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은퇴한 사업가인 헤리 챈(Harry Chan)은 1987년부터 지금까지 3,000번 이상 다이빙을 해 오고 있습니다. 바로 바닷속 폐그물을 치우기 위해서인데요. 홍콩 주변 해역과 해안선을 정화하는 그는 스스로를 ‘유령 그물 사냥꾼’라고 부릅니다.

그가 유령 그물 사냥꾼을 자처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매년 64만 톤의 폐그물이 바다에 버려진다고 합니다. 이는 이층 버스 5만 개와 같은 무게인데요. 폐그물은 물고기나 바다표범 등 해양생물과 엮이며 해양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매년 수많은 해양생물이 폐그물에 걸려 죽어갑니다. 이뿐만 아니라 폐그물은 미세플라스틱으로 부서져 전 세계 해양 환경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전 세계의 유령 그물 사냥꾼들 🌎

다행히 폐그물을 바다에서 회수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폐그물을 ‘유령 그물(Ghost net)’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전 세계 스쿠버 다이버들이 협력해 유령 그물을 치우는 ‘유령 그물 모임(Ghost Gear Initiative)’ 등도 존재하죠.

허나, 폐그물을 개인이 일일이 치우는 것은 번거롭고 위험한 일입니다. 그물은 원래 다른 물체에 얽히기 쉽기에 청소를 위해 물에 뛰어든 다이버들조차 폐그물에 얽혀 위험한 일을 겪는 경우가 잦다고 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유령 그물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잠깐 소개한다면.

 

© 왼 핑미 그물 추적 과정 인포그래픽화 우 실제 핑미 그물 모습 OSAC 제공

🟡 핑미 PING ME

OSAC이란 노르웨이 기업은 폐그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국 최대 연구 기관인 과학산업기술연구재단(SINTEF)와 협력해 ‘핑미(PingMe)’란 제품을 개발합니다. 핑미는 일종의 스마트 그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그물에 달린 작은 센서는 위치 추적이 가능하며, 추적된 위치정보는 클라우드에 저장된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서 어부는 그물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것이죠. 이를 통해 어부들은 폐그물이 생산되는 일을 애초에 예방할 수 있게 됐는데요. 그물을 잃어버려 경제적 손해를 보고 있었던 어부들은 핑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 유렁 그물 탐정의 활동 모습 BBC 영상 캡쳐

🟡 유령 그물 탐정(Ghost gear detective)

세계자연기금(WWF) 홍콩 지부에서는 전문가들이 폐어망을 회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바로 유령 그물 탐정(Ghost gear detective)’이라는 프로그램인데요. 먼저 이 프로그램은 다이버들에게 GPS장치와 방수 노트를 나눠줍니다. 다이버들이 바닷속을 헤엄치다가 버려져 있는 그물을 발견하면 다이버들은 GPS장치와 방수 노트를 이용하여 버려진 그물의 위치를 표시해 놓을 수 있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GPS장치는 해류에 휩쓸리지 않아 기록된 장소가 달라질 위험이 없다고 하죠. 이렇게 폐어망의 위치를 표시해 놓으면 홍콩 농업수산자원보존부에서 데이터를 사용해 전문 잠수부들과 안전하게 그물을 수거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2019년 시작된 이래 224개 폐그물을 확인했고, 약 600파운드(272kg)을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제품을 쓰면 우리도 유령 그물 사냥꾼🙆‍♀️

그러면 이렇게 회수된 폐그물은 어떻게 될까요. 이대로 버려진다면 해양에 있는 쓰레기를 육지로 옮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대신 이런 폐그물에 순환경제 원칙을 적용한다면, 새로운 제품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죠. 폐그물로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을 몇 개 소개해보자면요.

 

© 왼 폐그물을 플라스틱 알갱이로 만든 과정 우 폐그물로 만든 스타보드의 서핑보드 Starboard 제공

1️⃣ 서핑보드 🏄

지속가능한 생활을 지향하는 다국적 기업인 DSM과 해양 스포츠 회사 ‘스타보드(Starboard)’는 서로 협력해 폐그물로 서핑보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먼저 인도 해역 인근에서 폐그물을 수거하는데요. 현지 어부들이 수거한 그물에서 흙, 조개 껍대기 등을 선별합니다. 이후 재활용 가능 여부를 충족한 폐그물의 오염을 제거한 후 잘게 분쇄해 고압 세척 후 건조하는 방식이죠. 이 모든 공정을 거치면 폐그물은 플라스틱 알갱이로 바뀌는데요. 이 알갱이를 압축해 서핑보드를 생산한다고 합니다.

DSM과 스타보드는 이런식으로 지금까지 무려 6,000톤의 그물을 서핑보드로 재활용했는데요. 이를 통해 쓰레기 없는 해변과 건강한 해양 환경을 조성하고, 인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죠.

© 좋은 그물good net은 수거된 폐어망을 배구 네트로 업사이클링하는 프로젝트다 유튜브 갈무리

2️⃣ 배구 그물 🏐

‘좋은 그물(Good net)’은 고스트다이빙(Ghost Diving)과 국제배구연맹(FIVE)이 합작한 프로젝트입니다. 고스트 다이빙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비영리 재단인데요. 지역 다이버 및 구조 회사와 협력하여 전 세계 바다에서 폐그물을 제거하죠. 이렇게 수거된 폐그물은 배구 네트로 업사이클링됩니다. 업사이클링된 그물은 지역사회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해변에 배치됩니다.

 

© 폐그물로 만든 플라스틱 화분 Ocean Plastic Posts 갈무리

3️⃣ 플라스틱 화분 🌱

다이버인 엘리 미첼(Ally Mitchell)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는데 지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고 합니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건 침몰한 선박의 인양 작업에 들어가면서였죠. 미첼이 인양 작업에 들어간 선박에는 1,937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있었는데요. 그는 폐기물을 보고 한 가지 영감을 받습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연료로 쓰일 수 있다면, 다른 걸로도 쓰일 수 있단 것이었는데요. 이에 미첼은 바닷속에 버려진 밧줄과 폐그물로 화분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100% 해양쓰레기로 만든 플라스틱 화분은 오래 쓸 수 있도록 단단하게 만들어졌으며 재활용도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NGC 유튜브 갈무리

4️⃣ 카펫 🧶

세계적인 환경보호 자선단체인 ZSL과 인터페이스(Interface)란 글로벌 타일 제조업체는 협약을 맺고 폐그물을 카펫으로 만드는 네트워크(Net-Works)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프로젝트는 필리핀 보홀(Bohol)·세부(Cebu)·레이테(Leyte) 지역에 있는 어업 공동체로부터 폐그물을 구입하는데요. 이렇게 구입한 폐그물을 원사로 사용해 카펫 제조 업체에 보내진다고 합니다.

해당 프로젝트 시작 전만 해도 어민들은 그물을 제대로 버리는 법을 몰라 불태우거나 바다에 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프로젝트 덕에 필리핀 해변이 깨끗하게 유지되고, 어민들은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합니다.

 

© Bureo 제공

이밖에도 폐그물을 업사이클링한 제품들은 많습니다. 부레오(Bureo)란 미국 소재 스타트업체는 폐그물을 이용해 선글라스, 장난감, 스케이트보드 등을 만들고 있죠.

가만히 놔두면 해양동물의 몸을 조르는 유령 그물. 폐그물에 순환경제 원칙을 적용하면 우리의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물건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 이는 우리 삶에 순환경제가 필요한 이유를 알려줍니다. 순환경제는 단순히 재활용이 아닌 지구의 모든 것들을 한 단계 더 나아지게 하는 원리인 것이죠. 폐그물을 수거하는 업체들 덕분에 폐그물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어민들이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단 소식을 생각하면 이같은 사실은 더욱 확실해집니다.

여러분도 오늘만은 순환경제를 생각하며 여러분의 삶에서 무엇을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시킬지 고민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