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있는 모든 것은 인공지능(AI)이 생성했습니다(Everything you have here is generated by AI).”
지난 7일(현지시각)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5’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기조연설에서 황 CEO는 “AI 에이전트의 시대가 왔다”라고 선언했습니다.
AI 에이전트란 사람의 개입 없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합니다. 생성형 AI에서도 가장 최신 기술로 불립니다.
CES 2025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열렸습니다. 이날 황 CEO는 6,000여명의 청중 앞에서 차세대 칩과 소프트웨어, 새로운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공개했습니다.
그는 AI 에이전트로의 전환이 기업과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AI 에이전트 시장이 “수조 달러 규모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새로운 산업의 등장을 환영했습니다.
이어 “AI가 이제 모든 산업의 중심이 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새로운 플랫폼이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혁신을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황 CEO는 자신했습니다.
젠슨 황 ‘물리적 AI’ 시대 선언…”로봇 혁명 시작되나”
이날 황 CEO는 “AI는 ‘인식 AI(Perception AI)’로 시작해 생성형 AI를 거쳐 현재는 물리적 AI시대에 진입했다”고 말했습니다.
인식 AI는 이미지, 단어, 소리를 이해하는 기술입니다. 스마트폰의 안면 인식 등과 같은 응용 사례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챗GPT’로 이름을 알린 생성 AI는 텍스트·이미지·소리를 창조합니다.
황 CEO의 말은 이제는 AI가 세상에서 물리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는 인식AI·생성 AI를 로봇과 결합한 ‘물리적 AI’라고 표현했습니다. 로봇이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한 다음,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날 엔비디아는 이러한 기술적 진보를 구현하기 위한 차세대 GPU 아키텍처인 ‘블랙웰(Blackwell)’을 공개했습니다.
블랙웰 시리즈는 초당 1.8테라바이트의 처리 대역폭으로 이전 세대 대비 성능을 2배 향상시켰습니다. AI 성능도 3배 향상됐습니다. 물리적 AI도 지원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특히 자율주행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신규 그래픽 카드와 AI 플랫폼을 결합하면 자율주행차의 센서 데이터 처리 속도를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입니다. 처리 속도를 높이면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교통 및 물류 산업의 변화를 예고한 것입니다.
또한, 산업용 로봇 운영 체계와 디지털트윈 기술을 통합하여 실제 생산 환경을 정교하게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MM)을 활용해 로봇의 지능을 향상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제조업의 생산성을 대폭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AI 대전환 서막…’코스모스’, 물리적 AI 혁명 주도
같은날 물리적 AI 시대를 선도할 새로운 AI 플랫폼 ‘코스모스(Cosmos)’도 공개됐습니다. 로봇공학과 자율주행차 분야에 특화된 세계 최초의 대규모 AI 플랫폼입니다.
쉽게 말해,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AI 개발을 돕기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일종의 ‘로봇 훈련 플랫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로써 로봇과 자율주행차량 분야에 혁명을 주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가장 핵심 모델은 ‘코스모스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입니다. 9,000조 개의 토큰 데이터로 학습됐습니다. 여기에는 자율주행·로봇틱스 등에서 수집한 2,000만 시간 분량의 학습 데이터가 포함됩니다.
개발 진입장벽도 낮췄습니다. 텍스트와 영상 프롬프트로 가상환경을 구축해 AI를 교육·훈련하는 방식입니다. 가상 공장·도로를 구축하고 자율주행 로봇·차를 시뮬레이션해 훈련하는 것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엔비디아의 디지털트윈 기술 ‘옴니버스’가 사용됩니다.
그 덕분에 전문 지식이 부족해도 효율적으로 로보틱스 기초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현재까지 우버를 비롯한 14개 주요 로봇·자동차 기업들이 코스모스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엔비디아·도요타 협력, 자율주행차 훈련 혁신 예고
한편, 이날 황 CEO는 자율주행차 혁신의 일환으로 도요타와의 협력을 발표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코스모스 플랫폼을 통해 도요타의 자율주행 기술개발 속도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입니다.
황 CEO는 “수백 개의 주행 데이터만으로 수십억 마일의 유효 주행 거리로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제한된 실제 주행 데이터로도 방대한 훈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조연설 사흘 뒤(9일)에는 현대자동차도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했습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고도화와 생산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코스모스 플랫폼은 산업용 로봇, 디지털 트윈 포함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황 CEO가 기조연설에서 “코스모스 월드 파운데이션 플랫폼이 로보틱스와 산업용 AI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한, 그는 “로봇공학이 챗GPT의 순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챗GPT가 자연어 처리에서 혁신을 대중화한 것처럼 코스모스도 획기적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단 의미입니다.
앞으로 엔비디아는 약 50조 달러(약 7경 3,600조원) 규모의 물리적 산업으로 확장하여 AI 혁신을 주도할 예정입니다.
다만, 기조연설 직후 엔비디아의 주가는 6% 이상 하락했습니다. 연설 직전 149.43달러(약 22만 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대조됩니다.
업계에서는 장기 청사진이 아닌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언급을 기대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