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좋은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재능있는 디자이너와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는 여러 디자인 공모전이 개최되는데요. 개중에서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IDEA 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는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이 중 iF 디자인 어워드(iF Design Award)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합니다. 이 디자인상은 독일 마케팅 컨설팅 기업 아이에프 인터내셔널 포럼 디자인(iF)이 1953년부터 개최하고 있는데요. 매년 수많은 디자이너와 건축 스튜디오, 기업 등이 디자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이 상에 도전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혹시 iF 디자인 탤런트 어워드(iF Design talent Award)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 iF 디자인 탤런트 어워드는 SDGs 목표 달성을 도울 디자인 공모전이다_iF Design 제공

SDGs 달성 도움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컨셉을 찾아서! ⛏️

iF는 그간 젊은 디자이너 발굴을 위해 여러 공모전을 진행했는데요. 2017년 iF는 흩어져 있던 학생 공모전을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이 공모전이 바로 iF 디자인 탤런트 어워드인데요.

디자인 관련 전공 학생들과 졸업 2년 이내의 현직 디자이너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iF 디자인 탤런트 어워드. 다른 공모전과 비교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미래지향적인 컨셉이 수상한단 것이 특징입니다.

2020년부터는 아예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주제로 공모전이 진행 중인데요. 주최 측은 인류가 마주할 여러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SDGs를 선택했다고 설명합니다.

iF 디자인 탤런트 어워드는 SDGs 17개 목표 중 16번(평화, 정의 및 제도 구축)과 17번(SDGs를 위한 파트너십)을 제외한 나머지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줄 아이디어를 매년 두 차례에 걸쳐 공모합니다.

 

+ 2020년 이전까지는 참가 주제가 어땠는데? 🤔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독특한 주제’들로 구성돼 있었는데요. 가령 2019년 참가 주제 중 하나는 ‘세상을 구하고자 작전을 수행 중인 007 제임스 본드를 위해. 어떤 디자인이 미션 성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였습니다. 당시 임플란트형 비밀 통신 장비 컨셉을 제안한 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학생이 수상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 2022년 출품작들을 심사 중인 국제심사위원단의 모습_iF Design 제공

출품작들은 크게 ▲문제 해결 능력, ▲경제성, ▲도덕·윤리적 기준, ▲연대 및 결속, ▲유익한 경험 등 5개 기준에 맞춰 평가되는데요. 산업디자이너, 기업가, 교수 등으로 구성된 국제심사위원단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또는 높은 도덕 윤리 및 환경 기준을 반영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평가했습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주최 측은 iF 디자인 탤런트 어워드 2022 수상작 85개를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 수는 약 6,400개. 수상자들에게는 5만 유로(한화 약 6,8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되는데요. 수상작 85개 중 10개는 ‘올해 최고의 상(Best of year)’이란 영예를 거머쥡니다.

그럼 이제 순환경제 달성, 빈곤 퇴치 등에 도움을 줄 올해 수상작들을 살펴볼까요?

 

© 독일 스타트업 플라스틱 피셔가 개발한 부유식 쓰레기 장벽, 트래시 붐(Trash Boom)_Moritz Schulz

저비용·저기술로 해양쓰레기 문제 빠르게 해결해 🌊

독일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UFZ)는 폐플라스틱 상당수가 강을 따라 바다로 유입된단 연구를 내놓은 바 있는데요. 연구진은 바다로 밀려든 폐플라스틱의 90%가 세계 10개 강에서 흘러온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즉, 해양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해선 강에서부터 쓰레기를 수거해야 한단 뜻인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의 플라스틱 피셔(Plastic Fischer)란 스타트업은 ‘트래시 붐(Trash Boom)’이란 부유식 수거 장비를 개발했습니다.

트래시 붐은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잡기 위한 부유식 장벽인데요. 110cm 길이로 구성된 부유식 울타리가 수심 50cm 이내의 쓰레기를 수집하는 구조입니다. 현재 트래시 붐은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실증 시험을 완료했고,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에서 가장 오염된 찌따룸강에서 시범 운영 중입니다.

 

© 플라스틱 피셔가 개발한 트래시 붐은 물에 띄기 위해 폐플라스틱통이 사용된다(왼), 인도네시아 서부 반둥 일대 강에 설치 중인 트래시 붐의 모습(중)과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막은 모습(오)_Plastic Fischer, Facebook

트래시 붐은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자재만을 사용해 빠르게 만들 수 있는데요. 유지 보수 및 복구가 용이할뿐더러, 현지 자재 조달을 통해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단 평입니다.

이런 장점 덕에 플라스틱 피셔의 트래시 붐은 이번 iF 디자인 탤런트 어워드 2022 수상작에 선정됐는데요.

심사위원단은 무엇보다 플라스틱 피셔가 홈페이지에 트래시 붐의 오픈소스를 공개한 점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심사위원단은 “이 프로젝트의 가장 매력적인 측면은 가난한 지역에서 저비용 및 저기술을 기반으로 즉시 구현할 수 있는 실현가능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iF 디자인 탤런트 어워드 2022 수상작인 팜랜드 가디언_iF Design 제공

농작물 먹어치우는 사막 메뚜기떼? 비료로 만들자! 🌾

올해 iF 디자인 탤렌트 어워드의 또다른 수상자는 대만과학기술대 친첸라이 학생인데요. 이 학생이 개발한 ‘팜랜드 가디언(Farmland Guardian)’은 심사위원단으로부터 문제를 해결책으로 바꾸는 역발상이란 평을 받았습니다.

대나무로 이뤄진 팜나무 가디언은 메뚜기를 유인해 비료로 바꾸는 농업 장비인데요. 먼저 대나무통 상단에 부착된 적외선이 메뚜기 등 곤충을 유인합니다. 통이 꽉 찰 정도가 되면, 밖에 있는 사람이 부착된 페달을 돌리는데요. 페달을 빠르게 돌릴수록 통 내부에선 압력이 발생해 메뚜기는 저절로 통 아래 갇히게 됩니다. 이후 통 아래 35°C 이상의 열을 발생시키면 메뚜기들이 서서히 죽는데요. 모든 작업이 완료된 후 메뚜기를 비료로 사용한단 개념입니다.

이 제품은 중동 및 아프리카 일대 ‘이동성 해충’으로 알려진 사막 메뚜기를 처리함으로써 경제 및 농업 손실을 줄이는 것을 목표합니다. 사막 메뚜기떼는 하루 최대 150km를 비행하며 주변에 보이는 모든 농작물을 먹어치우는데요. 1㎢ 면적 무리는 하루 최대 3만 5,000명 분의 식량을 먹어치워, 농사와 목축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에게는 심각한 피해를 안겨줍니다.

 

© From Locust to Nutrition 프로젝트의 상상도_iF Design 제공

실제로 2019년부터 2020년 사이 동아프리카 9개국에 출현한 사막 메뚜기떼는 케냐 등 9개국을 강타해 농작물에 큰 해를 끼쳤는데요. 당시 메뚜기떼 습격으로 동아프리카에서만 약 250만 명이 식량부족 및 생계위협을 겪은 바 있습니다.

반면, 메뚜기를 비료가 아닌 단백질 가루로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수상자도 있습니다. 중국 광동공업대와 후난대 등 4명의 학생이 제안한 ‘From Locust to Nutrition’란 프로젝트인데요. 4VA란 화학물질을 통해 메뚜기떼를 통으로 유인하고, 건조와 분쇄 과정을 거쳐 단백질 가루로 활용한단 내용입니다.

이에 심사위원단은 문제를 해결책으로 바꾼단 것이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정수”라고 평했습니다.

 

© 사용 후 버려진 찻잎으로 만든 빗(왼)과 산림 복원을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모종삽(오)_iF Design 제공

이밖에도 사용 후 버려진 찻잎을 모아 만든 빗이나 옷걸이, 재조림을 효율적으로 도와주기 위한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적용된 모종삽 등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는데요. 85개 수상작 중 상당수가 재사용·재활용, 수리용이성, 모듈식 설계 등 순환디자인 원칙을 따른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트래시 붐처럼 실제로 사용 중인 기술이나 디자인도 있으나, iF 디자인 탤런트 어워드의 수상작 중 상당수는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에 주최 측은 수상자들에게 “(여러분이) 디자인의 미래를 어떻게 구체화할지 매우 기대된다”란 말을 계속 전하는데요.

젊은 디자이너들의 도전이 우리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