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안 불면 자동 보상…재생에너지 기업들 ‘파라메트릭 보험’ 도입 확산

손해 평가 없이 즉시 지급하는 혁신 상품...필리핀 태풍 피해 30일 내 보험금 수령

기후변화로 인한 수익 손실과 인프라 피해에 직면한 전 세계 재생에너지 기업들이 파라메트릭 보험(Parametric Insurance)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 보험은 바람이 불지 않거나 태양광이 부족한 등 특정 기상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보상이 이뤄지는 구조로, 전통 보험이 감당하지 못하는 기후 리스크를 보완합니다.

뮌헨리(Munich Re)의 마르셀-스테펜 라이프 글로벌 날씨 및 농업 리스크 파트너스 책임자는 “이 분야가 대규모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불확실한 기후 시대의 재생에너지 산업을 지키는 금융 상품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기후 조건에 민감합니다. 바람이 불지 않거나 구름이 태양을 가리면 발전량이 급감하고, 허리케인이 고가의 인프라를 강타하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파라메트릭 보험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 보험은 사전에 정의된 기상 지표가 특정 기준에 도달하면 손해 평가 절차 없이 자동으로 보상이 이뤄지는 방식입니다. 신속한 지급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기준에 근소하게 미달하면 보상이 이뤄지지 않거나 실제 손실의 일부만 보장되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파라메트릭 보험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리스크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텍사스에서는 태양광 발전소가 반복적인 우박 피해를 입고 있으며, 풍력 발전소는 겨울 폭풍으로 인프라가 손상되고 있습니다. 호주 일부 지역에서는 풍속이 감소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구름 덮임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취리히 보험 그룹에 따르면 유럽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의 절반 가까이가 극단적인 날씨로 인해 심각한 위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특히 인도는 기후 리스크에 매우 취약한 국가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추진 중인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두 배 이상 확대하는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1980년부터 2016년까지 인도의 풍력 발전량은 10년마다 0.77페타와트시 감소했는데, 이는 육지와 인도양 사이의 온도 차가 줄어들며 바람 흐름이 약해진 데 따른 결과입니다.

기후의 불확실성은 프로젝트 자금 조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이안 스태펠 부교수는 “예측 불가능성은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본을 증가시켜 개발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기후 리스크는 단순히 날씨 문제가 아니라 금융과 투자 구조 전반을 뒤흔드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실제 적용에는 여전히 과제가 따릅니다. 몇 년 전, 인도의 리뉴 에너지 글로벌은 중소 규모 프로젝트에 파라메트릭 보험을 도입해 풍속 감소에 대비했습니다. 그러나 보험금 청구 시, 보험사는 원인이 터빈 결함이라고 판단해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리뉴의 CFO 카일라시 바스와니는 “바람은 지난 3~4년간 계속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며 “기본적으로 그들이 이기면 우리가 지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보험사들은 신흥 시장에서의 수요 증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뮌헨리는 인도와 중국의 청정에너지 기업들로부터 첫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고, 윌리스 타워스 왓슨은 2023년 이후 인도 개발자들의 수요가 두 배로 증가했다고 전했습니다.

프랑스의 데카르트 언더라이팅은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풍력 관련 파라메트릭 보험 상품을 제공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파라메트릭 보험의 가장 큰 강점은 지급 속도입니다. 예를 들어, 2021년 말 태풍 라이가 필리핀을 강타했을 때, 아보이티즈 파워는 30일 이내에 보험금을 수령해 재생에너지 자산의 피해를 신속히 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빠르고 확실한 유동성 제공이 전통 보험과의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이 보험은 IoT, 레이더, 위성 이미지 등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되며, 자금 조달 리스크 완화, 수익 보호, 기술 혁신 유도, 자본 흐름 개선, 복원력 강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에너지 전환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기상 이벤트가 아시아 지역에서 더 빈번하고 더 심각하다”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생에너지 부문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파라메트릭 보험 상품을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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