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2050년 석유 수요 1억 배럴 전망…“신규 투자 없으면 제3의 석유파동 가능”

산업 부문 탈탄소화 위해 저탄소기술 확대 가속화 강조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2050년에도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각) 공개된 ‘엑손모빌 글로벌 전망’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석유 수요는 하루 1억 배럴 이상으로 유지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작년 일일 석유 수요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일일 석유 수요가 1억 220만 배럴이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엑손모빌은 재생에너지 성장과 전기자동차 확산에도 불구하고 석유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석유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사측은 피력했습니다.

 

2050년 하루 1억 배럴 전망 “BP 예측 대비 25% 높아” 📈

엑손모빌은 2050년에도 석유·천연가스가 세계 발전원(에너지믹스)에서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바이오오일도 포함된 수치입니다. 그 결과, 하루 석유 수요가 1억 배럴을 넘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엑손모빌은 2024년 일일 생산 목표를 430만 배럴로 높였습니다.

작년 374만 배럴에서 13% 늘어난 것입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엑손모빌과 유사한 예측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OPEC은 2045년 일일 석유 수요를 1억 1,600만 배럴로 추산했습니다.

반면, 경쟁사인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IEA는 상반된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7월 BP는 2025년 석유 수요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2050년 세계 일일 석유 수요는 7,500만 배럴로 예상됐습니다.

IEA도 2050년 일일 석유 수요가 5,480만 배럴까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석유 수요의 절반가량입니다.

단, 전 세계 에너지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전제가 달렸습니다. 앞서 지난 6월 IEA는 청정에너지 전환에 따라 향후 석유 공급과잉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1억 배럴
▲ 엑손모빌은 산업 부문의 수요 증가로 인해 2050년 석유 수요가 1억 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니엄

“청정에너지 진전에도 석유 수요 지속 전망” 👀

물론 사측은 오늘날 세계 청정에너지 전환이 여러 진전을 거뒀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보고서는 ▲에너지 효율성 향상 ▲재생에너지 확대 ▲저탄소기술 등의 효과로 2030년을 기점으로 세계 탄소배출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세계 발전원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현재 대비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석탄발전은 가장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 결과, 2050년경에는 현재 대비 탄소배출량이 25% 감소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같은 진전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여전히 더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탈탄소화가 어려운 부문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석유를 전력원·원료로 하는 ▲제조 ▲화학 ▲해운 ▲항공 ▲상업용 운송 등 산업 부문입니다. 더욱이 산업 부문의 수요는 개도국의 경제성장으로 더 증가할 전망입니다.

인구 증가와 에너지 수준 향상으로 인한 에너지 수요 자체도 증가할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산업 부문의 석유 수요 증가가 전기차 확산으로 인한 수요 감소를 상쇄할 것이라고 엑손모빌은 내다봤습니다.

2035년부터 판매되는 신차가 100% 전기차로 전환하더라도 2050년 석유 수요는 하루 8,500만 배럴에 달할 것이라고 사측은 분석했습니다. 이는 2010년 하루 석유 수요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 일본 최대 에너지 기업 제라가 자사의 ‘베이타운 수소 프로젝트’에 합류했다고 엑손모빌이 작년에 발표했다. 사진은 해당 프로젝트가 적용될 베이타운 올레핀 공장의 모습. ©ExxonMobil

“석유 수요 불가피”…저탄소기술 확대 가속화 강조 ⏩

엑손모빌은 이러한 현실을 종합했을 때 다음과 같은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결론짓습니다.

“어떤 (탈탄소) 시나리오에서도 석유와 천연가스는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측은 석유 수요를 인정하는 동시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저탄소기술의 빠른 확대를 위해 민관이 나서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먼저 엑손모빌은 예상되는 석유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신규 투자가 없을 경우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한해에만 하루 1,500만 배럴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석유 공급량은 현 1억 배럴 수준에서 2030년 3,000만 배럴 미만으로 감소할 수 있습니다. 사측은 이 경우 유가가 40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동시에 산업 부문 탈탄소화를 위해 CCS(탄소포집·저장)·바이오연료·청정수소 등 저탄소기술 확대가 필수적이란 점도 강조됐습니다.

특히, 엑손모빌은 저탄소기술의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의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시장 초기에는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엑손모빌은 “보조금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고 지속돼서도 안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2050년 1.5℃ 달성 실패?…엑손모빌 ‘현실 직시 필요’ 👀

한편, 엑손모빌의 전망이 파리협정의 1.5℃ 목표 달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란 것은 우려할 만한 점입니다.

전 세계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석유 수요가 일일 2,400만 배럴까지 감소해야 한다고 IEA는 분석한 바 있습니다. 현재 수요의 75%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크리스 버드솔 엑손모빌 경제·에너지 책임자는 기대와 현실은 다르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는 “IEA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세상이 그(1.5℃) 경로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세상이 가는 길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래 석유 수요는 여전하며, 업계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엑손모빌은 이같은 미래 석유 수요를 무시하면 최악의 경우 1970년대와 같은 석유파동이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1973년과 1979년 발생한 제1·2차 석유파동을 말합니다. 중동 지역의 정치적 문제로 석유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이 일어나며 당시 세계 경제성장률이 대폭 하락했습니다.

버드솔 엑손모빌 책임자는 “이러한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강력한 메시지를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석유·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일각에서는 엑손모빌의 경고가 세계 기후금융 확대에 따라 화석연료 산업이 겪는 자금 확보의 어려움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엑손모빌의 예측은 신규 생산을 지원해달라는 호소”이며 “쇠퇴하는 산업의 마지막 노력을 보여준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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