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스타트업 선트레인, 전력망 병목현상 ‘기차’로 해결 나서

미국 콜로라도주서 ‘철도망 배터리’ 실험 착수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확산 대비 전력망 부족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미국에서는 한 기업이 철도망으로 전력망을 대체하겠다고 나섰습니다.

2021년 설립된 미국 재생에너지 스타트업 ‘선트레인’입니다.

선트레인은 파일럿(시범) 프로젝트에 착수한다고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와 미국 전력업체 엑셀에너지와 함께 콜로라도주에서 진행됩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쉽게 말해 기차를 거대한 ‘이동식 저장용 배터리’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사측은 이를 ‘트레인스미션(Trainsmission)’으로 부릅니다. 선트레인조차도 자사의 기술에 대해 ‘미친 아이디어’라 부르길 서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같은 아이디어에 대한 미국 내 기대는 높습니다. 이날 발표회에는 자레스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도 참석했습니다. 폴리스 주지사는 “청정에너지의 미래는 선트레인과 같은 혁신적 기술에 달려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기차에서 이동식 배터리 배터리저장장치로 🔋

9일 확인된 투자금은 약 75만 달러(약 10억 원)가량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로 받은 보조금은 제외한 액수입니다.

선트트레인은 이번 프로젝트 덕분에 미 에너지고등연구계획원으로부터 1,000만 달러(약 143억 7,1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선트레인은 철도를 활용해 미국 내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지역에 컨테이너형 배터리를 운송한다는 사업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일찍이 그 가능성을 알아본 곳이 바로 엑셀에너지입니다.

콜로라도주 시범 프로젝트는 엑셀에너지의 태양광 발전소에서 시작합니다.

여기서 열차 차량의 배터리를 충전해 약 185㎞(킬로미터) 떨어진 ‘체로키 발전소’로 이동합니다. 엑셀에너지가 운영하는 체로키 발전소는 현재 천연가스 발전소로 운영 중입니다. 과거 석탄화력발전소였던 곳입니다.

열차는 매일 384㎿h(메가와트시)의 에너지를 운반할 예정입니다. 사측은 1시간 동안 4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합니다. 프로젝트는 열차 차량 20대로 시작해 향후 100대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는 전력수요가 있지만 전력망이 부족한 곳에 철도를 활용해 전력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생산이 감소하는 오후 4시부터 밤 10시대에 유용할 수 있다고 사측은 덧붙였습니다.

물론 운송수단인 열차가 디젤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그럼에도 화석연료 발전 대비 탄소배출량은 88% 절감된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입니다. 향후에는 협력사의 도움을 받아 전기 열차를 도입해 100% 탈탄소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선트레인
▲ 선트레인의 시범 열차에 충전된 배터리를 사용해 전기자동차 충전을 시연하는 모습. ©Suntrain

가장 손쉬운 비용절감 ‘기존 인프라 재활용’ ♻️

크리스토퍼 스미스 선트레인 공동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 아이디어가 미국 알래스카주에서의 하이킹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말합니다.

그는 길을 걷던 중 철도를 따라 화석연료를 실은 트럭이 달리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로 충전한 배터리를 같은 방식으로 운송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이후 실제 열차 배터리 사업 개발까지 약 2년가량이 걸렸습니다.

스미스 CTO는 트레인스미션의 가장 큰 장점으로 비용절감을 꼽습니다.

기존의 철도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인프라(기반시설) 건설에 드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열차 규모와 배터리 용량에 따라 ㎿(메가와트)부터 GW(기가와트)까지 대용량 전력을 운송할 수 있습니다.

고가의 삼원계 배터리 대신 저렴하고 안정적인 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해 비용을 더 낮췄습니다.

스미스 CTO는 또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가격이 화석연료 대비 충분히 낮아졌단 점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전력 피크 시간대에는 트레인스미션의 자본·운영 비용을 포함하더라도 철도 배터리 전력 공급 가격이 화석연료 전력보다 저렴할 수 있다는 것이 스미스 CTO의 설명입니다.

에너지 탄력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전력망은 이상기후나 재난에 취약한 반면, 철도망은 비교적 더 튼튼하기 때문입니다. 전력 전송 목적지를 쉽게 바꿀 수 있어 전력망 운영 최적화에도 이점을 갖습니다.

 

▲ 미국 최대 화물철도사 유니온퍼시픽 철도의 노선도. 선트레인 측은 2031년부터는 유니온퍼시픽의 전 노선에서 트레인스미션이 운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Union Pacific

선트레인 CEO, ‘전력 교통체증’ 가장 빠른 해결책

동시에 트레인스미션은 기후대응 측면에서는 송전 병목 현상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각 지역의 재생에너지 배치 지연 해소를 돕습니다.

송전망 건설은 지역 주민 수용성 문제와 복잡한 절차 등으로 인해 건설에 평균 10년이 걸립니다.

2022년 기준 미국에서는 송전망 건설 지연으로 인해 접속 대기로 추정되는 재생에너지 전력이 1,200GW로 추정된 바 있습니다. 작년 미국 에너지부는 한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라 지역 간 송전 용량이 2035년까지 114% 증가해야 한다고 전망했습니다.

송전망 부족은 전 세계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올해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글로벌 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서약’이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제프 안데슨 회사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것은 (전력의) 교통체증에 대한 해법을 가장 먼저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시범 프로젝트가 잘 풀릴 경우 2031년부터는 미국 최대 화물철도사 유니온퍼시픽 철도의 전 노선에서 운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석탄 기반 지역사회, 정의로운 전환 위한 일자리 될까 🤔

사측은 자사의 기술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주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피력합니다.

기존에는 발전업계와 철도업계 모두 석탄 산업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특히, 철도업계는 석탄이 동력원인 동시에 주요 운송 화물이란 점에서 석탄 의존도가 더욱 높습니다.

문제는 전 세계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약속한 만큼 석탄 산업의 사양 산업화는 불가피하단 것입니다.

선트레인은 이같은 딜레마를 해소하고 해당 분야에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엑셀에너지가 선트레인과 손을 잡은 이유 중 하나도 이같은 부분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엑셀에너지는 지난 10월부터 자사 석탄발전소의 ‘정의로운 전환’ 프로젝트를 공식 추진하고 있습니다. 콜로라도주 최대 발전소인 ‘코만치 석탄발전소’의 발전원 전환과 태규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한편, 한국으로서도 선트레인의 철도망 배터리와 같은 혁신적인 해결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한국 또한 전력계통 부족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9월 정부는 호남·제주 지역의 신규 태양광·풍력 발전사업 허가를 2031년 연말까지 사실상 중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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