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이 믿음을 만든다”…기후변화 대응의 새로운 패러다임

크리스 드 마이어, "기후변화 해결, 행동이 먼저다

2024년 10월 29일, 신경과학자이자 기후변화 전문가인 크리스 드 마이어가 TED 강연에서 “행동이 믿음을 이끈다(Actions Drive Beliefs)”는 신경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은 ‘인식 개선 후 행동’이 아니라, ‘행동 후 인식 변화’가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드 마이어는 20년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특정 문제에 깊이 관여하게 되는 과정은 강한 신념이 아니라 ‘행동’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이 ‘인식 개선’을 통한 행동 유도에 집중하는 반면, 실제로는 행동이 신념을 강화하는 ‘자기 설득 과정’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 방식에서 공포 조성, 희망 제시, 교육 중심 접근법 등이 사회 전체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신, 드 마이어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① 선입견 없이 상대의 입장을 인정하고, ② 개념에 대한 이해 차이를 줄이며, ③ 설득이 아닌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강연은 유튜브를 통해 11분 33초 분량으로 공개되었으며, 기존 기후변화 논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갇힘(Stuck)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 전략 🔄

크리스 드 마이어는 이번 강연에서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좌절감을 극복하는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큰 문제를 다룰 때 일시적인 실망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지속적인 무력감으로 이어지는 것이 진정한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결정을 내린 직후, 뇌에서 강한 활동이 발생하면서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하고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 나타납니다. 드 마이어는 이를 “행동이 믿음을 이끈다(Actions Drive Beliefs)”라고 명명하며, 행동이 신념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러한 통찰이 배제된 채, “인식을 높이면 행동이 따라온다”는 전통적인 접근법이 지배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를 “관습적 지혜 기후 커뮤니케이션 빙고(Conventional Wisdom Climate Comms Bingo)”라고 표현하며, 다음과 같은 기후변화 대응 논의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명확한 사실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단순 정보 제공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기후 리터러시를 높여야 한다.”
“공포를 조성해야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아니다, 희망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공포와 희망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후변화의 진실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드 마이어는 이 모든 접근법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공포를 조성하는 방법은 일부 사람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무력감이나 부정적 반응을 초래하며, 심지어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진저 더 독 효과(Ginger the Dog Effect)”를 소개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상대방에게는 전혀 다르게 해석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기후 위험“이라는 단어는 과학자와 경제학자가 다르게 해석하며, “기후 행동“이라는 용어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개인적 실천을 의미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정치적 운동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즉, 같은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각자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소통이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드 마이어는 또한 “사회적 뇌(Social Brain)”의 작용이 이러한 소통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본능적으로 “무지하다”, “어리석다”, “미쳤다”, “악의적이다” 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자동적 판단은 논의와 협력을 가로막고,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드 마이어는 세 가지 행동 전략을 제안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 가지 핵심 전략 🛠️

1️⃣ 판단을 내려놓기 : 상대방도 자신과 같은 ‘자기 설득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열린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2️⃣ 진저 효과 관리하기 : 개념에 대한 이해 차이를 인식하고, “당신이 말하는 X의 의미는 무엇인가요?“와 같은 질문을 던져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3️⃣ 설득을 포기하고, 행동 기회를 만들기 : 기후변화의 ‘사실’을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드 마이어는 “무엇이 당신을 밤에 깨어있게 하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관심사를 파악하는 것이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

크리스 드 마이어의 이번 TED 강연은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의 기존 패러다임을 뒤집고, 행동 중심의 접근법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기존에는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해하면 행동하게 될 것이라는 가정이 일반적이었지만, 그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행동이 먼저, 인식은 그 후에 따라온다“는 신경과학적 원리를 제시했습니다.

드 마이어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설득’이 아니라, 사람들이 직접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공포 조성, 희망 강조, 정보 제공, 교육 등 전통적 접근법이 사회적 행동 변화를 이끄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오히려 행동을 먼저 유도하는 ‘자기 설득(Self-Persuasion)’ 전략이 더 강력한 변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그는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할 때, 상대방과의 개념 차이를 인정하고, 판단을 내려놓으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이 단순한 논쟁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드 마이어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하나의 행동이 또 다른 행동을 낳고, 이것이 점차 확산되면서 결국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학교, 지역사회, 언론, 금융 투자, 법률, 심지어 국가 간 협력에서도 이런 변화의 흐름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우리가 이 흐름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면, 기후변화 대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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