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나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으로부터 인정받은 탄소저장 소재인 목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콘크리트나 강철에 비해 화재에 취약하고 수축과 팽창이 커서 안정성이 떨어진단 것. 품질이 고르지 못하고 부패에 약하단 점도 단점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최근 분자공학을 이용해 목재의 단점을 해결하고 순환성과 활용성은 더 높인 스타트업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리·가죽·강철 같은 고탄소 소재를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죽거나 부패한 목재까지도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요. 대체 어떻게 가능하단 것인지 살펴봤습니다.

 

‘나무’로 유리·가죽·강철 등 고탄소 소재 대체할 수 있다고? 🪵

지난 24일(현지시각) 프랑스 대체소재 스타트업 우두(Woodoo)가 기후테크 스타트업 전문 벤처캐피탈(VC) 로어카본캐피탈 등으로부터 3,100만(약 416억원) 달러의 시드라운드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기업은 목재(Wood)를 사용해 유리·가죽·강철 등의 소재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입니다. 생산에 고온이 필요한 유리와 강철,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가죽 등의 고탄소 소재를 목재로 대신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유리·가죽·강철 모두 고탄소 소재란 공통점만이 있을뿐, 소재의 특성은 확연히 다릅니다. 목재는 가죽보다 단단하고 강철보다는 무르며, 유리와 달리 불투명합니다.

우두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티모시 보이투제는 5년간의 연구 끝에 분자공학을 활용해 목재 성질 변환에 성공했습니다. 그가 보유한 특허도 50여개에 달합니다.

 

▲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재건축물인 ‘아센트 MKE(Ascent MKE)’ 빌딩의 건축 당시 모습.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위치한 5층 높이의 주상복합아파트로 2019년 완공됐다. 콘크리트와 강철 대신 목재를 사용한 매스팀버 건축 방식이 사용됐다. ©Thornton Tomasetti

강철의 19세기, 콘크리트의 20세기…“21세기는 나무의 시대!” 🌲

2016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우두. 사업 초기 목표는 대체소재 개발을 통한 건축산업의 탈탄소화였습니다.

프랑스의 건축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재료과학 석사를 따낸 보이투제 CEO. 그는 유명 건축기업에서 한동안 건축가로 근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콘크리트와 강철 등 건축자재가 세계 탄소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에 충격받았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시멘트 생산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23억 톤입니다. 제철 및 철강의 배출량은 26억 톤에 달합니다. 각각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6.5%와 7%를 차지합니다.

이에 보이투제 CEO는 재생가능한 건축자재의 필요성을 느꼈는데요. 그는 재생가능하며 어디서든 쉽게 얻을 수 있는 목재에 주목합니다. 건축사를 나와 미국 매사추세스공과대학(MIT)에서 화학, 분자생물학 그리고 소재공학을 공부했습니다.

보이투제 CEO는 “19세기가 강철의 세기였고 20세기가 콘크리트의 세기였다면 20세기는 목재의 시대”라고 말하는데요.

 

▲ 보이투제 CEO는 목재의 리그닌 성분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빈 공간을 바이오 폴리머로 채워 내구성과 내화성, 내부식성을 강화한 증강목재 기술을 개발했다. ©Woodoo

분자공학으로 강화한 ‘증강목재’…“탄소격리도 돕는다고!” 💪

보이투제 CEO는 특히 목재의 구조에 주목했습니다.

목재의 60~90%가량은 공기가 차지합니다. ‘리그닌(lignin)’이란 고분자 화합물이 그물망처럼 얽 식물벽 덕분에 단단함을 유지하는데요. 그는 리그닌이 곤충을 유인하고 나무를 산화시키는 악영향도 끼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에 보이투제 CEO는 리그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빈 공간에 용도에 맞게 목재의 특성을 변경할 수 있는 바이오 폴리머로 채우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덕분에 내구성과 내화성, 내부식성을 강화한 ‘증강목재’가 탄생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기술은 산림의 탄소격리 강화를 도울 수 있습니다.

포플러 나무, 소나무 같은 ‘연재(Soft wood)’는 참나무 같은 ‘경재(Hard wood)’에 비해 탄소를 더 빠르게 흡수합니다. 그러나 연재는 밀도가 낮고 약해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증강목재 기술은 연재의 약점을 보완해 탄소격리와 부가가치 모두를 잡을 수 있습니다.

저품질 목재, 질병에 감염된 목재에도 증강목재 기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보이투제 CEO는 기후변화와 기온 상승으로 곰팡이 등 나무 질병이 더 빈번해질 것란 점을 강조했는데요. 이러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목재폐기물을 대체소재로 재자원화해 순환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추출된 리그닌 또한 다른 기업에 원료로 판매하고 있어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주로 벤젠 등 바이오기반 화학제품이나 바이오가스를 만드는데 사용됩니다.

해당 기술을 인정받은 그는 2016년 기술 전문 월간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가 선정한 ‘35세 이하 프랑스 혁신가 2016’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 우두가 개발한 반투명 소재 슬림은 투광성이 높아 자동차의 터치 패널(위)이나 LED 스크린(아래) 등에 유리 대신 사용이 가능하다 ©Woodoo, 트위터

저탄소 건축자재 개발 중 찾아온 새로운 기회, ‘자동차’였다? 🚗

우두는 강도는 콘크리트 대비 23배 높고, 탄소발자국은 알루미늄 대비 229배 낮춘 건축 구조용 자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해당 건축자재에 ‘솔리드(SOLID)’라 이름 붙였는데요. 다만, 우두의 저탄소 건축자재는 아직 개발 과정에 있습니다.

그러던 우두는 2019년, 한 자동차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증강목재 기술을 알리게 됩니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스타트업 아우토반’에서 선보인 반투명 소재 ‘슬림(SLIM)’입니다.

슬림은 말 그대로 얇게 가공된 소재입니다. 목재의 리그닌을 제거한 뒤 투명한 수지를 채워 넣어 투광성을 높였단 점이 특징입니다. 다양한 색상 재현도 가능합니다.

터치에도 반응하기 때문에 유리를 대신해 스마트 패널, 자동차 터치 패널 등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을 땐 목재 특유의 결을 살린 디자인으로 기능합니다.

이렇듯 평소에는 디스플레이가 보이지 않다가 필요할 때만 표시가 되는 디스플레이를 일컬어 ‘샤이테크(ShyTech) 디스플레이’라 부릅니다.

미니멀리즘의 디자인과 정보전달의 명확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어 최근에는 전기자동차·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더욱 각광 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두는 슬림이 유리 대비 무게는 3분의 1, 탄소배출량은 7분의 1에 불과해 유리 기반 제품의 생산 및 운송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증강목재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대체가죽 플로우. 우두는 루이비통의 모기업 LVMH와 계약을 체결한 상태라고 밝혔다. ©Woodoo

폭스바겐과 루이비통도 주목한 증강목재…향후 목표는 ‘저탄소 건축자재’ 🏗️

한편, 우두는 증강목재 기술을 대체가죽 소재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리그닌 제거 함량을 조정해 만든 대체가죽 소재인 ‘플로우(FLOW)’입니다. 96%의 바이오기반 소재를 사용해 송아지가죽 대비 탄소발자국이 30분의 1에 불과합니다.

우두는 현재 프랑스 중북부 지역인 트루아(Troyes) 등 두 곳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자동차기업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모기업으로 유명한 LVMH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건축용 목재생산 기업인 가르니카(Garnica)와 파트너십도 체결했습니다. 우두는 지난 24일 시드라운드에서 조달한 자금 일부도 저탄소 건축자재 개발에 사용될 것이라 설명했는데요.

보이투제 CEO는 “건축 전문가로서 (내게) 철강 및 알루미늄 대안을 개발하는 것은 언제나 우두의 중요 임무였다”며 탈탄소 건축자재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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