 생물들이 플라스틱 위에서 번식해 태평양 한가운데에서도 생존했다는 것이죠.

연구진은 플라스틱을 뗏목 삼아 살아남은 연안종이 구성한 생태계를 가르켜 ‘신원양 공동체(Neopelagic Community)‘라고 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신원양 공동체가 오랜 기간 썩지 않는 플라스틱 부유물들이 증가하면서 생겨나면서 최근에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새로운 생태계, 기뻐해야 하나?😳

해양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됐단 이야기. 인간의 어리석음에도 불구하고 생물은 살아남는단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신원양 공동체가 기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해안과 가까운 연안에서 살던 ‘신원양 공동체’ 생물들이 태평양 한가운데 들어와 살게 되면서, 원래 깊은 바다에 살던 생물들의 먹이를 뺏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애초에 깊은 바닷속에서 살던 원양 생태계에 혼란이 일어나게 되죠.

또한, 신원양 공동체가 다른 해안에 도달해도 문제인데요. 기존 토착종 생태계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 새로운 생태계가 기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걱정인 것이죠.

 

© 오션 보이지 연구소 소속 활동가들이 폐어망에 GPS 장치를 부착하고 있다 Ocean Voyages Institute 제공

생태계를 교란시킬 ‘신원양 공동체’, 세계 곳곳에 있을 수 있어! 🌎

연구팀은 플라스틱 의존도가 계속 증가해 오는 2050년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250억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기후변화로 폭풍 등이 더 잦아지고 강해지면 더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돼 신원양 공동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발표된 신원양 공동체는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 지역에 있는 ‘쓰레기섬’에서 발견됐습니다. 이곳은 ‘태평양 대 쓰레기장(Great pacific Garbage Patch, GPGP)’이란 이름이 붙은 곳인데요. 쓰레기섬 넓이만 160km2으로 남한 면적의 약 16배에 이른다고 하죠.

환류는 시계방향으로 바닷물이 순환해 생기는 일종의 소용돌이 현상인데요. 해류가 환류에 중심으로 모여들면서 침강하는 흐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류를 따라 흘러다니던 플라스틱들이 환류에 모이는 것이죠.

 

© 대양별 환류 지역 IBERDROLA 홈페이지 갈무리

이런 ‘쓰레기섬’은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 지역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북대서양, 인도양, 남태평양, 남대서양 등 5개의 환류 지역에서도 쓰레기섬이 관찰됐습니다. 즉, 신원양 공동체처럼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생태계는 어디서든 발견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를 통해서 기존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높습니다.

해당 사례를 통해 보면 이제 플라스틱은 지구에서 단지 환경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생태계 교란도 일으킬 수 있는 존재가 됐습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 이외에도 또 환경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모르는 상황인데요. 우리는 플라스틱이 편리하더라도 지속가능하지 않은 재료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저작권자(c)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