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현지시각)부터 13일까지 나흘간 미국 시카고에서 국제식품기술박람회(IFT First 2022)가 개최됐습니다. 이 박람회는 식품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식품학술기구 IFT(Institute of Food Technologist)가 주관하는 연례행사인데요. 90여개국에서 1,2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하는 식품 기술 분야 세계 최대 규모 박람회입니다.

박람회는 2019년 미 뉴올리언스 개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중단됐다가 올해 재개됐는데요.

금번 박람회의 화두는 단연 ‘푸드 업사이클링(Food Upcycling)’이었습니다.

 

©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업사이클드푸드(구 리그레인드)가 아일랜드 식품 기업 케리(Kerry)와 협력해 만든 업사이클링 에너지바_Upcycled Food, 제공

세계 최초 맥주박 식품 만든 리그레인드, ‘업사이클 재료 플랫폼’으로 성장 🍺

박람회에서는 푸드 업사이클링을 내세운 기업 부스가 여럿 운영됐습니다. 이들 부스 중에서도 맥주박을 재활용해 에너지바를 만든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리그레인드(ReGrained)가 화제였습니다.

2013년부터 맥주 제조 후 남은 곡물 찌꺼기, 즉 맥주박을 재활용해 에너지바를 만들고 있는 리그레인드. 버려지던 맥주박을 식품으로 만든 세계 최초 기업인데요. 동시에 미국 업사이클식품협회(UFA)로부터 가장 먼저 업사이클 식품 인증을 받은 곳입니다.

회사 측은 맥주박을 건조시킨 후 퀴노아, 흑미 등으로 만든 시럽을 넣고 섞어 굳히는 방식으로 에너지바를 제조합니다. 이 방식을 응용해 밀가루, 파스타 등 여러 제품을 출시해 판매 중입니다.

리그레인드는 “맥주 18리터를 만드는 데 발생한 찌꺼기가 13kg에 이른다”고 밝혔는데요. 도심 속 들어선 수제맥주 양조장들이 찌꺼기 처리에서 애를 먹는 것을 보고 에너지바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회사 측은 특허받은 업사이클 기술을 활용한 덕에 에너지바 제조 공정에서 300갤런(약 1,100리터) 이상의 물을 절약할뿐더러, 탄소배출량도 적단 점을 강조했는데요.

 

© IFT First 2022에 참여한 댄 커즈록 CEO(왼)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리그레인드의 사명을 ‘업사이클드푸드’(왼)로 바꾸고, B2B 서비스를 위한 업사이클 재료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_Upcycled Food

박람회 이틀차인 11일(현지시각) 리그레인드는 사명을 업사이클드푸드(Upcycled Food)로 바꾼다고 밝혔습니다.

댄 커즈록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를 위한 맥주박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에서 식품 기업들에게 재료를 납품하는 ‘업사이클 재료 플랫폼’으로 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커즈록 CEO는 “식품 기업 및 음식점들이 소비자에게 앞다퉈 업사이클링 식품을 제공하려 하고 있으나, 전문성 및 확장 면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격차를 해결하는 동시에 “식품 B2B(기업간 거래) 푸드 업사이클링 산업에 동력을 제공하겠다”고 커즈록 CEO는 밝혔습니다.

 

© 푸드테크 스타트업 에버그레인이 맥주박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단백질 파우더 ‘에버프로(EverPro)’(왼), 커피 전문 업체 에어쉽(Airship)이 에버프로를 넣어 만든 라떼의 모습_Evergrain 제공

맥주박 단백질 파우더, 업사이클 밀가루도 방문객 눈길 사로잡아 🍞

리그레인드(현 업사이클드푸드)와 마찬가지로 맥주박으로 에너지바를 만든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에버그레인(Evergrain)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에버그레인은 박람회에서 맥주박을 업사이클링한 단백질 파우더(분말) ‘에버프로(EverPro)’ 를 선보였습니다. 에버그레인은 에버프로가 타 식물성 단백질 파우더보다 단백질 함유량이 높을뿐더러, 기존 동물성 단백질 파우더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에버프로 또한 미국 업사이클식품협회(UFA)로부터 인증 라벨을 부여받았습니다.

에버그레인은 벨기에에 본사를 둔 맥주 기업 앤하이저부시인베브(AB InBev‧이하 AB인베브)가 2020년에 설립한 기업입니다. 과학자, 영양학자, 제품 개발자 등이 한데 모여 맥주박 제품 다각화를 연구 중인데요. 연간 140만 톤의 보리를 소비하는 AB인베브로부터 원료를 공급받고, AB인베브 산하 벤처기업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습니다.

 

© IFT First 2022에 준비된 프룻스마트 부스 모습_Fruits Smart, Twitter

프룻스마트(Fruits Smart)도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미국 워싱턴주에 소재한 프룻스마트는 과일‧채소 등을 주스로 가공해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지난해 이 기업은 주스 생산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과육‧껍질‧씨앗)으로 대체 밀가루인 ‘업사이클 밀가루’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과, 블루베리, 크렌베리를 각각 주스로 만들며 나온 찌꺼기를 공기로 완전히 건조한 후 제분한 것인데요. 회사 측은 업사이클링 밀가루가 기존 제품을 대체할 수 있고, 단백질과 섬유질 등 영양분이 풍부하단 점을 내세웠습니다. 프룻스마트는 박람회에서 업사이클 밀가루로 만든 사과맛 크래커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한편, 국내에선 파인애플 통조림으로 잘 알려진 다국적 식품 기업 돌(Dole)도 박람회에서 파인애플 부산물로 만든 분말을 소개했습니다. 회사 측은 파인애플 부산물이 식음료 및 화장품 업계에서 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시장조사기관 FMI는 푸드 업사이클링 산업이 2032년까지 현재보다 약 1.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_Isa Zapata

10년 뒤 110조원 달할 푸드 업사이클링 산업…Z세대가 소비 주도해 💰

미국 시장조사기관 IRI의 조안 홀레안 드리그스 부사장은 박람회 마지막날(13일) 기조연설에서 MZ세대(1981년~2010년 출생 세대) 같은 젊은 소비자에게 푸드 업사이클링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Z세대가 푸드 업사이클링 소비를 주도한다”며 식품 기업들이 푸드 업사이클링 산업의 성장잠재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는데요.

실제로 푸드 업사이클링 산업 성장세는 두드러집니다. 박람회가 개최된 7월, 다국적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FMI‧Future Market Insights)푸드 업사이클링 산업이 향후 10년 사이 약 1.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FMI는 2022년 푸드 업사이클링 산업 규모를 약 530억 달러(약 70조원)로 분석했는데요. FMI는 이어 해당 산업이 연평균 성장률(CAGR) 4.6%로 오는 2032년에는 약 833억 달러(약 1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 식량안보, 공급망 안정성, 매출 증대 위해선 순환경제 전환 전제돼야 해 ♻️
박람회와 함께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연일 지속가능성과 순환경제가 강조됐습니다. 연사들은 ▲식량안보, ▲공급망 효율성‧안정성, ▲제품 매출 증대 등을 위해선 이해관계자들 간의 상호일치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연사들은 이 노력의 일환으로 지속가능성 및 순환경제 전환에 식품 기업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IMI는 2021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 세계 소비자 중 35%가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을 기존 제품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발표했다_IMI 제공

식품시장 진입한 신규 기업 48%, 푸드 업사이클링 전략 활용 중 📊

한편, 네덜란드 식품시장조사기관 이노바마켓인사이트(IMI‧Innova Market Insights) 또한 같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IMI는 지난 5년간(2017~2021년) 식품 폐기물 등 업사이클 재료를 사용한 식음료제품 출시의 연평균 성장률이 122%에 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루 앤 윌리엄스 IMI 최고경영자(CEO)는 식품 산업 전반에 ▲지속가능성, ▲건강, ▲환경이 떠올랐다고 설명했는데요. 윌리엄스 CEO는 최근 세계 식품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의 48%가 푸드 업사이클링 전략을 활용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그는 소비자의 35%가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을 기존 제품보다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단 설문조사를 인용했는데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응답자의 40%가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을 더 선호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윌리엄스 CEO는 푸드 업사이클링 유행 원인에 대해 업사이클 재료와 과정에 소비자가 흥미와 신기함을 느끼고, 이것이 구매와 직결돼 기업들이 참여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윌리엄스 CEO는 그러면서 기업들이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 및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선, 소비층의 가치와 신념을 확인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