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민물에 사는 담수동물종(種) 중 24%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케서린 세이어 연구원이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8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IUCN 멸종위기종 적색목록에 등재된 담수동물 2만 3,496종의 멸종 위험 평가를 통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세계 1,000여명 이상의 전문가가 약 20년 넘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구팀은 담수동물 멸종 위험 비율이 ‘네발동물(23%)’과 비교해 높은 편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담수동물종 24% 멸종위기…갑각류>어류>잠자리목 곤충 순
IUCN은 지구상에 있는 모든 종을 총 9개로 분류해 적색목록에 등재합니다. 이는 멸종위험도 순서대로 ①절멸(EX) ②야생절멸(EW) ③위급(CR) ④위기(EN) ⑤취약(VU) ⑥준위협(NT) ⑦최소관심(LC) ⑧정보부족(DD) ⑨미평가(NA) 등으로 구분됩니다.
연구팀은 적색목록에 등재된 담수동물 중 ▲위급(CR) ▲위기(EN) ▲취약(VU)으로 분류된 경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24%가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최소 4,294종이 멸종위기에 처한 겁니다.
담수동물 중에서도 멸종위기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십각목에 속한 가재·게·새우 같은 갑각류였습니다. 전체 30%가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어류(26%), 잠자리목 곤충(16%) 순으로 멸종위기 비율이 높았습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담수생물 종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는 동아프리카 빅토리아호가 꼽혔습니다. 남미 티티카카호, 스리랑카, 인도 서부 가츠산맥 부근 역시도 언급됐습니다.
연구팀은 “이들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민물 생물다양성을 보유했다”며 “그만큼 멸종위기에 처한 종이 많은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생물종 10% 담수에 서식…오염·농업 등 원인 해결해야
세계 담수에는 지구상 알려진 모든 생물종의 10% 이상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담수 생태계의 풍부한 생물다양성은 영양분 순환과 홍수 조절 나아가 기후변화 완화 등 여러 이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담수 생태계가 개발과 오염 그리고 기후변화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무엇보다 담수 생태계에 사는 동물들의 멸종 위험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역시 부족한 상태인 것도 지적됐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세이어 연구원 또한 “담수 생태계에 대한 데이터 부족이 더는 변명이 되어선 안 된다”며 “자연과 사람 모두를 위해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담수생물의 약 54%는 오염이 주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댐이나 수자원 추출 역시 멸종에 39% 정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토지 이용 및 농업 역시 28%나 영향을 미쳤습니다. 단, 양식업은 제외한 겁니다. 이밖에도 외래침입종 유입 등도 담수생물 멸종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담수 생물다양성, 식량·경제·기후와 연관…무시해선 안 돼”
담수동물 멸종위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세계자연기금(WWF) 연구에 따르면, 지난 50년간(1970~2020년) 담수 생태계 내 개체군이 85%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한 전문가는 이 문제가 식량안보나 경제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보존 연구기관인 무어과학센터의 스테파니 웨어 부사장은 “새우, 가재, 게와 같은 멸종위기에 처한 담수동물은 크기가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크기에 상관없이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의지하는 담수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역할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인류의 건강, 영양, 식수, 생계 모두 담수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영국 런던동물학회(ZSL)의 매튜 골록 박사는 “좋은 소식은 서식지 상실이나 오염, 외래침입종 같은 위협에는 대처가 가능하는 것”이라며 “강과 호수 등 담수 생태계가 좋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