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에너지연구소 등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

연구진은 지난달 22일 사전 논문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상온과 대기압 조건에도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초전도체 관련 논문 2편을 올리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저자로는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 지난해까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근무했던 김현탁 박사 등이 포함됐습니다.

아카이브는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논문을 공개하는 곳으로, 이곳에 나온 논문은 아직 학계의 검증을 받지 않았단 뜻입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라나카이트(Lanarkite)와 인화구리(CU3P)를 주원료로 LK-99란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LK-99에서 ▲저항 특성 ▲전류-임계온도 특성 ▲자기장 특성 ▲자화율 측정 ▲열용량 특성 등을 분석한 결과 ‘초전도 특성’이 일어났다고 연구진은 주장했습니다.

연구진은 1990년대 고려대 화학과 최동식 명예교수가 주장한 이론을 바탕으로 20여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과학계 뒤흔든 LK-99 진위 공방…“전 세계에 초전도체 화두 던져” 🧪

그러나 논문 공개 직후 과학계를 중심으로 LK-99이 초전도체가 아니란 검증 연구결과가 잇따르는 상황입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가 먼저 회의론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중국 베이징 항공항천대학 연구진과 인도 과학산업연구회(CSIR)도 아카이브에 LK-99이 초전도체가 아니란 내용의 검증 논문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프린스턴대·스페인 도노스티아 국제물리센터(DIPC)·독일 막스플랑크 고체화학물리연구소 공동연구진도 “LK-99는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아닌 ‘강자성 다상 물질’”이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 지난 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LK-99에 대해 짧고 화려했던 삶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주요 기관 검증 연구결과를 인용해 LK-99이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밝혔다.©Science, 홈페이지 캡처

같은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LK-99에 대해 ‘짧고 화려했던 삶(The short, spectacular life)’이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고려대 또한 권 교수가 LK-99 관련 논문을 게재한 것과 관련해 공동저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논문 원고를 올린 것에 대해 연구부정행위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LK-99 검증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샘플 합성에 들어갔습니다.

LK-99이 초전도체인지 아닌지 그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국내외 과학계가 치열한 검증을 진행하는 상황.

다만, LK-99의 진위 여부가 무엇이든 간에 전 세계에 초전도체에 반항을 불러일으켰단 점 하나는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초전도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 초전도 현상으로 인해 자성을 가진 물체가 공중에 떠있는 모습. ©ORNL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 꿈의 기술 구현할 게임체인저 나온 것” 😮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에는 전기 흐름을 방해하는 ‘전기저항’이 있습니다. 전기저항력이 낮을수록 전기는 잘 통합니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 강력한 반자성(마이너스 효과)체, 내부 자기장 방출 등 특징을 가진 물질입니다.

특정 조건에서 전기저항이 0인 초전도현상(Superconductivity)은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당시 그는 절대온도 –268.96℃(4.19 K)의 극저온 상태에서 수은의 전기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발견했고, 이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온도가 매우 낮고 압력이 높은 특수한 조건에서만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값비싼 액체 헬륨이나 액체질소 등으로 냉각해야 하는 만큼 비용 부담도 큰 편입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연구진들이 상온·상압 환경에서 초전도체를 개발하려 오랜 시간 매진해왔습니다.

상온·상압 초전도체란 말 그대로 우리가 생활하는 보통 온도(상온)와 기압에서 초전도 현상 보이는 물질을 뜻합니다.

상온·상압의 초전도체가 개발되면 초고효율 전력망·양자컴퓨터·자기부상열차·핵융합 발전장치 등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인류가 그간 꿈으로 여겨져 왔던 여러 기술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혁신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상온·상압 초전도체입니다.

 

+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 소식, 과거에도 있었어! 🤔
상온에서 초전도체를 개발했단 소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3월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이 상온의 범위인 20.85℃(294 K)에서 초전도 성질을 보이는 물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로체스터대 물리기계공학과 조교수인 랑가 디아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2020년에도 네이처에 관련 연구결과를 게재했으나, 데이터 신뢰성과 초전도체 재현 문제 등을 이유로 논문을 철회했습니다. 이후 데이터 조작과 표절 혐의로 디아스 조교수는 기소된 상황입니다.

연구팀은 다른 과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 등 다른 실험실에서 초전도 전환 실험을 해 얻은 새로운 자료로 철회된 논문을 검증해 다시 제출했습니다.

 

▲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실제로 개발될 경우 장거리 송전망 등 기후테크 산업 전반에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Vitch

상온·상압 초전도체, 슈퍼그리드 등 국가간 전력망 효율성 최대화 가능 ⚡

그럼에도 만약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이 성공할 경우 기후테크 산업은 또 다른 혁신을 맞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중에서도 전력 송전망 및 배전망에 혁신이 일어날 것입니다. 상온·상압의 초전도체는 장거리 무손실 전력 전송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빠르게 설치 중인 반면, 높은 변동성과 전력망 안전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출력 자체가 제한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간 전력망 연계 또는 국가간 전력망을 연결하는 ‘슈퍼그리드(Super Grid)’가 해결책으로 떠오른 상황.

슈퍼그리드란 국가간 이어진 대규모 전력망을 말하는 것으로 에너지가 풍부한 나라에서 생산된 전력자원을 다른 나라가 끌어다 사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데저텍 프로젝트(Desertec Project)’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북아프리카 사막 일대 풍부한 풍력과 태양열을 유럽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유럽 전역으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인 데저텍 프로젝트의 구상도. ©DESERTEC

2009년부터 독일과 프랑스 등 북해 연안 국가 10개국은 ‘북유럽 슈퍼그리드 (Nord EU Supergrid)’를 추진 중입니다. 이는 북해 연안 일대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이들 10개국이 공유하는 것으로, 2014년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노르웨이간 전력망 연결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또한 제 8·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는 한국·중국·일본·러시아·몽골 사이에 송전망을 구축해 극동 시베리아와 몽골 고비사막의 풍부한 청정에너지를 동북아 국가가 공동 사용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슈퍼그리드는 송전손실이 크단 것. 구리 전선의 경우 전류가 흐를 때 전기저항으로 열에너지 손실이 발생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총발전량의 약 4%가 송배전 손실로 낭비됩니다. 미국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도 5~10%가 송배전 손실로 활용되지 못합니다.

그런데 상온·상압 초전도체로 만든 전선은 전기저항이 0이므로 이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초전도체 에너지저장시스템(SMES)도 화두입니다. 이 시스템은 효율적이고 신속한 에너지 저장 및 회수를 가능하게 만들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초전도체 개발은 재생에너지의 발전과 송전 그리고 저장 부문에서 획기적인 혁신을 불러올 것입니다.

 

▲ 미국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 산하 국립점화시설 연구진이 핵융합 연구 장치 내부를 점검하는 모습. ©LLNL

배터리·양자컴퓨터·핵융합 등 기후테크 분야서 게임체인저 역할 할 것 🤔

이밖에도 배터리와 핵융합 설비 등을 비롯해 다양한 기술에서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무한한 가능성을 줄 수 있단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고급 의료영상, 전기자동차 성능 향상, 우주탐사 기술 성능 향상도 가능합니다. 그중에서 기후테크 산업과 관련된 분야만 언급한다면.

 

1️⃣ 배터리|SMES 통해 영구 저장 🔋

일반적으로 리튬 등으로 구성된 배터리는 전기에너지를 화학물질에 저장합니다. 그런데 SMES이 개발되면 전기저항이 0인 초전도마그네트에 전류를 가함으로써 회로 내 전류가 영원히 지속됩니다.

전기 저장뿐만 아니라, 주파수 제어나 안정화 등 전기품질 향상 등 기여할 수 있는 첨단 에너지 저장기술입니다.

 

2️⃣ 양자컴퓨터|차세대 지평선 열어줄 양자컴퓨터 상용화 가능 💽

2019년 구글이 개발한 50큐비트 양자컴퓨터는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단 200초 만에 풀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 10억 년이 걸리는 연산도 100초 만에 해결이 가능합니다.

달리 말하면 양자컴퓨터 개발을 위해선 획기적인 정보 처리 기술이 필요하단 뜻입니다. 양자컴퓨터에서 초전도체는 양자 소자 구현에 있어 중요합니다. 다만, 초전도체가 극저온 현상에서 발현돼 컴퓨터 온도를 낮추기 위해 많은 비용이 들었고 양자컴퓨터 크기도 그만큼 커졌습니다.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양자 컴퓨팅 설정에 사용돼 양자 정보처리에 보다 획기적인 경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3️⃣ 핵융합|토카막 개발 통한 핵융합 상용화 가능 ⚡

이와 함께 핵융합 발전 상용화도 가능해집니다.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스마를 가둬 핵융합을 달성하는 ‘토카막(tokamak)’ 기계 개발이 가속화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토카막은 도넛 모양의 자기장 가운데에 플라스마를 띄워 1억℃의 열이 장치에 닿지 않게 해줍니다.

 

4️⃣ 운송수단 혁신|초고속 자기부상열차 개발 가능 🚄

자기부상열차는 이미 저온 초전도체를 사용해 고속의 마찰 없는 이동을 달성한 분야입니다.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초전도 레일 위로 열차를 부상시켜 승객들을 도시 곳곳으로 빠르게 이송시킬 수 있습니다. 자기부상열차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고, 효율적인 도시간 교통망 구축도 가능해집니다.

더불어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항공기나 선박 등 주요 운송수단에 사용되는 구리선과 철심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이들 운송수단에서도 전기손실을 줄이는 동시에 고성능·고출력이 가능하단 것.

 

5️⃣ 전자제품 혁신|배터리 효율 및 소비전력 개선 📲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소비자들의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카메라 등과 같은 휴대용 전자제품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전기저항이 0인 초전도 물질을 전자제품에 적용하면 배터리와 소비전력 모두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초전도체 부품이 사용되면 노트북과 스마트폰에는 팬과 같은 냉각 장치가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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