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토탈에너지와 독일의 지멘스가 유럽 기업 46곳을 대표해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전면 폐지를 공식 요구했습니다.
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민당 대표에게 공동 서한을 전달하며, 과도한 규제가 유럽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CSDDD의 폐지가 유럽 산업계에 “명확하고 상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크롱·메르츠에 공동서한, ‘과도한 규제가 글로벌 경쟁력 위축’ 강력 비판
지멘스는 “유럽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든 산업 부문에서 과도한 규제를 줄여야 한다”며, 지속가능성 규제 폐지가 “관료주의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토탈에너지 대변인 역시 이번 서한은 유럽 경쟁력 강화를 위한 5대 우선 과제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한에는 CSDDD 폐지를 포함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담겼습니다.
- 산업계의 무상 배출권 감축 계획을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이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유예할 것
- 글로벌 시장 환경을 반영해 기업 합병을 허용할 수 있도록 EU 경쟁 규칙을 개혁할 것
- 데이터법과 AI법 등 디지털 규제의 유예 및 개정
- 2027년 1월까지 새로운 EU 지침 도입을 중단하고 기존 규제를 단순화할 것
- 유럽 통합 자본시장 구축과 조세·투자 연합 강화
CSDDD는 2023년 도입된 EU의 주요 지속가능성 정책으로, 기업이 공급망 내 인권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글로벌 매출의 최대 5%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지침은 유럽 내에서도 가장 정치적으로 민감한 친환경 정책 중 하나로, 독일과 프랑스는 물론 미국, 카타르, 엑손모빌 등에서도 우려를 제기해 왔습니다.
이 같은 반발에 대응해 EU 집행위원회는 현재 ‘단순화 옴니버스 패키지(Simplification Omnibus Package)’를 통해 CSDDD를 비롯한 관련 규제의 완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이 패키지는 특히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실사 범위를 모기업, 자회사로 한정
- 간접 공급망 단계는 실사 대상에서 제외
- 실사 효과 검토 주기를 매년에서 5년으로 연장
- 벌금 기준에서 글로벌 매출 5% 하한선 삭제
- 민사 책임 및 집단소송 관련 조항 일부 삭제
EU 집행위원회는 CSDDD와 CSRD의 공시 요건과 국내법 전환 기한 연기 제안을 제출했습니다. 규제 완화 합의를 유도하고, 근본적 개정 논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단순화를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며 “EU 기업들은 간소화된 지속가능성 규칙의 혜택을 누릴 것이며, 이는 탈탄소화 목표를 향한 여정도 흔들림 없이 지속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토탈에너지와 지멘스는 이보다 훨씬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단순한 규제 완화 수준이 아니라, CSDDD 자체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테레사 리베라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럽의 환경 및 사회적 기준을 희생할 수는 없다”며 “이 기준을 낮추지 않겠다”고 단호히 반박했습니다.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의 안드레아스 라셰 교수는 “규제 완화가 진행 중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산업계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정말로 성과를 내고 싶다면 완전히 폐지하라는 요구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