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자동차 업체 비야디(BYD)가 이르면 1월 중으로 서울 강서구에 첫 전시장을 열고 전기자동차 판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의 한국 진출로 국내 전기차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리니엄이 2일 확인한 바에 따르면, BYD는 작년 11월 창립 30주년을 맞아 누적 신에너지차(NEV)* 누적 생산 1,000만 대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완성차업체로서 역사적 이정표를 수립한 것입니다.
특히 전기차와 같은 NEV 1,000만 대 생산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로의 전환되는 구조적 변화의 순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성과는 자동차 산업에 진출한 지 약 20년 된 신흥 기업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혁신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입증합니다. 특히 BYD의 배터리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수직계열화 전략은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경쟁우위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BYD는 1994년, 20인 규모의 배터리 제조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습니다. 창업자 왕젠푸(王傳福) BYD 회장의 기술 혁신 주도 전략과 선도적 의사결정을 통해 글로벌 전기차 선도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신흥 산업국 기업의 기술 추격이 혁신주도(Innovation-driven) 성장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신에너지차(NEV, New Energy Vehicle) : 수소연료차, 순수배터리 전기차(BEV), 하이브리드차(HEV)를 포함한다.
수작업으로 일본 대기업을 넘어선 신생 BYD의 전략
왕 회장의 BYD 창업은 1993년 베이징 비철금속연구소 연구원으로 선전에서의 파견 근무를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선전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상징하는 도시로, 신흥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과 창업 생태계가 조성된 전략적 거점도시였습니다. 당시 수많은 창업가처럼, 그는 1994년 20인 규모의 스타트업을 설립했습니다.
1990년대는 휴대폰이 대중화로 교체용 니켈 배터리의 수요가 급증하던 시기였습니다. 보통 휴대폰 한 대당 1~2개의 교체용 배터리가 필요하기에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었습니다.
당시 니켈 배터리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었고, 엄청난 자금력을 내세운 고도화된 자동화 생산라인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자금이 열악한 신생 회사인 BYD는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생산라인 공정을 수작업 라인으로 전환했습니다. 노동 집약적 생산 방식으로 일본 기업 대비 20~25% 수준의 초기 투자비용을 낮추면서 동등한 품질의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왕 회장은 이를 ‘소총으로 기관총을 이긴 전략‘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른바 소총 전략의 성공으로 BYD는 급속히 성장하여 니켈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섰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으로 진격
이후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배터리 시장은 가볍고 사용시간이 긴 리튬이온 배터리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습니다.
당시 중국 기업들은 높은 기술적 장벽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산업에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일종의 미개척 블루오션 시장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왕 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그는 중앙연구센터를 설립하여 고급 인력을 대거 영입했습니다. 과감한 투자 결정으로, 특히 창업 당시 자본금을 훨씬 초과하는 370만 위안(약 7억 7,000만원)짜리 X선 광전자 분광기를 구입했습니다. 중국 민간기업 중 해당 장비를 구입한 기업은 BYD가 최초입니다.
하지만 사내에 이 고가의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인력이 없었습니다. 결국 중국 칭화대 교수를 초빙해 직원들에 장비 사용법을 익혔습니다. 배터리의 자체 방전, 사이클 수명, 전해액 성능 등 일련의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점점 개선했습니다.
이러한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 노력으로 BYD는 중국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량 생산에 성공했고, 모토로라, 노키아, 지멘스 등 글로벌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후 불과 몇 년만에 전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BYD는 세계 1위 업체로 급부상했습니다.
자동차 산업 진출로 사업 다각화
2003년, BYD는 서안진촨자동차를 인수하며 자동차 산업에 진출했습니다. 이 결정은 많은 투자자들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자동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자동차를 만들려고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왕 회장의 결정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중국은 자동차 엔진기술에서 외국 기업들에 비해 수십 년 뒤처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수요 대비 석유 자원이 부족한 중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내연기관 자동차는 지속 가능한 선택이 될 수 없었다고 판단이었습니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외국 대비 낮은 내연차량 기술수준
② 에너지 안보이슈 와 높은 석유 의존도
③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
왕 회장은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차와 같은 NEV야말로 중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라고 확신했습니다.
BYD는 투트랙으로 진행하였습니다. 한편으로 내연 차량을 만들어 먼저 자동차 만드는 법을 배웠고, 다른 편에서는 동시에 전기 자동차 개발에 필요한 사전 기술을 확보하였습니다. 이는 사업 다각화를 넘어선 전략적 판단이었습니다.
배터리 기술로 이룬 시장 경쟁력
이후 BYD는 배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개발에 매진했습니다. 2008년에는 세계적 투자자 워런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으로부터 2.3억 달러(약 3,379 억원)를 투자받는 등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후로도 사측은 80억 달러(약 12 조원) 이상을 R&D에 투자했습니다. 10년간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수직계열화 전략은 BYD의 핵심 경쟁우위로 작용했습니다. 구체적인 경쟁우위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의 독자 개발
- 블레이드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확보(공간효율성, 에너지고밀도)
- 규모의 경제 달성 : 대량생산을 통해 원가절감 및 경쟁력 증대
BYD는 전기차 3대 핵심기술인 ▲배터리 ▲모터 ▲전자제어장치(ECU) 등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유일업체로 발전했습니다. 이는 완성차의 경쟁력으로 연결되어 전기차 시장에서 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와 함께 우수한 성능과 뛰어난 가성비, 다양한 라인업은 소비자 수요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BYD는 중국 내 전기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산업육성 등 정부 보조금과 인센티브도 BYD의 성공을 뒷받침했습니다.
30년 창업여정 “대담한 발상, 대담한 행동”
창립 30주년을 맞은 현재, BYD는 전 세계 전기차 5대 중 1대를 생산하는 글로벌 리더로 성장했습니다. 이제 BYD는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태양광, 에너지 저장, 전기차를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왕 회장의 30년 창업 여정은 “대담한 발상, 대담한 행동“이라는 그의 경영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안정된 직장을 과감히 떠나 창업에 도전했고, 자금난 속에서도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아냈습니다. 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산업에 진출해 성공을 이뤄냈습니다.
이제 과거 외제차를 분해하며 기술을 배우던 BYD는 오히려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연구하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BYD의 성공은 단순한 기업의 성장 스토리를 넘어,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한 한 창업가의 도전 정신이 만들어낸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BYD는 전기차와 배터리 기술의 혁신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습니다. BYD의 여정은 국내 경쟁사인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기술 기반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주목할 만한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