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및 건설 산업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분야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건물 및 건설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39%를 차지합니다.

그중에서도 콘크리트에 사용되는 시멘트는 1톤 생산 시 무려 0.8톤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배출됩니다.

문제는 콘크리트 특성상 재사용·재활용이 어렵단 것입니다. 목재나 철근 등 여러 종류의 건축폐기물이 섞여 있을뿐더러, 콘크리트 자체가 시멘트와 모래·자갈 등의 골재가 혼합된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개발도상국에서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콘크리트 수요는 늘어났고, 그만큼 철거한 건물도 증가해 폐콘크리트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폐콘크리트 상당수가 매립되고, 콘트리트 생산에는 다시 천연자원이 투입되는 상황입니다.

원자재 수요와 폐기물 처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재활용이 필요한 시대.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폐콘크리트 재활용 공정을 선보인 기업이 있습니다.

혁신적인 콘크리트 재활용 공정을 선보인 스위스 특수화학 기업 씨카(Sika)의 이야기입니다.

 

▲ 씨카가 개발한 리커버 공법이 사용된 콘크리트 재활용 시설. 폐콘크리트는 왼쪽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재활용 시설에서 분리 과정을 거친다. 분리된 모래, 자갈, 시멘트는 컨테이너 앞 사각 박스에 각각 담긴다. ©Sika

“콘크리트 ‘수리’에서 ‘재활용’으로? 스위스 기업 씨카의 도전!” ♻️

폐콘크리트는 가능한 잘게 부수어 ‘순환골재’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선 2018년 법이 개정되며 폐콘크리트 순환골재를 건물 건축에도 일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됐습니다.

순환골재처럼 재활용 과정에서 품질이 낮아지며 원래의 용도가 아닌 저부가가치로 재활용되는 것을 다운사이클링이라고 말합니다.

매립될뻔한 폐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순환했단 점에서는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품질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주 사용처도 도로공사, 되메우기, 바닥재 등으로 한정돼 왔있습니다. 여기에 사회적 우려로 실제 적용은 더딥니다.

순환골재의 사용처가 제한이 많기 때문에 새 제품 생산에는 여전히 천연자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콘크리트 대 콘크리트의 ‘클로즈드루프(Closed-loop)’ 재활용에 나선 기업이 바로 씨카입니다.

스위스의 특수화학 기업인 씨카는 건축 및 자동차 산업에 콘크리트와 방수제, 접착제 등을 공급하는 기업입니다.

독특한 점은 이전부터 콘크리트의 수리를 위한 제품과 공법 등을 연구해왔다는 점입니다.

콘크리트를 수리함으로써 건축물의 수명을 연장하고, 철거·재건축을 방지해 건물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단 것이 씨카의 설명입니다. 그 다음 도전이 바로 콘크리트의 재활용 혁신이었습니다.

 

“헌 콘크리트 줄게, 새 모래·자갈·시멘트 다오” 🐸

지난 2021년 씨카는 폐콘크리트를 다운사이클링하지 않고, 다시 콘크리트 원료로 재활용하는 방법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씨카의 아이디어는 단순했습니다. 시멘트와 골재가 섞여 있어 재활용이 어렵다면, 다시 분리해내자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는 단순했으나 실제 구현은 난관에 연속이었습니다.

화학적으로 단단히 결합된 콘크리트 속 구성 요소들을 개별로 분류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씨카는 콘크리트의 화학적 반응을 역이용해 시멘트와 골재를 분리하는 공정을 만들었습니다.

 

▲ 폐콘크리트에 이산화탄소와 씨카의 첨가제를 더하면 콘크리트 속 시멘트가 화학반응해 탄산화되고, 물리적 마모 과정을 거쳐 석회가루와 모래, 자갈로 분리된다. ©Sika 제공, greenium 번역

공정의 이름은 ‘리커버(reCO2ver)’로 ‘이산화탄소(CO₂)”와 복구’(Recover)’를 합친 말입니다. 콘크리트 재활용으로 CO₂ 배출을 줄이고 천연자원 고갈을 막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리커버 공정은 먼저 폐콘크리트를 잘게 부수는 작업에서 시작합니다. 그 다음 씨카가 개발한 첨가제와 함께 CO₂를 주입합니다.

폐콘크리트의 표면이 CO₂와 반응하면 화학반응에 의해 탄산화가 이뤄집니다. 이때 탄산화된 광물 결정이 탄산칼슘(CaCO3·석회석)입니다.

표면이 석회화된 폐콘크리트들은 회전챔버에서 부딪히며 마모되고, 석회석은 가루가 되어 떨어집니다. 폐콘크리트가 다 마모되어 골재만 남을 때까지 이 과정이 반복됩니다.

이후 석회석이 다 분리되고 남은 골재를 크기에 맞춰 분류하면 끝.

석회석 가루는 콘크리트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고, 크기별로 분류된 골재 또한 모래와 자갈 대체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씨카는 2021년부터 스위스에서 리커버 공정을 실험할 공장을 운영해왔으며, 현재 실험 단계를 마친 상태다. ©Sika, 유튜브

콘크리트 재활용에 ‘탄소포집’까지! 💭

씨카는 2021년부터 스위스에서 리커버 공정을 실험했고, 현재 실험 단계는 마친 상태입니다.

실험 결과, 리커버 공정을 통해 재활용 원료 1톤을 생산할 때마다 약 15㎏(33Ibs)의 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고 씨카는 밝혔습니다. 리커버 공정에서 폐콘크리트가 CO₂를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오는 2030년까지 폐콘크리트 재활용을 통해 1만 7,000톤의 CO₂를 포집하는 것이 씨카의 목표입니다. 이는 단독주택 850채를 건설할 때 나오는 배출량과 맞먹습니다.

씨카 최고경영자(CEO)인 토마스 하슬러는 “유럽연합(EU) 상위 5개국에서만 매년 약 3억 톤의 폐콘크리트가 발생한다”면서 이를 리커버 공정으로 모두 재활용할 경우 최대 1,500만 톤의 CO₂를 포집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탄소컨설팅 기업 ‘사우스폴’ 파트너십 발표, “다음 단계는 CCS!”

한편, 씨카는 앞으로 콘크리트 재활용의 기후적 이점을 표준화할 수 있도록 탄소배출권 발급에 나설 계획입니다.

지난 8월 클릭재단(KliK Foundation)이 씨카의 리커버 공정에 재정을 지원하겠다 밝힌 바 있습니다. 클릭재단은 스위스 정부로부터 탄소상쇄 제도를 위임받아 운영하는 곳입니다.

구체적으로 클릭재단은 2030년 연말까지 1,000만 스위스프랑(약 149억원)에 달하는 탄소배출권 구매를 보장하도록 했습니다.

더불어 씨카는 지난 4일(현지시각) 탄소컨설팅 기업 사우스폴(South Pole)과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양사는 리커버 공정을 통해 포집된 CO₂를 저장 및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계획입니다.

나아가 씨카는 콘크리트 재활용 시설을 확장하는 한편, 사우스폴과 협력해 스위스 연방환경국(FOEN)의 요구사항에 맞는 탄소프로젝트를 개발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 콘크리트 재활용에 탄소포집? 우리는 만들 때 포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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